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편견 ‘격파’하고 더 가까워지는 계기 됐으면”
북한 태권도 시범단 초청한 정우진 태권도타임스 회장
북한 태권도 시범단(공식명칭은 조선태권도위원회 시범단)의 사상최초 미국 순회시범이 시작됐다. 베이징발 중화항공을 이용해 시범단이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첫발을 내디딘 날(4일)은 베이징을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에서 역사적 합의문이 채택(3일)된 다음날이자, 근 하루 가까운 시차가 있기는 있지만 제2차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이 발표된 날(4일)이다. 게다가 미국과 북한 양국이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로운 이웃으로 나아가기 위한 갖가지 물밑움직임들이 부산한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한층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방문은 USA태권도 마샬아츠 커미션 총재인 아이오와 거주 정우진 태권도타임스 회장의 개인초청 형식이다. 그러나 북한손님들인데다 때가 때여서 그 의미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범단은 북한체육 최고실세이자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인 장웅 IOC위원과 배녕만 조선태권도위원회 부위원장이 인솔하고 있다. 본보는 시범단이 4일 오전 SF를 거쳐 LA에 도착한 순간부터 초청자 자격으로 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정우진 회장과 5일 오전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시범단과 함께 첫밤을 보내고 LA 인근 할리웃에서 세계적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의 세트장을 구경하다 전화인터뷰에 응한 정 회장은 시범단을 초청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15년 전부터 8번인가 북한을 다녀왔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미국을 보는 눈이나 미국 사람들이 북한을 보는 눈이 너무나 달라서 한번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이 볼 때는 북한이 전부 군인들만 있는 것 같고 너무 특이하게(괴이하게) 보이겠지만 내가 볼 때 북한 국민들은 통일을 정말로 염원하고, 쇼가 아니라 간절히 염원하는 걸 느꼈다. 북한 사람들도 미국을 미사일이나 만들고 그러는 것처럼 알고 있고. 그래서 미국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이 세계평화와 화해를 원한다, 이런 것도 보여주고 미국인들이 24시간 일하는 것도 보여주고, 다 잘사는 게 아니고 못사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인종들이 모여 법 밑에 모두가 평등하고,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정 회장은 약간의 우스개를 섞어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권력자나 돈 있는 사람이 아니라 불구자(장애인), 애들(어린이), 여자, 개, 그리고 그 다음에 남자 아니냐”며 “그래서 세계사람들이 이민을 오고싶어 한다는 것을 설명이 필요없이 눈으로 보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백번을 듣는 것보다는 한번 보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아이오와에서 이동할 때도 비행기를 타지 않고 8시간, 열몇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직접 보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사람들이 아는 북한 사람들은 전부 군인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정말 순박해요. 꼭 우리 60-70년대 (남한) 사람들 같이”라며 “매스컴을 통한 북한사람과 실제 북한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미국 사람들한테도 보여주는 싶다, 그것을 무도를 통해서, 무도는 하나의 예술이잖아요”라고 이어나갔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정치적 해석을 경계해 가급적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정 회장은 “이런 기회에 북미(양국)이 여러가지 면에서 가까운 지름길이 됐으면 하는 그런 뜻도 있다”는 말로 태권도 교류 이상의 소원이 자리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 회장은 이어 “요번 행사는 미국 무도인 태권도인들 코리안아메리칸, 종교단체 힘으로 되고 있다. 우리는 가방 날라주고 이런 일을 맡아주고 있다”며 한인사회가 태권도계의 일로만 치부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북한 태권남녀들의 미국땅 입성 소감이나 분위기에 대해 정우진 회장은 “굉장히 생소한 나라, 뭐라고 그럴까 너버스(긴장) 됐다고 그럴까, 굉장히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릴렉스시키는 데(편하게 해주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나도 첨에 북한에 갔을 때 굉장이 무섭고 그랬는데 이 사람들은 더 하겠죠”라고 말한 뒤 “많이 너버스하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많은 그걸(조사를) 받은 것 같애요, 2시간정도 조사도 받고, 북경에서 출발할 때도 많은 그게 있었던 거 같애요”리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빨갱이니 뭐니 그러지만 그런 걸 떠나서 다 같은 동족이고, 그 이전에 우리가 다 같은 인간 아닌가, 우리는 남에서 태어나 미국에 왔고 저그(북한시범단)는 북에서 태어나 여기 온 것”이라고 다 같은 인간임을 재삼재사 강조했다.
장웅 IOC위원의 동향에 대해 정 회장은 “이 참에 태권도, 무도로써 북미간에 역사적인 이런 일을 한다고 해서 보러 오고 격려하러 오고”라며 동행목적을 지나가듯 귀띔한 뒤 “하여튼 그 다음에 뭐 또 미국에 IOC하고도 뭐 있겠지만, 우리는 알 일이 아니고, 남북 태권도 단합 이런 거 하러 온 거 같애요”라고 전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시범단에 대한 한인사회의 따스한 맞이가 줄을 잇고 있어 스케줄에 혼돈이 좀 생길 정도라고 한다. 도착 첫날인 4일 LA의 한 순두부집에서 시범단에 무료식사를 대접했고 다른 곳에서도 서로 식사에 초빙하는 등 처음 발표직후와 달리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북한 태권도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회사 한두군데서 따라붙어 근접취재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시범단의 안전 등을 고려해 행선이 수시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경상도 울주(울산 옆) 쪼그만 산 밑 출신” “6.25 막 지나서 깡패들한테 안맞을라고 태권도를 시작했다” “나이가 드니까 단수가 거꾸로 내려가서 이제 마이너스 9단인데 내년쯤 가면 마이너스 10단쯤 될 것 같다”고 바쁜 와중에도 유머로 답한 정우진 회장(65)은 “1971년에 한 1년 있다갈라고 아이오와 촌으로 왔는데 어떻게 30년이 넘어버렸다”며 “사람이 모질래다보니(모자라다보니) 쭉 이것(태권도)을 하고 있다” “아니 나같이 모자란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재미있지 않냐”고 껄껄 웃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오와를 중심으로 여러곳에 동양무도 도장을 45개나 운영하고 있으며 헬스클럽 8개에다 개발전문회사까지 거느리고 있다. 직원만 약 260명.
“촌에서만 살아서 샌프란시스코 같은 큰 도시에 갈라니(가려니) 겁이 나는데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잘 좀 부탁한다”고 엄살성 당부를 곁들이며 정 회장은 “국무성(부)에서도 굉장히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태권도가 그저 주먹이나 날리고 발이나 차는 그런 게 아니고 미국의 정신문화에 기여하고 그러니 이번에 태권도를 통해서 코리안아메리칸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등 8개국 태권도인들을 인솔하고 38선(휴전선)에서 통일지도를 그려놓고 휴전선을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세계 여러나라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은 7일 오전 SF에 도착,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동안 플레젠튼중학교에서 시범을 펼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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