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나 ‘아이튠스’
장착된 랩탑 고객들은
곡당 99센트에 ‘내것으로’
우선 뉴욕·시애틀서 가능
“소비자 충동구매 부추기기”
어제부터 일부 지역 ‘스타벅스’ 매장에 ‘아이폰’이나 랩탑에 ‘아이튠스’소프트웨어를 깐 사람은 매장 스피커를 통해 듣고 있는 음악을 당장 전화나 컴퓨터에 직접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됐다. 곡당 가격은 99센트.
‘스타벅스 엔터테인먼트’의 켄 롬바드 사장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 고객은 즉각적인 만족을 느낄 것”이라고 말하는 이 일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구매 충동이 사라지기 전에 구입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충동구매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클릭 한번으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길을 개척한 것은 ‘아마존 닷컴’이지만 이제 더 많은 기능을 가진 장치들과 이동 지불 시스템이 결합함으로써 음악, 비디오, 영상 같은 미디어 뿐만 아니라 내구 소비재까지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변화는 데빗 카드, 상품권, 충전식 카드 등 구매자들이 미리 돈을 채워 넣은 구좌를 이용해 현찰을 주고 받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카드의 인기에 힘입고 있다. 크레딧 업계 뉴스레터 ‘닐슨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구매 대금 지불시 카드 사용은 현찰 및 수표 사용을 웃돈다.
그중 특히 크레딧 카드 회사들은 전화를 이용하는 방법을 실험중이다. 예를 들어 ‘비자’는 셀폰을 정보 해독기 앞에서 흔들면 25달러 미만의 구매는 서명 없이 지불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사년전만 해도 해독기에 카드를 긁는 것이 혁신적인 방법이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귀찮은 일이 됐다.
문제의 핵심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중에 크레딧 카드나 셀폰 사용료 청구서에 구매 내역이 찍히겠지만 당장은 캐시어나 기타 장애물이 없다는 점이다. 럿거스 대학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센터의 제임스 카츠 소장은 이동식 지불 테크놀로지는 유혹적인 구매 경험을 창출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구매 결정에 대해 심사숙고할 수록 확신은 자꾸 줄어드는 법인데 쉽게 지불할 수 있다는 유혹은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쾌락을 만들어내면서 그 쾌락을 실현시키기까지 합니다”
이 새로운 서비스는 아직까지는 뉴욕과 시애틀 지역의 600개 정도 매장에서만 가능하지만 ‘스타벅스’와 ‘애플’은 올 연말과 내년 사이에 다른 대도시로도 확대시킬 계획이다. ‘스타벅스’ 카페의 Wi-Fi 네트웍에 들어가면 그때 매장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노래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단추 몇개만 누르면 그 노래가 ‘아이폰’(‘아이파드’로도 쓸 수 있는)이나 새로 나온 애플 ‘아이파드 터치’에 다운로드된다. 요금 99센트는 전화요금과 함께 청구되는데 노트북 컴퓨터에 ‘아이튠스’ 소프트웨어가 들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이 서비스가 제공되는 매장에 앉아 있는 동안 랩탑을 열면 ‘스타벅스’ 아이콘이 튀어 나와 클릭 한번으로 구매할 기회를 제공한다.
‘스타벅스’는 소매 매장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자기들이 처음이라고 말하지만 음악 다운로드에 관한 한 최첨단 서비스는 아니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소비자들에게 무선으로 음악을 다운로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지 1년이 넘었고 ‘스프린트’와 ‘AT&T’를 통해서도 무선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커뮤니케이션 업계 컨설턴트인 로저 엔트너에 따르면 ‘스프린트’와 ‘버라이즌’을 통해 다운로드되는 노래는 한달에 6,000만곡이 넘는다. 소비자들은 ‘버라이즌’과 기타 셀폰회사를 통해 비디오, 사진, 월페이퍼, 링톤, 게임 등도 구입할 수 있으며, ‘버라이즌’은 음악팬들이 콘서트 입장권 구입에 사용한 전화를 연주회장 입장에 필요한 바코드로 이용하는 것을 실험하기도 했다.
엔트너에 따르면 전화를 풀서비스 지불 장치로 이용할 기술은 충분히 개발됐지만 사업상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즉 그 일에 관련되는 셀폰회사, 소매업체, 크레딧 카드 회사, 음반회사들이 모두 이 일에 참여하기를 원하나 전파로 지불되는 대금을 어떻게 나눠야할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래를 한곡 다운로드하면 현재 휴대전화 회사는 곡당 3센트의 이윤을 취하고 있다.
‘비자’는 지난 주, 새로 마이크로카드를 선보였다. 크레딧 카드와 똑같은 역할을 하지만 열쇠고리에 매달고 다니기에 알맞게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카드를 무선지불 시스템을 설치한 상점의 기계 앞에서 살짝 흔들면 25달러 미만 구매는 서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비자’는 또 이동지불 플랫폼이라는 소프트웨어도 내놓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전화기를 흔들어서 대금을 지불하게 해주고 상인들에게는 이동중인 고객에게 쿠폰을 쏠 수 있는 기술이다. ‘비자’ 회사도 캘리포니아주 포스터 시티 본사에서 직원들에게 회사 카페테리아의 할인쿠폰을 직원들에게 보내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 고객들에게 매우 호평을 받고 있다고 팸 주어처 부사장은 말했다. “디렉트 메일의 연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필요한 쿠폰을 집에 두고 나올 걱정은 없지요”
‘비자’는 이미 한국과 대만에서 시험중인 이 이동지불 시스템들을 제휴사인 ‘웰스 파고’와 함께 곧 미국에서도 실험할 계획이다. 일부 이동지불 시스템은 와이어리스 네트웍이 더 빨라 복잡한 서비스가 가능한 외국에서 더 발달했지만 결국은 크레딧 지불이 소비자 문화에 깊이 뿌리박힌
미국이 앞장서게 될 것이라고 엔트너는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장바구니에 골라 넣은 물건들의 체크아웃 과정을 시작한 사람중 끝까지 마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데, 계산대에 늘어선 줄이나 캐시어, 돈을 주고 받는 등의 장벽이 전혀 없는 전화로 지불하게 되면 충동과 구매 사이에는 단 한번의 클릭이 존재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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