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더 비싸도 퀄리티 ‘굿’
해외 노동착취 생산품 아니고
소비자 안전·환경에도 기여
중국산 대량 리콜 후 더 뚜렷
이제까지 블루 칼러 노조 근로자나 농촌지역 소비자, 보수파 정객들이 주로 과시적으로 들먹이던 ‘미제(Made In the U.S.A.)’라는 레이블이 도심에 사는 국제인 여피들에게도 스테이터스 심볼화 하면서 그들을 겨냥하는 마케팅에도 이용되고 있다.
요즘 ‘미국산’이라는 레이블은 많은 사람들에게 직장과 환경 문제, 소비자 안전과 좋은 품질에 대한 고조된 관심을 상징한다.
“죄의식 없이 풍요를 누리고 싶은 것이죠.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나는 식품만 먹는 것이 아니라 옷도 미제 옷을 입고, 아프리카에서 난 블러드 다이아몬드 대신 캐나다 다이아몬드를 사고, 미제 장난감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www.world changing.com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알렉스 스테픈은 말한다.
현재 미국의 대중판매용 상품들은 해외에서 제조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가격이 조금 더 비싼 것이 보통인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은 사치품임을 암시하게 됐다. ‘뉴 밸런스’는 값이 싼 운동화는 모두 해외에서 만들지만 80가지 제조 공정을 거친다는 135달러짜리 최고급품 992 모델만은 메인주에서 만들고 있다. 매서추세츠주 캐임브리지부터 캘리포니아주 버클리까지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992모델에는 모두 발꿈치에 USA 로고가 달려 있고 상자에 성조기가 찍혀 있다.
또 티셔츠와 미니드레스마다 ‘메이드 인 다운타운 LA’라는 레이블을 단 ‘아메리칸 어패럴’은 노동착취를 하지 않고 만든 기본 의류임을 선전하면서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12일까지 열리는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선보일 미국 디자이너들 콜렉션 중에도 외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 많다. 미국 의류 및 신발류협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 미국의 의류 생산은 56%가 감소했다.
국내에서 옷을 만드는 미국의 하이 패션 디자이너는 극소수다. 오스카 드 라 렌타와 니콜 밀러의 경우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기 위해 기꺼이 인건비에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아직까지는 ‘미제’임을 내세워 마케팅해 본 적이 없는데 반해 스티븐 앨런이라는 디자이너는 168달러짜리 주름 잡힌 드레스 셔츠를 미국내 여러 공장에서 만든다. 그의 레이블에는 미국제라는 말 이외에 성조기도 수놓여 있다. 그가 목표로 하는 고객인 다운타운에 사는 멋쟁이들에게 자기 제품은 아시아에서 대량 제조된 모조품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제조된 상품은 소량이고, 뛰어난 솜씨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미지는 다른 업계에서도 두루 통한다. 기타 제조사 ‘펜더’의 경우, 초심자용 값싼 전자기타는 멕시코에서 만들지만 수천달러짜리 수제 ‘커스텀 샵’ 모델 ‘스트라토캐스터스’와 ‘텔리캐스터스’는 캘리포니아에서 만든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슈윈’과 ‘허피’는 아시아로 자리를 옮겼고 미국에는 고급 전문제품 제조사인 ‘트렉’과 ‘캐넌데일’만 남아 소량의 수제품을 생산한다고 매튜 매널리 ‘캐넌데일’ 사장은 말한다. ‘캐넌데일’도 500~1,000달러짜리 초심자용 자전거는 아시아에서 제조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이 회사 제품 중 주종을 이루는 최고급품은 펜실베니아주 베드포드에서 만들고 있다.
워싱턴에 사는 사이클링 애호가 엘리자베스 프레스턴은 정치적으로는 매우 급진파지만 몇주전 보이프렌드에게 자전거를 선물할 때는 1,250달러짜리 수제 ‘트렉’ 자전거를 외면할 수 없었다. “제품의 완성도와 미국경제를 돕는다는 생각에 끌렸죠”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환경정책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 스테파니 샌존은 ‘미제를 사자’는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3년 전 www.stillmadeinusa.com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환경 및 경제적 이유들로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촉하고 있는 샌존이 초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 사이트는 지난 달에 방문자가 갑자기 4배로 늘었다. 새로운 방문자들은 채식주의자부터 친환경 제품 구입자, 티벳 해방 운동가 등 다양했지만 다수가 중국제 장난감 리콜 이후 행동에 나서게 됐다는 사람들. “앞으로 중국제라면 아무 것도 사지 않겠다는 내용의 e메일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람들로부터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샌존은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만든, 납 성분이 든 페인트 칠을 한 ‘마텔’ 장난감 리콜 사태 이후 많은 부모들이 미국에서 만든 장난감을 찾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10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어머니 권익 옹호 단체인 www.MomsRising.org 회장을 맡고 있는 조안 블레이즈는 많은 부모들이 레이블을 검사하고 미국산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중국산 제품을 불신하는 엄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 회사 중에서도 빌딩 블록을 만드는 ‘스택 & 스틱’이나 수퍼히어로 코스튬을 만드는 ‘리틀 케이퍼스’ 같은 회사들은 광고에 성조기와 함께 미제임을 강조하면서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진보 성향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신봉하던 사람들이 미제를 선호한다고 갑자기 보수, 국수주의자들이 되리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플래스틱 봉지를 쓰지 않기 위해 면가방을 들고 ‘호울푸즈’ 마켓으로 샤핑하러 가는 사람이 이제까지 선호하던 유럽산 승용차를 버리고 미제 차를 타리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 제품에 여피들이 새로이 관심을 갖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치어스’에서 클리프 역을 맡았던 배우 존 라첸버거는 말한다. 5년전부터 트래블 채널에서 각 제조 공장의 숙련된 솜씨를 찬양하는 ‘존 라첸버거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외국인을 혐오하는 국수주의자들이라고 욕도 먹었어요. 그렇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자기 마을을 둘러보고 그런 공장이 문을 닫으면 커뮤니티 전체에 영향이 미칠 것임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제까지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예를 들어 리틀 리그의 스폰서 같은 것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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