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손잡이 지렛대 스타일로 바꾸고 욕조에는 손잡이 장착
워싱턴에 사는 샬롯 골드스틴(90)은 80대에 들어서면서 거실 가구를 새로 들여 놓았다. 그때까지 갖고 있던, 앉아 있다 일어서려면 누군가가 손을 잡고 끌어줘야만 했던 푹신하고 낮은 소파 대신 앉고 서기 편한 러브 시트 두개와 윙 체어 두개로 바꿨다. 운동 삼아 오르내리기 좋아하는 계단에는 있던 원래 난간에 더해 벽쪽으로도 손잡이를 달았다. 오르내릴 때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였다.
노령 인구 90%는
“살던 집에서 늙고 싶어”
실내 가구·설비 등
노인 살기 편하게 변화를
골드스틴이 이렇게 한 것은 늙어가면서 가능한한 오래 내 집에서 살고 싶어서였다. AARP에 따르면 60세 이상 미국인의 90%는 자기 집이나 커뮤니티에서 늙기를 희망한다.
전문가들은 살던 곳에서 나이 먹어가려면 운동력과 시력, 청력이 감퇴하는 등 노령에 따른 신체적 변화에 맞춰 거주 공간을 개조할 필요를 부인하지 말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계속 자기 집에서 살려면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욕실의 욕조를 치우고 샤워로 바꾸고, 아래층에 침실과 욕실을 꾸미는 등 돈을 많이 들여 집을 크게 손봐야 한다고 잘못 알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별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단 몇분만에 노인이 살기 좋도록 집안을 바꿔 놓을 자잘한 방법은 수십가지나 된다. 그렇게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은 창조적인 사고방식이다.
관절염을 앓는 손으로는 돌리기 어려운 동그란 문 손잡이를 지렛대 스타일의 손잡이로 바꿔 놓는 일반적인 일부터 각 가정, 각자의 필요에 맞는 특정한 것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볼티모어의 연립주택에 사는 진 크로켓(59)은 남편 제프리 슈레이더(62)와 오랫동안 아침마다 아래층 부엌에서 방금 끓인 커피를 2층 서재로 가지고 올라가 함께 마셔왔다. 그러다 작년에 남편이 넘어져서 다친 다음 부부의 아침 행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침마다 아직 잠이 다 깨지도 않은 상태에서 뜨거운 커피 주전자와 잔 두개를 쟁반에 받쳐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일이 위험하다고 느끼기 시작했어요” 크로켓의 해결책은 커피 머신과 잔 등 커피 마시는데 필요한 물건 일체를 2층 침실 근처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크로켓처럼 문제를 예상하고 미리 대비한 것은 현명한 일이다. 해마다 낙상으로 다치거나 죽는 사람은 60세 이상 인구중 평균 510만명이나 된다. 과거 ‘로우즈 홈 임프루브먼트’ 체인 소속이었던 워싱턴의 비영리 연구단체 가정안전협의회의 메리-K 애피 회장은 “심한 낙상은 계속적으로 신체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독립성을 잃는 원인이 된다”면서 “낙상은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예를 들어 주위가 잘 보이도록 모든 계단은 위와 아래에 모두 불을 켜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엘더 케어 메이드 이지어’라는 책을 쓴 매리언 소머스는 “사후 대응을 하기 보다는 사전 예방을 해야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이 터질 때까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와 한다. 올해 67세인 소머스는 브루클린의 자기 집 전체에 아주 밝은 전구를 끼워 놓았고 욕조와 변기에도 손잡이를 설치했다. 또 집안 전체에서 자칫 잘못 밟았다가 미끄러져 사고를 당하기 쉬운 작은 양탄자 깔개를 모두 치워 버렸다.
“돈을 투자할 때는 위험 요인을 최소화시키듯 자기 집에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AARP의 커뮤니 환경 담당 디렉터 엘리노어 긴즐러는 집안 마룻바닥에 반짝반짝하고 미끄러지기 쉬운 왁스칠을 하지 말 것, 집의 모든 문 앞에 벤치를 놓을 것을 권한다. 앉아 쉬기도 하고 짐을 내려 놓기도 하고, 한 손으로는 문을 열면서 다른 손으로 잡고 있는 등 의지가 된다는 것이다.
매릴랜드주 체비 체이스의 건축사학자인 빌 레보비치에 따르면 최고령자가 61세인 베이비붐 세대 중 집안의 위험한 물건은 치워버리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실내장식가들 사이에서도 노인과 기타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실내 장식이라는 특수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있다. 사실 미국 실내장식가협회 웹사이트는 회원들에게 집 안팎을 노인과 어린이, 신체기능이 정상인 사람과 그에 못미치는 사람에게 두루 편안하도록 꾸미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채택을 촉구하고 있다.
버지니아주에서 부엌, 화장실 개조 전문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다나 랄스턴-레이덤(60)은 벌써 10년 이상 유니버설 디자인을 실천해왔다. “욕실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싶은지 손님에게 묻지 않고 그냥 달아 놓습니다. 요즘은 보기에 흉하지도 않으니까 더 좋지요”
관절염, 백내장, 폐 질환을 앓고 목 수술을 한 자기 자신의 경험 때문에도 다른 사람들의 필요에 특별히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하는 랄스턴-레이덤은 과거 실내 전반을 장식할 때부터 노령층 고객과 함께 가구를 고르러 가면 고객은 낮고 부드럽고 푹신한 소파에 앉히고 자기는 높고 손잡이가 달리고 등받침도 딱딱한 의자에 앉은 다음, 고객에게 자기 옆에 와 앉으라고 해 자연스럽게 비교해 보도록 했다. 또 고객 자신의 신체적 한계가 아니라 그 집에 손님으로 올 어린 손자손녀, 몸이 불편한 친지들의 안전을 고려해 보라고 초점을 바꿔주면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배려해 노령친화적인 가구를 고르더라고 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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