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트레일 시작하는 곳에서 재미한인산악회 회원들과 포터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페루의 유적지 중 하나. 페루에서는 이런 유적지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나스카 라인의‘불가사의’
샌프란시스코 근교에는 높은 산이 없어 별도의 고산적응 훈련이 필요한 동생은 5월 초에 짐을 챙겨서 LA로 내려왔다. 내가 일을 쉬는 수요일에 집 뒷산인 스트로베리 피크로 동생을 훈련시키기 위해 데리고 갔다. 6,000피트가 조금 넘는 곳인데 첫날엔 동생이 토할 것 같다고 했다. 우리가 갈 곳은 그 2배가 넘는 곳인데… 그 다음 주는 볼디 산(Mt. Baldy)으로 훈련을 갔다. 동생으로서는 KAAC 회원들과 첫 만남이었다. 동생은 철의 여인답게 선두 그룹에 서서 잘 걸었다. 나와 최 약사는 겨우 겨우 따라가 정상에 도착했더니 동생은 일찌감치 도착해서 돌을 둥글게 쌓아 놓은 곳에서 편히 누워 쉬고 있었다. KAAC 회원들은 볼디산에 처음 와서 정상 정복하는 사람들이 흔하지 않은데 아주 잘 했다며 나와 최 약사를 칭찬해 주었다. 진짜로 우리가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격려의 소리들인지 혼동이 되었지만 정상까지 따라온 우리들은 마음이 뿌듯했다. 그 후 동생과 나는 틈나는 대로 스트로베리 피크로 훈련을 갔다. 일행은 6월1일 LA를 출발하게 되어 있었지만 우리 둘은 5월27일부터 닷새 동안 페루 여행을 할 예정이었다. 그들과는 6월1일 저녁 리마의 호텔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2천여년전 모래에 새긴 지상 거대 그림
플라밍고는 길이 180m, 하늘에서 봐야
5월27일
아침 8시30분 LA 출발, 애틀랜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페루의 수도 리마(Lima)에 밤 10시반께 도착했다. 공항에서 페루 돈인 솔(sol)로 바꾸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안개 같은 비가 뿌리고 있었다. 동생은 주차장에서 일하는 정복 입은 사람에게 호텔 주소를 보여주며 택시를 부탁했고 호텔까지 15sol이라고 했다. 차를 타기 전에 가격을 정해야만 바가지를 쓰지 않는단다.
도착한 곳은 샌마틴(San Martin) 광장에 있는 좀 낡은 호텔이었다. 페루 여행 책에서 추천하는 곳들이 모여 있는 옛 리마 중심지라 이곳에 호텔을 정했노라고 동생이 설명했다. 하루 60달러이었다. 동생이 흥정을 했다. 우리가 하루 더 묵으면 얼마냐고. 30달러, 반값으로 뚝 떨어졌다. 여행 경험이 풍부한 동생은 경비 절약에 철저했고 나는 따라다니며 열심히 배웠다. 다른 세계였다. 사실 나는 여행을 별로 다니지 못했다. 나이 60이 다 되도록 약국에 묶여 있으면서 “언젠가는 무엇을 해야지”하며 계획만 잔뜩 세웠을 뿐이다. 그동안 동생은 몇 번이고 나에게 충고했다. “언니야, 무언가를 할 때는 내가 왜 그것을 하고 있는가를 한번은 들여다봐야 해. 왜 약국에 묶여 있어야 되는지 잘 생각해 봐” 그저 내가 약국을 비우면 비즈니스에 큰 지장이 올 것 같았고 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스스로 묶어놓은 일상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를 모르며 매일 매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동생이 잉카 트레일이라는 엄청난 환갑선물을 준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리스트와 힐만 원더스의 톱 100 리스트를 뽑아놓고 남편이 출장을 떠나면 훌쩍 혼자서 그 곳을 찾아다니는 취미를 가진 여행가인 동생은 답답하기 짝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언니에게 삶을 한번 되돌아볼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5월28일
샌프란시스코 교회, 메르세데스 교회, 대통령 궁 등 책에서 추천하는 곳들을 구경 다녔다. 샌프란시스코 교회의 옆에 있는 묘지에는 7만5,000명의 해골이 지하에 있었는데 부위별로 나누어놓았다. 다리뼈, 팔뼈 등은 쌓아놓았고 머리뼈는 원형으로 장식하듯 둥글게 나란히 놓여 있었다. 무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죽고 나면 저렇구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내 육신도 언젠가는 썩어지고 저렇게 뼈만 남겠지…
국립박물관은 월요일엔 문을 닫아 라르코(Larco) 박물관엘 갔다. 3,000년간의 석기들이 연대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동생이 “이 박물관에는 특이한 것이 있다던데”라며 관리인에게 물었다. 주 건물 밖으로 나와 아래쪽에 따로 건물이 있었다. 바깥에는 에로틱 세라믹이라고 쓰여 있었고 민망해서 볼 수 없을 정도의 성행위 장면이 새겨진 도자기 수백 점이 있었다. 성행위별로 구별해 놓았고 그 옆에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얼마나 성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지 죽은 후에도 성행위하는 묘사까지 되어 있었고 한 섹션은 성병으로 온 몸에 발진이 돋아 괴로워하는 얼굴까지 묘사되어 있었다. 다음에 만날 일행들에게 보여주려고 우리는 낄낄대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5월29일
작은 데이팩에 필요한 짐만 챙기고 큰 가방은 호텔에 맡겨두고는 시외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남으로 향했다. 동생은 완행버스라야 현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단다.
이카(Ica)에서 관광지인 모래언덕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사방이 모래 산으로 둘러싸였고 오른편에 조그만 오아시스가 있었다. 서쪽으로 50km가 모두 사막이라고 했다. 던 버기(Dunn buggie)를 타고 사막을 1시간 달리는데 1인당 15달러. 던 버기가 언덕 위로 오르자 눈앞에 끝없는 모래사막과 모래 산이 펼쳐졌다. 차는 속력을 내어 모래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달렸고 우리는 무서워서 괴성을 지르며 신나고 재미있어 했다. 한참을 달리니 오아시스가 나왔다. 이 사막에는 오아시스가 모두 5개가 있다고 했다.
5월30일
1994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인정된 나스카 라인(Nasca Line)은 200 B.C. 내지 600 A.D. 사이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사막 바닥에 원숭이, 새, 우주인, 개, 나무, 플라밍고 등 13개의 그림을 모래를 긁어 그렸는데 크기가 엄청나 그냥 걸어서는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경비행기를 타고 봐야했다.
플라밍고는 길이가 180미터나 된다고 한다. 2,000년 전 어떻게 이런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여러 학설이 있는데 천문학 달력으로 비, 우기, 기후변화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과 그 때 벌써 열기구를 만드는 기술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부드러운 바람과 광물질 많은 토질이 2,000년 이상 그림의 보관을 가능하게 했단다. 이곳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6,815피트의 모래산 세로 블랑코(Cerro Blanco)가 보였다.
www.kaacla.com
하 성 자
<약사·재미한인산악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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