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과 비교될 수 있다. 아니, 1938년의 상황을 방불케 한다.” 이라크 전쟁이 혼미를 거듭하던 때 워싱턴에서 한동안 제기 됐던 논란이었다. 그 때, 그러니까 2006년을 역사의 어느 시점과 비교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 논란의 요지였다.
‘72년파’는 진보세력의 비관론자들이었다. 이라크전쟁, 더 나아가 테러전쟁을 월남전의 재판으로 보았던 것. 말하자면 2006년의 상황을 닉슨이 캄보디아 등지로 전쟁을 확대시킨 그 때와 흡사한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38년파’는 보수 강경파들. 이슬람이스트의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서방은 갈팡질팡 이다. 그 정황을 이들은 히틀러의 공갈에 서방이 끌려 다니던 2차 세계 대전 직전과 비교했던 것이다.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결국에 가서 확전은 불가피 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 가지 전망이 주목을 끌었었다. 2007년은 또 한 차례의 세계대전의 기원을 이루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었다.
그 전망은 걸프지역에서 해마다 가중되고 있는 불안정성을 바탕으로 내려진 것이었다. 석유를 둘러싼 갈등, 중동지역의 폭발적인 남성인구 증가, 이슬람이즘으로 표현되는 반(反) 서방 이데올로기 확산, 그리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누적되고 있는 불안정 요소로 지적했던 것이다.
중동지역의 새로운 리얼리티를 주목해 나온 전망이기도 했다. 범 이슬람이즘이라고 할까, 테러전쟁에 대한 해석에서 그런 측면이 부각되면서 나온 전망이다. 그 이슬람이즘의 대표주자는 다름 아닌 수니파 과격세력인 알 카에다였다.
그 세력이 라이벌인 시아파와 손을 잡았다. 이란의 회교혁명 정부다. 말세론적인 도그마에 빠져 있다. 때문에 순교를 위해 핵전쟁도 불사한다.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회교정권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시아파 근본주의가 그 세력이다.
이 이슬람이스트 세력과의 전쟁은 결국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그 전망의 주 논조였다. 이와 함께 보수 세력 일각에서 나온 이론은 조기전쟁론이다. 어차피 치러야 할 전쟁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 전망은 곧 그러나 망각됐다. 비관론이 대세를 이루면서다. 동시에 제기된 게 조기철수론이었다.
올 여름부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부시는 이란의 핵시설 폭격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사르코지 프랑스대통령이 여름 휴가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를 만났다. 그 때 얻은 확신이라고 한다. 이는 곧 유럽의 외무장관 사이에 퍼졌다.
그리고 뒤이은 소문은 부시 행정부가 이란 회교혁명수비대를 국제테러단체로 낙인찍는다는 것이었다. 그 소문은 불과 한 달도 안 돼 현실로 나타났다. 부시행정부는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목하는 동시에 전례 없이 강력한 경제제재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관련해 주목할 부문은 퍼트리어스 이라크주둔 미군 사령관의 의회증언이다. 미군증강정책은 확실한 효과를 냈다. 알카에다 세력은 사실상 이라크에서 분쇄됐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트리어스는 이런 식의 증언을 했다. “우리의 임무가 이라크 내로 국한될 때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이라크 사태가, 테러전쟁이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수니파 과격세력과의 전쟁은 끝났고 이제 남은 건 시아파라는 말이다.
이란과의 전쟁은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 이라크에서 미군을 공격하고 있는 세력은 이라크 인들이 아니다. 외국세력이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핵심부대인 쿠드스군 요원들과 시리아에서 파견된 자살특공대가 그 주 세력이기에 하는 말이다.
‘아무 행동을 안 하는 게 행동에 들어가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핵을 포기할 기미가 없다. 게다가 미군을 타겟으로 대리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이란 회교 혁명정권에 대해 부시행정부의 입장은 이런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제 관심의 대상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행동에 나설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언제가 될까 하는 것. “그 확률은 최소한 30%에, 핵시설 공습 시기는 내년 여름 이전이 될 것이다. 그 이후는 본격적인 대통령선거철이 될 터이니까.” 한 군사 전문가의 지적이다.
2007년은 또 한 차례 대전쟁이 발발하는 해가 될 것인가. 두고 볼일 같다.
옥 세 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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