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에게 물어보세요’ (Dan in Real Life) ★★★½(5개 만점)
홀아비가 첫눈에 반해버린 여인
코믹터치로 그린 사랑의 줄다리기
카렐-비노쉬, 죽이 맞는 명연기 펼쳐
어딘가 빈 구석이 있어 보여 정이 가는 코미디언 스티브 카렐과 프랑스의 미녀 연기파로 오스카 조연상(‘영국인 환자’) 수상자인 쥘리엣 비노쉬가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 로맨틱 코미디이자 가족관계 이야기로 매력적이요 삼삼하다.
긴 주말 경치 좋은 바닷가 저택에 모인 가족들간의 충돌과 갈등과 긴장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을 훈훈한 크리스마스카드처럼 그리면서 그 안에 고지식한 홀아비와 지와 미를 겸비한 여인간의 로맨스를 우습고 아름답게 심은 온 가족용 영화다.
세 딸을 둔 신문 칼럼니스트(제목은 주인공의 칼럼 제목) 댄은 상처한지 4년이 됐는데도 슬픔에 빠져 있는데 고지식하지만 좋은 아버지다. 댄의 가족이 로드아일랜드의 댄의 부모의 집에 가을 긴 주말을 보내러 찾아오면서 온 집안이 시끌시끌하다. 혼란 속에 당황스럽고 어색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똘똘 뭉친 가족애가 집안에 넘쳐흐른다.
댄이 신문을 사러 동네 책방에 들렀다가 역시 책방에 들른 아름답고 이국적인 마리를 만나면서 그만 첫 눈에 반한다. 그런데 댄이 집에 돌아와 보니 그의 동생 미치가 자기 애인이라고 소개하는 여자가 마리가 아닌가. 마리도 역시 댄을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둘은 서로를 가급적 피해 다니느라 좁은 집 안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이 숨바꼭질 중 재미있는 한 장면이 댄의 첫 딸이 들어온 욕실의 커튼이 쳐진 욕조에서의 상반신을 드러낸 마리와 옷을 모두 입은 댄의 샤워 장면.
댄은 마리를 사랑하나 동생을 배신할 수가 없어 끙끙 앓는다. 자기 칼럼에서는 삶의 문제를 묻는 독자에게 현자 같은 답을 하는 댄은 정작 자기 문제에는 뾰족한 답을 못 찾아 애를 쓴다. 댄과 마리의 이런 줄다리기 관계와 함께 댄과 부모의 관계 그리고 댄과 세 딸과의 관계도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다소 지나치게 사카린 맛 나는 부분도 있지만 매우 상냥하고 마음에 드는 영화다. 카렐과 비노쉬의 콤비도 썩 좋은데 둘 다 훌륭한 연기를 한다. PG-13. 전지역.
‘평원의 사람’(Man from Plains)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82)의 삶을 다룬 기록영화로 감독은 조나산 데미(‘양들의 침묵’).
2006년에 발간된 카터의 책 ‘팔레스타인: 민족 격리 대신 평화’ 홍보를 위해 전국을 다니는 카터를 따라가며 찍었다. 이 책은 이스라엘 점령지인 가자와 웨스트뱅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책을 비판, 뜨거운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신앙심 깊은 카터는 요즘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건설 현장에서 망치질을 하고 있는데 영화는 그의 현장과 함께 과거의 TV 장면 및 뉴스필름 등을 통해 1976년 캠프 데이비드 중동평화협정 모습 등을 보여준다.
카터는 투명하고 공과 사적 현장에서도 늘 같은 사람임을 보여준 정직한 대통령이라고 찬양한다.
PG. 선셋5(323-848-3500), 랜드마크(810-282-8233), 플레이하우스7, 타운센터5(818-981-9811 등.
‘마라의 9개 인생’(9 Lives of Mara)
21세의 로빈은 어머니 사망 후 일에만 집착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여동생을 돌보며 부모 노릇을 한다.
이 때 암흑적인 선정미를 지닌 정체불명의 마라가 이들 가족 앞에 나타나 로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빈 남매의 의붓어머니가 된다.
로빈은 이 여자가 초자연적 세계에서 온 마녀라고 확신하고 마녀에 관한 책들을 탐독한다. 그리고 이 마녀를 파괴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이런 로빈을 옆에서 부추기는 것이 그의 가장 친한 친구 래리. 래리는 로빈의 살인 욕망을 부추긴다.
그리고 로빈이 래리와 마라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광기와 살인이 벌어진다.
성인용. 일부 지역.
‘마음속의 음악’ (Music Within) ★★★
지체장애자들이 엮는 ‘경쾌한 투쟁’
권익보호법 통과시킨 피멘텔 실화
어두운 주제, 유머와 위트로 그려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포격에 청력을 상실한 뒤 제대, 전쟁 상이용사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 지체부자유자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법을 통과시키는데 원동력이 된 리처드 피멘텔의 실화를 그린 자전적 영화.
주인공들이 지체부자유자들이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냉대와 이에 대해 분노와 반항과 투쟁이 중심 내용이어서 보기 전에는 어두운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유머와 위트가 있고 생명력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가득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한껏 고양시키는 드라마다.
포틀랜드의 결손가정에서 자란 리처드(론 리빙스턴)는 어렸을 때부터 토론과 연설에 뛰어난 재주를 보여 노스웨스턴대 토론반에 들어가는 것이 꿈. 그러나 입학 면접에서 리처드는 자기가 우상처럼 여기던 교수 벤으로부터 퇴짜를 받고 홧김에 베트남전에 자원해 출전한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포격에 청각을 잃고 제대해 귀국한다.
청각을 상실한 리처드는 낙망하지 않고 독순술을 배우면서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 그리고 리처드는 대학에서 뛰어난 지능을 지녔으나 심한 뇌성 소아마비증자인 아트(마이클 쉰)를 사귀게 되고 둘은 친한 사이가 된다.
리처드는 사회가 자신과 아트 같은 사람들에게 대하는 부당한 대우를 경험하고 이를 시정하는데 평생을 바치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그는 좋은 직장(독순술 때문에 보험회사에서는 그가 청각장애자인 줄을 모른다)을 그만 두고 베트남 상이용사를 비롯한 지체부자유자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챔피언이 된다.
리처드와 아트의 동아리에 합류하는 둘이 전쟁서 한 다리를 잃고 가슴이 분노로 가득 찬 마이크와 프리 러브를 구가하는 정열적인 여자 크리스틴.
이들은 격동하는 세대의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회 부조리와 부정의에 맹렬히 저항한다. 그리고 리처드의 노력 때문에 의회가 지체부자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된다. 정의투쟁 모험영화라고 하겠는데 특히 쉰이 지체부자유자 연기를 뛰어나게 한다.
R. 차이니즈(323-777-FILM), 센추리15(310-289-4AMC),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미스터 언터처블’(Mr. Untouchable)
1970년대 할렘을 주름잡던 코케인 왕 니키 반스에 대한 기록영화. 오는 11월2일에 개봉될 갱스터 영화 ‘아메리칸 갱스터’의 주인공 프랭크 루카스는 니키 이전에 할렘을 말아먹던 헤로인왕. 둘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겠다.
니키는 60년대 말~70년대 초 격심한 변화를 이루던 미 흑인사회의 흐름을 타고 마약 왕으로 등극했다.
그는 ‘카운슬’이라는 조직을 구성한 뒤 1970~75년 사이 이탈리안 아메리칸 마피아로부터 마약을 구입, 중간상 없이 거리에서 직접 팔아 거부가 됐는데 이 점도 프랭크의 수법을 닮았다.
그러나 니키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표지 인물로 나온 것이 계기가 돼 체포된 뒤 법집행기관의 앞잡이가 됐다. 그는 현재 새 신원으로 숨어 살고 있다.
R. 일부 지역.
‘게임 끝내기’(Finishing the Game)
1973년 영화 ‘죽음의 게임’을 찍던 중 급사한 브루스 리의 후계자를 뽑는 과정을 유사 기록영화 식으로 만든 한마디 농담 같은 작품. 미 영화계에서의 아시안 남자배우 괄시를 경량급으로 풍자하고 있다.
브루스가 죽으면서 그의 후계자를 뽑는 오디션에 나온 남자들은 다음과 같다. 브루스와 똑같이 동작하고 괴성을 지르면서도 자신은 그와 아주 다르다고 주장하는 브리즈, 첫 영화 출연이 포르노인 배우 지망생 코울 김(한국계 성강), 한때 TV 형사 드라마의 스타였으나 지금은 진공청소기 외판원인 트로이. 여기에 ‘황색 형제’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백인과 인도계 미국인 의사까지 등장해 브루스가 되겠다고 한다.
11월1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후류’(Slipstream) ★★½
오스카상 수상자인 앤소니 합킨스가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작곡하고 주연까지 한 드라마.
데드라인에 맞춰 글을 끝내려고 애쓰는 각본가와 그의 영역을 계속해 침범하는 역겨운 제작진과 배우들의 얘기로 합킨스가 자기 경험을 영화화한 것 같다. 펠리니와 데이빗 린치의 영화를 짬뽕한 듯한 실험적 영화.
배우이자 각본가인 펠릭스는 현실과 자기만의 내면세계라는 두 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 펠릭스가 살인 미스터리 각본을 쓰면서 작품 속 인물들이 실제로 펠릭스의 삶 속에 나타나고 그의 삶이 작품 속 인물들 속의 것이 되면서 펠릭스의 내면이 폭발점에 이른다.
R. 일부 지역.
‘검은 아일랜드인’ (Black Irish) ★★★
보스턴 남부에 사는 아일랜드계 가족의 드라마로 무너져가는 이 가족의 고교생 나이의 둘째 아들이 주인공이다. 가족 멜로드라마이자 성격영화요 또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자아를 각성하는 소년의 성장기이다.
가톨릭 가정의 둘째 아들 코울은 성당의 복사이나 꿈은 야구선수가 되는 것. 코울의 아버지는 직장을 잃고 아내와의 불행한 결혼생활로 내면이 다 붕괴된 남자인데 코울의 어머니는 표면적으로나마 이 붕괴되는 가정을 멀쩡하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 아버지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 잠긴 코울을 괴롭히는 것이 무법생활을 하는 형 테리. 여기에 코울의 누나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면서 이 집에 예상했던 대로 폭력이 일어나고 비극이 찾아온다. 이런 와중에서도 코울은 자기 삶을 지키려고 온갖 애를 쓴다.
R. 페어팩스(323-655-4010).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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