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합창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을 꼽자면 아마 바그너의 ‘탄호이저’ 중에 나오는 ‘순례자의 합창’이 아닌가 한다. 남성합창으로 이루어진 이 굵직하고 감동적인 합창을 듣고 있으면 인생의 실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인생을 흔히 고해, 순례의 길이라고도 한다. 종교가 지적하는 고난을 말하는 것으로, 인생의 아픈 실존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러나 인생에서 고난이 없으면 감동(희열)도 없을 것이다. 감동이 없는 인생은 구원 없는 영혼처럼 메마를 수 밖에 없다. 산다는 것은 매일의 고통 속에서 희열(구도)를 추구해 나가는 길고도 험한 순례의 길이다. ‘순례자의 합창’이 주는 감동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마도 이러한 인생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순례자의 합창’으로 유명한 ‘탄호이저’ 공연을 통해 청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18일 개막무대를 시작으로 오는 10월12일 까지 계속되는 ‘탄호이저’는 테너 피터 셰퍼트(탄호이저역)의 청아한 음성, 합창단의 굵직한 노래들이 극찬받고 있다. 새 단장 데이빗 곡클리씨의 첫 프로덕션으로, 근대식 수법을 선보였으나 무대는 형편없다고 혹평 받았다. 그러나 음악 만큼은 바할 바 없이 아름다워 합창과 독창, 오케스트라가 어울어진 매우 음악적인 무대라고 절찬받고 있다.
이 작품은 1842년 독일의 바그너(1813-1883)가 바르트부르크라는 옛성을 구경하며 작곡한 작품으로 영과 육의 싸움, 속세에 물든 캐톨릭에 대한 반발 등이 표출된 작품이다. 음악이 종교나 도덕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믿은 바그너의 예술관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으로 ‘탄호이저’라는 기사가 쾌락의 동굴 비너스에서 탈출, 종교적인 순례를 통하여 영혼 구도에 나선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긴 서곡이 끝나고 막이 열리면 비너스의 동굴. 이곳에서 탄호이저는 비너스와 애욕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윽고 꿈에서 깨어난 듯 탄호이저가 동굴 생활의 권태를 노래하고 비너스가 만류하는 유혹의 노래를 부른다. 동굴밖 언덕에서 들려오는 목동의 피리소리, 순례자들의노래소리가 들려오자 감동한 탄호이저가 동굴을 버리고 옛 애인 엘리자베트를 찾아 나선다.
2막은 바르트부르크의 성안. 환희의 서곡이 끝나면 노래 경연대회를 알리는 팡파르와 함께 엘리자베트가 등장, 유명한 노래 ‘전당의 아리아’를 노래한다. 탄호이저가 친구 볼프람의 안내로 들어와 엘리자베트의 발 아래 무릎을 꿇고 만남의 기쁨을 노래한다. 이윽고 가수들과 귀빈들이 입장하는 데 이때 ‘축제 행진곡’이 울려퍼진다. 볼프람이 일어나 정숙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이상을 노래해 박수를 받지만 탄호이저는 비너스를 찬미하는 노래를 불러 비너스 동굴에서의 옛 생활이 들통나고 만다. 기사들이 검을 빼 탄호이저를 죽이려 하지만 엘리자베트의 간곡한 만류로 탄호이저는 잘못을 뉘우치고, 죄사함을 받기 위해 로마 순례에 떠난다.
3막은 바르트부르크의 산 기슭. 흰 옷을 입은 엘리자베트가 성모 마리아 상 앞에서 탄호이저의 무사귀환을 기도한다. 이윽고 순례자의 합창이 들려오는 데 탄호이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실망한 엘리자베스는 절망과 기다림으로 죽음을 맞게 되고 곧 교황에게 죄사함을 받지 못한 탄호이저가 돌아 온다. 탄호이저는 볼프만에게 ‘로마 이야기’를 들려주며 또다시 비너스의 동굴을 찾아가겠다고 외친다. 이때 엘리자베트의 장례행렬(죽음의 소식)이 지나가고 볼프만으로부터 엘리자베트의 죽음을 전해들은 탄호이저는 “깨끗한 엘리자베트여 나를 용서하라’고 외치며 쓰러져 죽는다. 이 때 젊은 순례자들이 나타나 탄호이저의 죄사함을 알리는 잎이 핀 마른 지팡이를 들고 ‘할렐루야’를 노래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3막에 등장하는 ‘순례자의 노래’는 서곡의 주제 선율로서도 잠깐 등장하는 데 우렁찬 남성합창은 ‘고난의 순례자들아 십자가를 바라보라. 저주와 고통이 사라졌도다. 할렐루야!’를 외치고 있다. 공연시간 4시간.
- 남은 공연 : 10월3일(7 pm), 7일(1 pm), 12일(7 pm)
- 티켓 문의 : www.sfopera.org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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