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달걀·새우·조개·우유·생선·복숭아까지…

특성 음식에 두드러기나 구토 증세를 보이는 음식 앨러지를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미국내 어린이 땅콩 앨러지 발병률이 5년새 2배나 늘었다는 통계가 발표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약 2%, 어린이는 6% 정도가 특정음식에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 앨러지는 특정 음식을 섭취했을 경우 신체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반응해 피부 발진, 설사, 구토,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과도한 앨러지 반응를 ‘아나필랙시스’(anaphylaxis)라 하는데, 어떤 음식에 대해 인체 면역 시스템이 지나치게 과민반응하기 때문에 과다한 히스타민이 분비되고, 심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호흡곤란 등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드물지만 아주 심한 앨러지 반응은 생명까지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음식 앨러지로 일년에 약 15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음식 앨러지는 땅콩 앨러지가 비교적 널리 알려진 편이고 이 외에도 콩, 조개나 새우 같은 갑각류, 밀(wheat), 우유, 달걀, 생선, 복숭아 등 음식 앨러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두드러기나 가려움증·구토에
심하면 호흡곤란, 응급실 신세질수도
미국내 성인 2% 아동 6%가 ‘고통’
특정 음식 피하고 필요할 땐 약 처방


우유나 달걀 앨러지를 갖고 있는 어린이의 경우 눈, 코 등에서 비염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천식, 비염 앨러지 검사를 하고 있는 어린이.

■ 땅콩 앨러지
미국내 약 300만명이 땅콩 앨러지 환자로 추산된다.
땅콩 앨러지와 땅콩 과민증(Peanut intolerance) 증상은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땅콩 과민증인 경우는 땅콩을 조금만 섭취하면 소화불량이나 속쓰림 정도로 약하게 증상이 나타나지만 면역 체계에 혼란을 일으키는 과민반응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땅콩 앨러지인 경우는 극히 일부분 정도에 불과하는 소량의 땅콩 성분이어도 호흡곤란 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요리용 땅콩 오일 스프레이에서 뿜어져 나온 소량의 땅콩 성분을 호흡해도 신체 반응이 즉각 나타날 수 있다.
사실 땅콩 앨러지나 땅콩 과민증은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땅콩을 조금만 먹어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정도의 과민증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땅콩 성분이 조금 들어있는 과자인데도 모르고 먹었다가 구토나 설사, 두드러기, 호흡곤란 등 심한 증상이 나타나면 땅콩 앨러지로 조심해야 한다”며 그 차이는 정밀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땅콩 앨러지의 증상으로는 가려움증, 붉은 발진, 두드러기, 피부가 붓거나 호흡곤란, 구토, 복부 통증, 의식을 잃는다든지 등이 있다. 심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어지럼증이 나타나거나 맥박이 심하게 뛰거나 약해질 수도 있다. 또한 피부나 입술, 손톱이 푸르스름해지기도 한다.
땅콩 앨러지 반응은 음식 섭취 후 수 분만에 또는 1시간 내에 나타난다. 땅콩 앨러지 환자는 피넛버터를 먹은 사람과 키스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호흡곤란 증상이 찾아올 수 있다.
땅콩 앨러지가 있는 사람이 반응할 수 있는 음식으로는 땅콩버터, 땅콩 밀가루, 땅콩 믹스, 땅콩을 함유한 쿠키나 빵, 아이스크림, 냉동 디저트, 에너지 바, 샐러드드레싱, 시리얼, 그라놀라 바 등이 있다. 또한 설탕과 넛트 종류로 만든 누가(Nougat) 과자나 케익을 만들 때 쓴느 마지팬(Marzipan)에도 넛트 종류와 달걀흰자, 설탕이 들어감으로 땅콩 앨러지 환자는 조심해야 한다.
또한 ‘아라키스 오일’(Arachis oil)은 땅콩오일의 다른 이름으로, 화장품 성분에도 표기될 수 있다. 초콜릿을 비롯해 중국이나 인도, 멕시칸, 타이, 베트남 요리에는 땅콩이 들어가므로 주의해야한다. 땅콩 앨러지인 경우 해바라기 씨에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가족 중에 다른 음식 앨러지가 있는 경우 자녀들에게도 음식 앨러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음식 종류가 다른 앨러지로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땅콩 앨러지는 1~2세 에 첫번째 앨러지 반응이 나타난다. 아이가 땅콩 앨러지인지는 피부반응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증상에 대한 치료로는 항히스타민제가 쓰인다. 또한 땅콩 및 땅콩 함유 음식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음식에 감춰진 땅콩 성분 함유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구입할 때는 레이블에 땅콩 성분이나 땅콩 단백질이 함유돼 있는지 꼭 체크해야 한다.



우유 앨러지 2∼3세 되면 낫기도
모유 4∼6개월까지 먹이면 예방에 도움… 면역력도 높아져

■ 콩 앨러지
미국내 약 1%가 콩 앨러지로 고생하고 있다. 대부분 콩을 원료로 한 분유에서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3세 때 나타나기도 하며 성인이 돼서도 나타낼 수 있다.
콩 앨러지의 증상은 비교적 땅콩 앨러지보다는 가벼운 편이다. 하지만 역시 음식 앨러지의 일종이므로 심하면 목숨을 위협하는 아나필랙시스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콩 앨러지로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인 환자의 경우는 땅콩 앨러지와 천식을 함께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콩 앨러지 증상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입술이 따끔따끔하거나, 가려움증, 피부 습진, 두드러기, 구강 염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또한 입술이나 얼굴, 혀와 목이나 다른 부위가 붓기도 한다.
땅콩처럼 콩 성분이 들어간 것을 피하는 것이 관건이다.
치료는 콩이나 콩 단백질을 함유한 음식을 피하는 것. 콩 앨러지 환자는 음식 레이블을 주의깊게 읽고 콩 섭취에 대단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아의 경우 콩이나 우유를 주성분으로 하는 분유보다는 모유를 먹이는 편이 더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4~6개월까지는 모유를 먹이는 것이 음식 앨러지의 위험을 줄이고 면역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 조개, 새우 앨러지
조개 새우 앨러지는 성인에게 비교적 잘 나타나는 음식 앨러지다. 두드러기나 구토,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조개를 비롯해 랍스터, 홍합, 굴, 전복, 새우, 심지어는 문어나 오징어에도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이 앨러지는 상한 조개를 먹고 나타나는 식중독과는 다르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식중독은 면역체계와 상관없이 박테리아나 오염에 의한 것으로 일회성에 불과하지만 앨러지는 항상 섭취하는 음식에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 밀가루 앨러지
밀을 비롯해 오트밀의 원료인 귀리, 호밀, 보리 등에 반응을 나타내는 앨러지다. 이것 역시 밀, 보리에 섞여 있는 글루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글루텐 소화장애(gluten intolerance)와는 구분해야 한다.

■ 우유 앨러지
우유 앨러지는 어린이 사이에서 흔한 음식 앨러지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유아 중 2~3%가 우유 앨러지로 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피부에 오돌도돌 뭔가 돋거나 설사, 구토, 두드러기, 복부 팽만감, 기침, 콧물 등 증상도 심한 편이나 목숨을 위협하는 아나필랙시스 반응은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다행인 것은 아기 때 우유 앨러지였어도 2~3세면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앨러지 반응이 수분만에 또는 몇 시간안에 나타나는데, 어떤 경우는 며칠 있다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유 앨러지와 유당 불내증(3면 기사 참조)은 다르다. 유당불내증인데 우유 앨러지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유당불내증은 면역 시스템과는 상관없는 증상으로 소화장애가 나타날 뿐이다.
우유 앨러지 어린이는 또한 달걀이나 콩, 땅콩 앨러지를 동반할 수도 있다. 건초열(Hay fever) 증상을 동반해 기침이나 눈 코에서 비염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 식도 역류질환 같은 속쓰림 종류의 위장 장애도 나타나기도 한다.
역시 치료방법은 우유나 우유 단백질을 포함한 음식을 피하는 길밖에 없다.
모유 수유가 가장 좋은 방법이 되지만 모유 수유가 힘든 경우 앨러지를 일으키는 카세인, 유장을 분해한 저앨러지성 분유(Hypo-allergenic formulas)나 콩을 주원료로 한 분유(Soy-based formulas)를 먹일 수 있다.

■ 달걀 앨러지
어린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앨러지로 자라면서 5세 이후면 앨러지 반응이 서서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달걀 앨러지는 한인들에게 생소하지만 달걀노른자와 흰자는 음식 앨러지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들을 포함하고 있다. 노른자보다는 흰자에 앨러지 반응을 잘 나타낸다.
역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달걀 성분이 숨어있는 음식으로는 마시멜로우, 지방대체제인 ‘심플리즈’(Simplesse), 마요네즈, 머랭(설탕과 달걀흰자 거품낸 것을 섞은 것), 과자류, 빵 종류, 소스, 케이크, 가공 고기나 미트볼, 푸딩, 샐러드드레싱, 파스타, 달걀 대체식품, 룻 비어(Root beer), 스페셜 커피 등이 있다.



앨러지 유의사항

음식먹고 호흡곤란·혈압 떨어질 땐 즉각 911

성인이 된 후 특정음식에 반응하는 음식 앨러지가 나타날 수 있다.
음식 앨러지가 나타났다면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가볍게 여기거나 자신이 앨러지가 있는지 조차 모른 채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까지도 얼마든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음식 앨러지에 대한 완치법은 없고 증상을 완화하거나 예방책만이 있을 뿐이다. 베네드릴 등 오버 더 카운터로 판매되는 약이나 처방전이 필요한 약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가족 중에 음식 앨러지로 호흡곤란 및 숨이 가빠지거나 혈압이 떨어지는 등 아나필랙시스 반응이 나타났을 경우에는 즉각 911을 부르거나 응급실로 간다.
부신 호르몬의 일종인 아드레날린(epinephrine)을 주입하는 ‘에피펜’(EpiPen)을 주치의에게 처방받아 준비해 두었다가 응급상황이 왔을 경우 사용법에 따라 주입한다.
만약 구토나 출혈이 있다면 기도가 막히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또한 호흡곤란으로 숨을 쉬지 못할 경우 즉각 CPR(심폐 기능 소생법)을 실시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 아토피 걱정으로 음식 앨러지와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우유, 달걀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한 음식 앨러지는 대개 3세 이후에는 자연히 사라지지만, 땅콩 앨러지는 평생 지속된다.

<정이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