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만’이 문제
“소아 비만이 문제다” 미국내 ‘비만’이 위험수위를 이미 지나버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사회 전반에 걸쳐 ‘비만과의 전쟁’이 몇년째 수행중이지만 결과는 오히려 전쟁에 지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질병예방 민간연구단체인 미 보건트러스트(Trust for America’s Health)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31개 주는 지난해에 비만 비율이 오히려 상승했으며 비만 비율이 떨어진 주는 단 1개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과의 전쟁에도 불구, 비만 비율이 떨어지지 않자 전문가들은 비만을 일종의 전염병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체질량 지수’로 진단
측정치 85이상이면 비만
아동의 3분의1이 과체중
방치하면 심장질환까지
섭식장애 겪지 않도록
부모의 세심한 지도 필요
미 전국 아동의 1/3은 현재 과체중으로 나타났으며 1970년대 이후 소아 비만은 3배 이상 늘었다. 2006년 발표된 미네소타 대학 연구에 따르면 여자 어린이 중 57%, 남자아이는 33%나 체중 조절을 위해 흡연, 단식, 식사 거르기 등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성형외과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는 틴에이저가 5,000명 가까이 체중조절을 위해 지방 흡입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1998년보다 3배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아비만이 늘면서 제2형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어린이 성인병 환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어린이 사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어린이 고혈압 환자도 200만명 이상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소아비만 때문에 20세의 젊은 나이에 심각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라 예견한다.
소아비만은 성인이 된 후에도 건강문제가 될 소지가 큰 것도 문제이지만 학교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선 교사들도 뚱뚱한 학생은 날씬한 학생에 비해 나약하며 학업 능률도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소아 비만을 퇴치하기 위해 집이나 학교, 사회 전반에서 다각도로 해결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소아 비만에 대해 알아보고 부모의 현명한 역할에 대해 모색해본다.
살을 뺀다고 무조건 운동을 시키기보다는 실생활에서 재미나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가해 수영, 발레, 테니스, 축구 등을 정기적으로 시키는 것도 좋다.
■ 소아 비만 어떻게 진단하나
소아과에서는 키에 연관된 몸무게 수치, 즉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에서 비만과 지방 상태 측정치가 85%이상이고 허리둘레가 보통보다 크면 일단 비만으로 진단한다. 소아 비만의 10-15%는 신진대사 부전증후군과 심장혈관 위험요인을 가지게 되며, 더 진전되면 제2형 당뇨병으로 발전된다. 또한 성장차트 체크 및 BMI 진단과 함께 가족 중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는 없었는지, 아이의 식사 습관이나 칼로리 섭취량, 활동량, 현재 건강상태 등이 고려된다.
■ 아직 어린이인데 고혈압, 당뇨병?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80%나 된다. 미국내 비만 초등학생의 50%, 비만 틴에이저의 80%는 일생을 체중과 싸우며 살아가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아예 비만 때문에 요즘 청소년들이 부모들보다 수명이 줄게될 지 모른다고 예견하고 있다.
비만 때문에 어린이 고혈압, 당뇨병도 늘고 있다. 미 심장학회(AHA)가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 고혈압은 1960년대부터 감소 추세를 보였다가 1980년대 후반부터 다시 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초기 고혈압의 경우 최근까지 2.3%가 증가했으며 중증 고혈압은 1%가 늘어났다.
패스트푸드 말고 단백질 충분히
무조건 칼로리 줄이기 보다는 현명한 식습관이 더 중요
수치가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십만명이 늘어난 것으로 대부분 만성 고혈압을 일생동안 짊어지고 가야하는 경우가 많다. 미의학협회지(JAMA) 발표에서도 18세 미만 고혈압 환자가 약 1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고혈압, 당뇨병도 문제이지만 비만 어린이는 정상체중의 어린이보다 골절상이나 관절문제도 좀더 자주 나타날 수 있으며 운동장애까지도 겪을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과체중 어린이는 운동이나 활동이 제한적이었으며 근육 및 관절통, 무릎통증을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정서적으로도 큰 문제다. ‘뚱보’로 놀림을 당하는 아이는 자기 비하를 불러일으키거나 또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 특히 놀림을 당하는 아이의 경우 거식증이나 폭식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할 수도 있다.
■소아 비만은 키 성장의 최대 적
최근 소아비만이 급격히 늘면서 비만이 키 성장을 저해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려서 찐 살은 키로 간다’는 속설과는 달리 소아비만은 키 성장에도 좋지 않다. 몸 속에 지방성분이 쌓이게 되면 성 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비되는데 이 성 호르몬이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하기 때문이다. 비만인 여자어린이는 생리가 빨라지게 되고 이로 인해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병원에서 소아비만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준연령은 3세 이상으로 이 시기 이후에는 아이의 체중을 잘 관찰해야 한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니 살이 찔 수 밖에
소아비만의 원인은 가족 병력 또는 비정상 호르몬으로 인한 요인도 있지만 당분이 많고 기름진 패스트푸드, 가공음식, 탄산음료 등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먹고, 운동량이 적은 환경적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활동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고 필요 이상의 칼로리가 쌓여 소아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전 세대에서는 반 이상의 어린이들이 걷거나 자전거 통학을 했지만 이제는 불과 10% 정도만이 걸어서 학교에 가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을 정도로 활동량이 준 것도 문제다.
학교에서 체육시간이 축소된 것도 영향이 크다. 미국내 90% 이상의 초등학교에서는 체육시간이 매일 있지는 않다.
바쁜 부모의 생활도 큰 영향을 끼친다. 바쁘다 보니 인스턴트나 설탕이 듬뿍 첨가된 시리얼, 오레오 같은 과자류, 프라이드치킨 같이 고열량 음식 등을 저녁식사로 먹이다 보니 필요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조언들
1. 가족 중 형제나 자매와 비교하지 않는다. 먹는 것이나 체중과 관련해 놀림을 당한 아이는 거식증이나 과식증 등 섭식장애에 빠질 위험이 크다. 칭찬을 한다고 “너는 네 언니보다 더 골격이 크다” 또는 “뚱뚱해서 귀엽다” 등의 위로성 발언도 위험하다.
2. “이 약이 새로 나왔다는구나”라며 엄마가 나서서 새로운 다이어트 법을 찾았다면서 새 다이어트 약이나 방법을 권하지 않는다.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더 살이 찔 위험이 있다.
3. “나도 네 나이 때는 내 체형을 싫어했단다” 같은 발언도 위험하다. ‘너무 말라서 몸매가 드러나지 않아 고민이었다’던가, ‘나도 너처럼 뚱뚱했다’는 등 발언도 좋지 않다. 아이에게 현재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4. “너 보기 좋구나. 살이 좀 빠졌니?” 자녀가 현재 체중계와 씨름하고 있다면 매일같이 체중이 ‘얼마나 빠졌느냐’보다는 건강식을 먹었는지, 군것질은 하지 않았는지 등 여부를 살피는 편이 더 낫다.
5. 매일 체중계를 달면서 식사량을 엄격하게 제한해도 좋지 않다. 너무 엄격하게 먹는 것을 제한하면 아이들은 다이어트 약이나 장 청소같은 좀더 쉬운 방법의 다이어트 법을 찾게 된다.
성공적인 살빼기와 청소년 비만 예방법
▲무조건 열량을 줄이기보다는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가공음식을 피하고, 살찌는 요인이 되는 생활 및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건강식을 먹도록 유도한다. 컬러풀한 음식을 먹게 한다. 또한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과 비타민은 충분히 먹게 한다. 양질의 살코기를 섭취하되 동물성 지방은 제한하고, 과일과 야채의 섭취량을 늘인다.
▲천천히 꼭꼭 먹는 식습관을 기르게 한다.
▲TV를 보지 않도록 하며, 식탁에 앉아 가족 모두 대화하며 식사하도록 한다.
▲작은 접시나 그릇을 이용해 먹게 한다. 그릇 사이즈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캔디나 초컬릿을 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과자, 빵, 국수, 흰 쌀밥 같은 단순 탄수화물이나 가공된 당을 섭취하기보다는 가공되지 않은 음식이나 복합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또 라면, 피자, 초컬릿, 햄버거, 과자류, 각종 튀김류를 피한다. 어떤 음식이 건강식인지 가르친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과 저녁을 많이 먹게 돼 과잉의 영양분이 몸에 축적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하루 세 번의 규칙적인 식사를 하도록 한다. 또 과자보다는 과일이나 견과류 같은 영양가 있는 간식도 챙겨준다.
▲정기 검진을 받는다.
▲긍정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지도한다.
▲적절한 운동이 꼭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강도를 높이기보다 가벼운 운동을 장시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격식에 짜여진 운동보다는 자녀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할 만한 운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좋다.
▲자녀의 식습관 개선을 위해 부모와 가족 모두 같이 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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