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예렛 마트칼’은 이스라엘 군의 정찰 및 반 테러 임무 전담 정예부대다. ‘대담한 자가 이긴다’를 모토로 삼고 있는 이 부대는 군대내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1973년 레바논에 잠입해 1972 뮌헨 올림픽 학살을 저지른 범인들을 사살한 것도 이들이고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을 기습해 100여 명의 인질을 구출한 것도 이들이다.
지난 9월 6일 이스라엘 F-15 공군기들은 시리아 북쪽 다이르 아즈-즈와르의 한 기지를 폭격,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번 폭격으로 공장에 있던 북한인이 여러 명 사망했으며 사건 직후 대책 공조를 위해 시리아 고위 관리가 평양으로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측은 오래 전부터 이곳이 시리아의 핵무기 제조 공장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 폭격을 하기 전 워싱턴과 상의하자 부시 행정부는 확실한 증거가 없이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 때 투입된 것이 사예렛 마트칼이다. 시리아 군 복장을 한 이들 부대는 이 기지에 잠입, 이곳에 있는 핵 물질이 북한산이라는 것을 입증했으며 이 사실을 확인한 부시 행정부는 폭격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사예렛 마트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의 하나가 에후드 바락이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훈장을 많이 받은 군인’이란 영예와 함께 나중에 총리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지난 6월 이스라엘 국방장관 자리에 앉은 그가 취임하자마자 맡은 것이 바로 이 기지 폭격 작전이다. 이 작전은 워낙 극비리에 진행됐기 때문에 공군 조종사들도 발진한 후에야 행선지를 알았다. 이스라엘 정보부인 모사드가 올메르트 총리에게 올 초 시리아가 북한으로부터 핵 장비를 구입하려 한다고 보고했으며 이때부터 폭격 작전 계획이 수립됐다고 한다.
이 작전의 목적에 대해 공식 발표된 바는 없지만 중동 같이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도는 곳에서 이스라엘이 느닷없이 아랍권 기지에 대해 공습을 감행했다는 것은 사안이 예사롭지 않음을 말해준다. 시리아가 대량 살상 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 폭격 당한 기지가 핵과 관련이 있지 않고는 이스라엘이 전쟁의 위협을 무릅쓰고 공격을 감행하지는 않았으리란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가 북한이다. 공습이 ‘시멘트’를 실은 북한 선박이 시리아에 도착한 지 3일 후에 이뤄졌고 이 공습을 북한 중앙 방송이 대대적으로 비난했다는 점도 북한 관련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김일성과 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아버지 아사드와의 관계는 특히 돈독했다. 묘향산의 한 터널에는 아사드가 김일성에게 선물로 준 칼라슈니코프 장총과 권총이 보관돼 있으며 2004년 4월 신의주 용천 대폭발 사고 때도 10여명의 시리아 기술자가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 볼튼 전 유엔 대사는 북한이 핵사찰을 받기 전 가지고 있던 핵무기와 장비를 시리아로 빼돌리려 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6자 회담 일정이 갑자기 연기된 것도 중국이 미국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올까 두려워 미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과 시리아 정부는 핵 물질 존재 여부를 완강히 부인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부시 행정부가 마지막 금기로 여겨온 핵 물질 유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6자 회담 합의서가 나오고 미국이 2,500만 달러의 중유 지원을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발맞춰 노무현 대통령은 2일부터 평양을 방문, 대대적인 남북 화해 무드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회담 전 기자 간담회에서 “이미 풀려가고 있는 북핵 문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말하라는 것은 가서 싸우라는 것”이라고 말해 핵을 논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라크 전쟁의 실패와 함께 네오콘이 모두 물러나고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부시 행정부나 원래부터 북한이라면 꼼짝 못하는 노무현 정부나 이 시점에 와서 시리아-북한 커넥션을 문제 삼아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폭격 사건은 누구에게도 반갑지 않은 ‘불편한 진실’로 오래 동안 남을 모양이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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