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 중계권 협상에 WOW 리그화까지 추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한국 e스포츠 시장 진출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조만간 현실로 드러날 경우 세계 종주국을 자처하고 있는 국내 e스포츠 시장의 기틀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어 국내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번 문제가 스타크래프트로 10년 가까이 리그를 진행하면서도 저작권 문제를 도외시해온 데다, 특정 게임에 지나치게 치중된 업계 현실상 필연적인 결과로, 업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풀고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e스포츠화 추진 = 블리자드의 한국지사인 블리자드코리아는 최근 그래택의 인터넷방송 곰TV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World of Warcraft)의 e스포츠 리그화에 원칙적으로 합의, 세부 협의를 진행중이다.
다중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e스포츠 리그화는 지금까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처음으로, 블리자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업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래택 관계자는 이미 리그 진행을 위한 사전 테스트를 마친 단계라며 몇몇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만 가능하다면 이른 시일 내에 리그 출범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크래프트 중계권 협상 시작 =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앞서 블리자드는 이미 스타크래프트의 e스포츠 리그 중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e스포츠협회, 온게임넷, MBC게임 등 e스포츠 관련 단체ㆍ기업 등과 잇따라 접촉하며 스타크래프트 리그 중계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
올해초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중계와 관련, 중계권과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요구를 하며 접촉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들어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정확한 내용은 비공개 원칙에 따라 밝혀지지 않았지만, 블리자드측은 기본적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 개최 수익금 배분, 리그 진행 및 상표 사용 시 블리자드의 승인을 받을 것 등 e스포츠 전반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크2 위한 포석 분석 = 블리자드가 이처럼 국내에서 e스포츠와 관련된 행보를 가속화하는 것은 무엇보다 발매가 멀지 않은 스타크래프트2의 e스포츠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사장은 이미 스타크래프트2는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한정원 블리자드코리아 사장은 게임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지켜져야한다고 말하는 등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의 e스포츠 리그화를 주도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에서의 e스포츠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함으로써 향후 출시될 스타크래프트2의 e스포츠 리그화에서 자기 지분을 확실히 하려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아울러 직접 리그를 진행하는 동시에 협상을 통해 리그 진행 노하우를 얻음으로써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e스포츠 시장 진출까지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협상 결과는 = 협상 초기단계인 현재로서는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스타크래프트 중계권을 통한 수익보다는 스타크래프트2 중심으로 e스포츠 판도가 새로 짜여지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즉, 블리자드의 협상 목표가 수익 분배보다는 스타크래프트2의 흥행을 위한 e스포츠 업계의 전면적인 지원과 협조를 요구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업계 전문가는 블리자드가 이미 게임의 수명이 다해가는 스타크래프트로부터 크지 않은 수익을 내기 위해 국내 게임업계와 팬의 비난 여론을 감수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국내 e스포츠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스타크래프트 중계권을 `지렛대’로 삼아 스타크래프트2로의 시장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향후 스타크래프트2의 전망과 전세계 e스포츠 시장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는 것이 이 같은 분석의 요지다.
최근 한정원 블리자드코리아 사장의 협회와 방송사를 배제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지적 재산권에 대한 요구가 곧 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등 발언 역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 업계 반응은 = 국내 e스포츠 시장을 주도해온 한국e스포츠협회와 온게임넷, MBC게임 등은 블리자드의 전방위 공세에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국내 e스포츠 시장 지분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의 원저작권자로서, 법적으로 국내 업계에 대해 우월적 입장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블리자드가 지금 당장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더라도, 국내 업계로서는 마땅히 이에 대응할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단체와 기업들, 선수들이 10년 가까이 키워온 e스포츠 시장 자체가 하루아침에 블리자드의 통제 아래 놓일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블리자드의 요구조건 중에 수용하기 힘든 것이 많다며 지금까지 어렵게 키워온 국내 e스포츠 시장의 `파이’를 외국회사가 아무 노력없이 가져가는 것을 두고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e스포츠 시장이 저작권을 존중하거나 종목을 다양화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의 중요한 배경이라며 지금이라도 외국회사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대책을 세워 e스포츠 발전의 장기적 토대를 닦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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