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의 중심부답게 산 호세 부근에는 온갖 컴퓨터 관계 회사들만 많은 게 아니라 2003년에 문을 연 컴퓨터 역사박물관도 있고 더 텍(The Tech)이란 기술혁신 박물관도 있다. 아직 다 설치는 안 됐다지만 2만2,000점의 수집품들을 가지고 있는 역사박물관엘 가면 컴퓨터의 역사와 변혁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크기가 웬만한 방을 가득 채울 정도이고 요즘 시세로 몇 십만 내지 몇 백만 불이지만 정보 처리량은 400여 불짜리 퍼스널 컴퓨터보다 못한 50년대, 60년대의 컴퓨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엄청난 발전과 변화를 안내인의 설명과 함께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컴퓨터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컴퓨터의 기술혁명과 가격 인하를 자동차업계에 대입한다면 캐딜락 정도의 고급차가 2불 몇 십 센트여야 된다는 글을 읽었던 게 생각난다.
자원봉사자들이 안내를 맡고 있는 이 박물관은 매일 열리지는 않지만 입장료가 없으며 또 컴퓨터와 체스 게임을 해보는 등 체험도 있어 앞으로 컴퓨터 과학자를 꿈꾸는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에게 인기가 있다. 더 텍은 좀 흥행위주의 박물관 같은 인상이었다. 그러나 입장료가 있는 대신 볼거리가 더 많다. 또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손수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시설들이 여럿이어서 과학적 호기심 만족에 크게 기여하는 듯하다. 예를 들면 의회 연단 같은데서 연설하는 것을 녹화해서 금방 보게 한다든지, 제약회사에서의 약품 생산과정을 연습해보는 등 여러 활동을 컴퓨터로 소장했다가 집에 돌아가 더 텍 웹사이트를 찾아 티켓에 있는 번호를 넣어보면 그 박물관에서 자기가 한 활동을 자기 컴퓨터로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기술면으로는 신석기 시대에나 살았어야 적당했을 내 재간으로는 희미한 동영상 장면 한두 개밖에 성공하지 못했으니까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침 더 텍에는 ‘인체의 세계 2와 3파운드짜리 보석’(Body World 2 & The Three Pound Gem)이란 순회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희한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인지 개구리 해부만 해도 끔찍스러워 메스를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 나로서는 인체의 해부나 내장들에 대한 노출은 고작 의사들 방 벽에 걸려있는 모형도가 고작인 게 당연했었는데 이번에 사체의 실물 구경을 철저히 하게 되었다. 건터 본 하겐스라는 독일 해부학자가 1977년 발명했다는 사체의 보존화 기술이 가능케 한 그 전시회에는 별도의 입장료가 있었지만 인체의 각 기관, 신경과 핏줄을 생생하게 보여주어 과거에 의과대학생들이나 해부학자들이나 볼 수 있는 인체 내부를 속속들이 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200여 개의 인체 부위와 20여 개의 사체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발레리나의 댄스 동작의 모습이나 남녀 아이스 스케이터의 빙상에서의 묘기 모습이 피부가 벗겨진 상태로 근육과 힘줄 등 적나라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또 신체 기관의 비교도 진열되어 있었다. 건강했던 사람의 흰색 내지 회색의 폐, 흡연자의 새까만 폐, 그리고 새까마면서도 작아진 광부의 폐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어 제 정신이 있는 흡연자들이 보면 대경실색하여 절연의 용단을 내릴 법도 하다. 또 130파운드와 300파운드의 몸무게였던 두 사람의 단면도는 마치 돼지고기 삼겹살의 중간층처럼 흰 기름이 엉켜져있는 비만증 환자의 징그러운 모습 때문에 6척에 185파운드면 전체 체중은 괜찮아도 요즘 복부가 보기 싫게 튀어나온 나 자신의 경각심을 자극하기에 족했다.
3파운드밖에 안 되지만 수십억 개의 세포로 잠재가능성이 무한한 두뇌에 대한 전시와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되어 한 세포가 만들어지고 엄청난 속도로 나뉘어져서 몇 달이면 수백억 개의 세포들이 자라나는 과정의 영상도 생명의 시작은 수정 때부터라는 확신과 더불어 세포 하나하나에 든 DNA에 그 개인의 모든 특성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들어있어 성장을 주도하는 과정 등 조물주의 오묘한 섭리에 대한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했다.(시편 139: 13-16) 또 두뇌의 잠재능력에 비해 육체는 20대 이후면 퇴락의 길로 들어서는 괴리를 눈으로 보고 아담의 유전죄와 그리스도의 대속을 통한 완전성 회복이란 성서의 가르침을 묵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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