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할러데이 주문에 대해 무료 배송을 시작한 캐털로그 회사 ‘L.L. 빈’의 메인주 프리포트 소재 주문 처리센터.
무료 배송 광고판을 붙인 트랙터 트레일러가 메인주 프리포트의 ‘L.L. 빈’ 주문처리 센터를 떠나고 있다.
‘무조건 무료배송’성공할까
크리스마스 트리가 10월부터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나라가 미국이지만 캐털로그 회사 ‘L.L. 빈’은 9월부터 무료 배송 프로모션에 착수, 할러데이 시즌 마케팅 캠페인의 기선을 잡고 있으나 수많은 온라인 경쟁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것 같지는 않다. ‘L.L. 빈’의 무료 배송에는 최소구매 요건이 전혀 없어 지난해에 온라인 상인의 80% 이상이 채택, 도대체 무료란 말을 왜 붙였는지 의아해 했던 조건부 무료 배송 제안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깨알 같은 작은 글씨로 적어 놓은 이런 저런 조건을 가능한 한 없애서 진짜 무료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고 ‘L.L. 빈’의 스티브 풀러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말하지만 사실 모두 무료는 아니다. ‘L.L. 빈’의 경우에도 침대, 소파, 카누 및 기타 무게가 많이 나가 운송료로 20~60달러가 들 만한 물건들은 무료 배송 대상이 아니다.
“새로운 고객층 확보 위해 가장 효과적”
고객도 소매값 할인보다 무료배송 선호
대부분 샤핑몰은 1인당 구매액 늘리려
‘일정액 이상만 무료배송’ 방법 사용중
그렇지만 가벼운 것들에는 물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종 가격에 평균 8달러 정도를 추가시키는 배송료를 전혀 낼 필요가 없다. 이 프로모션으로 이 회사가 손해를 볼 것인지 여부는 함구하는 풀러 부사장은 “무료 배송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페덱스’와 ‘UPS’ 뿐입니다. 사실 손해를 보기 쉽지요”라고 말한다.
온라인 샤핑객들은 운송비 부담이 없는 사이트에서는 주문을 더 자주하지만 평균 주문 금액은 적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배송비 때문에 하나 팔 때마다 이윤폭이 줄어들므로 회사들이 ‘프리 시핑’ 프로모션 기간은 소매가격을 잘 할인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L.L. 빈’이 굳이 무료 배송 프로모션을 하는 이유는 신규 고객층 개발을 위해서다. ‘L.L. 빈’에서 구입한 물건을 선물로 주는 사람은 물론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L.L. 빈’에서 더 많은 주문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L.L. 빈’은 올 봄철 장사가 잘 돼 비용이 많이 드는 판촉행사를 부담할 수 있는데다 배송비는 이윤이 아니라 경비 벌충에 쓰여 왔으므로 무료 배송이 가능하다고 풀러 부사장은 덧붙였지만 최근 한 업계 단체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소매상의 54%는 무조건 무료 배송 제안을 시도해 봤으나 올해도 그렇게 하겠다는 업체는 그 반도 안됐다. 반면 조건부 무료 배송을 해본 업체는 80%에 달했고 71%가 올해도 그 방법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테크놀러지 컨설팅 회사 ‘주피터 리서치’의 분석가 패티 프리먼 에반스는 “무료 배송을 내걸면 확실히 반응은 좋지만 그 제안이 없었어도 구매했을 손님에게까지 운송료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소매업자들은 무료 배송에 대해 점점 더 영리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에 ‘팀벌랜드’를 대상으로 한 사례 연구 결과 매출을 40% 더 늘려야 무조건 무료 배송 판촉비용이 충당된다는 것이다.
‘아마존 닷컴’의 구둣가게 ‘엔들리스 닷컴’처럼 아직도 고객 기반을 구축중인 회사라면 신규 고객 증가로 그 부담이 정당화되겠지만 다른 회사들에는 고객에게 최저 주문량을 채우도록 해서 운송비를 조금이라도 벌충할 수 있는 조건부 무료 배송이 훨씬 안전하다.
‘아마존’은 몇 년 전부터 이 방법으로 호평을 받아오며 25달러 이상 주문에 대한 무료 배송을 계속하고 있다. 크레이그 버먼 ‘아마존’ 대변인에 따르면 새로 나온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 서비스를 통해 개별 상인들을 대신하여 비축, 배달해 주는 물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아마존 닷컴’에는 무료 배송 대상 품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편 ‘갭’은 2년 전부터 ‘올드 네이비’ 웹사이트에서 샤핑하는 고객들에게 주문 금액에 관계없이 건당 6달러인 운송비중 5달러를 보조해주고 있는데 성공적이어서 8월부터는 ‘바나나 리퍼블릭 닷컴’과 ‘갭 닷컴’에서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바나나 리퍼블릭 닷컴’과 ‘갭 닷컴’ 고객들은 125달러 이상 주문해야 무료 배송을 받았고, 그 미만의 경우 6~12달러를 내야 했다.
“‘올드 네이비’ 고객들은 단순 투명한 데다 소액인 정액 운송비를 환영합니다. 워낙 만만치 않게 드는 운송비가 올해도 오를 것이기 때문에 무료 배송 프로모션은 자주 하기 힘들지만 소비자들은 우리 방식을 더 좋아합니다” ‘갭’의 온라인 디비전을 관장하는 토비 렝크의 말이다.
‘주피터 리서치’의 에반스는 고객들은 더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가격 할인보다 무료 배송 프로모션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 얼마가 절약되는지 따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오버스탁 닷컴’도 손님들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에 대해 보고한다. 그동안 무엇을 팔건 배송료로 2달러95센트를 받아온 이 회사는 가끔 배송료를 1달러로 낮추는데 그러면 갑자기 주문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400달러짜리 책장과 침대 같은 것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평균 주문량이 믿을 수 없을 만치 늘어난다. 그래서 올 할러데이 시즌에는 배송료 무료 및 할인 프로모션을 더 자주 내놓고 다양한 시험을 해볼 예정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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