한인 이민자 부모와 1.5세대인 자녀 사이의 갈등을 다룬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식사’(Free Food for Millionaires)의 작가 이민진(38)씨가 지난 2일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LMU)에서 열린 ‘이민과 미디어’ 주제의 좌담회 패널로 참석했다. 명문 예일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조지타운 법대를 나와 12년 동안 변호사로 일했으며 지금은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주류 문화계에서도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셀레브리티’ 작가지만 좌담회가 열린 뒤 만나본 이씨는 9세 아들을 둔 발랄한 ‘미시족 아줌마’에 가까웠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국에 가서 대학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아직도 한국어가 서툴러서 미안하다고 말을 꺼낸 이씨와 그의 작품세계, 1.5세가 겪는 고통과 갈등 그리고 이민자의 미래와 희망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돈 없어도 풍요로운 삶 가능”
“한인들 잘 산다”고정관념 깨고
울고웃는 보통사람들의 생활 담아
▲이번에 LA를 방문한 이유는?
현재 전국 대학을 돌면서 ‘북 투어’를 하고 있다. 이번 방문도 ‘북 투어’의 일환인데 마침 LMU 측에서 좌담회 패널로 참석해 줄 것을 요구해 나오게 됐다. 11월 중 마이애미와 워싱턴, 뉴욕, 코네티컷 등 지역의 예일, 유콘(U-Conn), 존 홉킨스 등의 대학을 방문하면서 많은 학생들과 교수진을 만나고 좌담회, 강의 등 이벤트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LA는 자주 오지는 않았지만 올 때마다 마치 한국에 온 기분을 느끼곤 한다.
▲‘백만장자…’가 문화계에서 주목 받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내면세계, 즉 개개인의 복잡한 삶이 여성의 사랑과 우정, 직업적인 모험, 간통 등의 흥미로운 요소들로 잘 표현됐다는 것이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민이라는 큰 모험을 결정한 자체가 미국에 오고 싶어서, 즉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린 결단인데, 이민자들이 왜 미국을 사랑하고, 또 많은 고통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왜 미국에 오기를 희망하는지를 소설을 통해 전달하도록 노력했다. 이런 점들이 독자들이 동질감을 느끼는 요소로 작용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예일대 나와 12년간 변호사 생활
출판 번번이 퇴짜… 네번째 책 히트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한인 이민자들에게도 낭만, 열정, 좌절, 분노, 슬픔 등 인간적인 면모가 풍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주류사회는 한인 이민자들이 대부분 잘 살고, 명문대학을 나왔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다소 냉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다. 한인들은 정도 많고, 눈물도 많고, 노래도 잘 부르고, 일도 잘하지만 급하고, 짜증도 잘 내는 어떤 면에서 보면 순진하면서 단순한 면도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교육수준이 낮고 돈 없는 한인들도 많지만 그들의 삶이 부자들과 같이 풍요롭고 흥미로울 수 있다는 얘기를 소설에 담고 싶었다.
▲소설에 자신이 성장하면서 느꼈던 정서를 많이 포함시킨 것으로 아는데, 그럼 자서전인가?
자서전은 아니지만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케이시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한인 1.5세, 2세들을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뉴욕 출신으로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케이시의 부모는 세탁소에서 일한다. 나의 부모 역시 뉴욕에서 보석상을 하는 자영업자였다. 여느 1.5세와 같이 나도 어릴 적에는 부모님 가게에 가서 물건을 포장하고 고객에게 세일즈도 했다. 이런 생활에서 느낀 행복과 아픔 그리고 갈등 등이 소설을 쓰면서 좋은 재료가 됐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식사’의 작가 이민진씨가 최근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에서 열린 ‘이민과 미디어’ 주제의 좌담회 패널로 참석하기 위해 LA를 방문했다.>
▲한글판이 곧 나온다는데?
최근 한국의 한 출판사와 계약을 완료하고 내년 초에 한글 번역판이 출판된다. 한국 독자들의 반응이 매우 궁금하다. 미국에서 처럼 한국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차기작 ‘파친코’를 준비 중이라는데, 조폭 이야기인가?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한 재일 한인들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조폭 이야기도 조금 나오지만 ‘야쿠자’에 대한 소설은 전혀 아니다. 주인공의 부모는 파친코 업체를 운영하지만 주인공 자신은 해외에서 교육을 받고 투자은행을 공부한 소위 엘리트이다. 이 소설은 일본정부가 재일 한인들에게 지문채취를 강요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변호사로 일하다 소설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제2의 존 그리샴이 되는 것이 아닌가?
지금 현재 이민진은 소설가라기보다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한때는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열정 변호사이었지만 지금은 주부 역할이 더 소중한 것 같다. 사실 변호사를 그만 두면서 곧 소설가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소설부터 출판사의 퇴짜를 맞았다. ‘백만장자…’는 내가 쓴 네 번째 소설이자 처음 출판된 작품이다.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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