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생존자들의 비즈니스
최근 몇년사이에 유방암의 생존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유방암을 앓은 사람들이 창업하는 유방암 관련 비지니스가 크게 늘고 있다. 자기가 앓고 난 병의 고통을 다른 사람은 더 쉽게 겪도록 돕고, 치료하면서 부딪치는 특별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다른 사람은 고통 쉽게 겪도록
치료중 당하는 문제 어드바이스
환자입장 실용적 압박소매 개발
강연·홍보 등 환자권익 헌신도
그 사업체의 숫자를 집계하는 단체는 없지만 여성 소유 사업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은 이미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여성 소유 사업체에 소규모 융자를 제공하는 ‘카운트 미 인 포 위민스 이코노믹 인디펜던스’의 넬 멀리노 사장은 자기 회사의 ‘메이크 마인 어 밀리언’ 프로그램에 선정된 100개 업체중 6개가 유방암 생존자가 창립한 업체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의 유방암 연구 및 환자 권익옹호기관인 ‘수잔 G. 코먼 포 더 큐어’에 따르면 미국의 유방암 생존자는 현재 230만명으로 암 생존자 중 최다수를 차지한다. 이 단체의 마케팅 담당 부회장인 카트리나 맥기는 “수많은 암 중에서도 유방암은 여성성의 중심을 파고 드는 병입니다. 특히 유방절제는 인체 내부 장기를 절제하는 것과 달리 한 사람이 벌이고 있는 병과의 투쟁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간단히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죠”라고 말한다.
비디오 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레이첼 트록셀(37)은 3년 전 유방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됐다. 수술과 화학요법, 방사선요법을 다 거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상당수의 유방암 생존자들이 겪는 증상인 림프수종이었다. 림프수종은 선천성 또는 후천성으로 림프관이 손상되거나 막혀 단백질이 풍부한 림프액이 피하에 축적되어 팔다리가 붓는 현상인데 암환자의 경우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혹은 암이 진행되어 혈관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암에 걸리면 거쳐야 하는 치료 과정이 있고 그것은 언젠가 끝이 납니다. 그렇지만 림프 수종엔 끝이 없고, 일단 걸리면 삶의 질이 떨어지죠”라고 말하는 트록셀은 림프수종 때문에 계속 착용해야 했던 압박 소매를 보는 사람들마다 그게 뭐냐고 물어 귀찮기도 했지만 압박 소매 자체가 불편하고 보기 흉해 대안을 찾고 또 찾았다.
“그 미운 것을 만든 제조사에 전화해 다른 것이 있냐고 물으면 하나 같이 없다고 그랬어요. 만드는 사람이 모두 백인 중년 아저씨들이니 고객의 입장 같은 것은 안중에 없었어요” 그녀의 집념이 당시 필라델피아의 드렉셀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하던 22세의 학생 크리스틴 더들리를 만나게 했고 둘은 머리를 맞대고 더 멋있고 편안한 압박 소매를 디자인했다. 림프수종을 앓던 할머니가 압박 소매 착용을 거부하는 것을 보아 온 더들리는 금방 무슨 이야기인지를 알아 들었다.
이제 2006년에 창립한 ‘림피디바스’의 동업자가 된 두 사람은 드렉셀 대학의 사업계획서 경연대회에서 3등으로 입상하기도 했다.
컴퓨터 과학자 바누 오즈덴은 2005년에 두번째로 암 진단을 받은 직후 ‘스마트 메디컬 컨수머’라는 회사를 차렸다. 투병중 자기가 암이라는 병과 관련된 비용 및 서류들을 관리하면서 겪은 좌절을 다른 사람들은 피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오즈덴이 맨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것은 2001년으로 투병 초기부터 잘못 청구된 것을 찾아내고 보험회사가 지급한 내역을 기록해 놓는 등 환자들이 치료비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싶었다. 그러다 USC에서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던2005년에 또 다시 암에 걸렸고 이번엔 다른 곳으로까지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절망적인 마음으로 휴직계를 내고 뉴욕으로 이사,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 센터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지 한달만에 다시 뭔가 계획을 세울 수 있을만큼 기운이 돌아왔다.
다시 치료비 청구서가 쌓이기 시작하자 주머니 돈을 털고 가족과 친구들의 투자를 받아 ‘스마트 메디컬 컨수머’란 회사를 창립했다. 사무실은 뉴욕의 자기 아파트고 직원은 여덟명, 그중에는 그녀가 태어난 나라인 터키에 사는 사람도 있다. 회사가 흑자를 낼 때까지 오즈덴은 컴퓨터 과학 및 기술 관련 컨설팅 일을 해서 회사에 자금을 대고 있다.
리 허스트(37)도 2004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을 때까지 비지니스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친구들과 다른 젊은 여자들에게 유방 자가 검진을 진지하게 여길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가 검진을 하라고 말을 하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에이본 화장품이 주최하는 유방암 기금 모금 걷기대회에 참가하면서 한 페이지짜리 웹사이트를 만들고 “Feel Your Boobies”라고 쓰인 티셔츠를 만들어서 몇백장을 팔려고 내놓았다. 티셔츠는 순식간에 매진됐고 수익금은 ‘코멘 포 더 큐어’에 기부했다.
친구들과 ‘투데이’ 쇼에 출연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그 웹사이트를 통해 티셔츠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강연 요청도 들어왔다. 생각 끝에 회사는 비영리로, 티셔츠는 의식화 수단으로 삼기로 했다.
킴 칼로스(36)의 경우도 비슷하다. 캔자스 시티에서 유방암 치료를 받는 동안 칼로스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다른 유방암 환자 3명과 함께 매주 ‘노스트롬’ 백화점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그 점심이 이 4명의 여성이 자비로 출판한 ‘노디스 앳 눈’이라는 책이 됐고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게 된 이 책은 나중에 다 카포 프레스에서 다시 출판됐다. 수많은 강연과 유방암 환자 권익옹호 작업으로 유명해 진 칼로스는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강연 및 홍보 분야로 진출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이들은 낙관적인만큼 현실도 직시하고 있다. 오즈덴은 투자가들이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것에 대비, 2010년 이후에는 자기가 없이도 회사가 운영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트록셀도 암이 재발해 현재 다시 치료를 받고 있다. ‘노디스 앳 눈’의 경우 출판된 이후 공동 집필자중 2명이 세상을 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