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 영화 제목이 아니다. 6개월이나 끌어온 워싱턴 정가의 유행어라면 유행어다.
모든 게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금이니, 이민법 개혁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이지 부차적 이슈다. 대권의 향방이 걸려 있다. 의석수도 달라질 수 있다. 무엇에 따라. 이라크 사태다.
이라크에 미군을 증파했다. 그 정책이 과연 소기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 1차 검증 데드라인이 9월이다. 이 9월에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가 의회 청문회에 출두해 증언을 하기로 날짜가 정해진 것이다.
9월이 오면 모든 것이 더 뚜렷해질 것이다. 민주당과 반(反)부시 진영의 일관된 생각이다. 이라크 전쟁은 실패작이다. 이미 패배했다. 그 이라크에서 하루라도 빨리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이들의 일관된 입장으로, 2008년 선거전략도 이를 바탕으로 짜여 있다.
이라크에 미군을 증파해야 결과는 빤하다. 9월이 오면 보다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그 때 가면 이라크 사태는 참담한 실패라는 최종 선고가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9월이 오면 알 것이다. 전세가 뒤집히는 거다. 그동안 정책에 분명 오류가 있었다. 그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르다. 9월은 전환점이 될 것이다. 반대편의 입장이다.
그 동안의 대세는 한 마디로 비관론 쪽이었다. 공화당도 흔들렸다. 적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부시를 옹호하다가는 내년 선거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판단에서.
어느 시점부터였나. 스토리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군 병력 증강과 함께 잘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 전혀 소망이 없어 보이던 이라크에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다. 수니파들이다. 알카에다를 도와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쳤었다. 그런 그들이 미군 편이 돼 알카에다 소탕전에 나선 것이다.
스토리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할까. 시아파 말이다. 그 시아파와 협력해 치안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드 존’으로 불리던 수니파 지역이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그 궁금증을 풀어준 게 마이클 오핸런과 케네스 폴락이 지난 7월31일 뉴욕타임스에 공동으로 기고한 에세이다. 이 두 사람은 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비판적 입장에 있는 논객들이다.
현장을 답사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서광이 비친다는 것. 다른 건 몰라도 군사적으로는 이기고 있고, 또 이라크는 급격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퍼트레이어스의 작전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쏟아지기 시작한 게 상황 반전을 전하는 보도들이다.
민주당 측은 몹시 당황했다. “우리에게는 진짜 큰 문제다.” 한 민주당 고위층이 부지부식 간에 내뱉은 탄식이다. 선거 기상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반격이 시작됐다. 이라크 전선에서가 아니다. 워싱턴에서다. GAO(의회 일반회계국) 보고서가 공표된다. 이라크 사태 관련 정보 보고서도 부분적으로 유출돼 공개됐다. 그리고 ‘아무개 위원회’식의 보고서가 잇달았다.
반드시 전황이 달라졌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 내용이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상황이 달라졌다는 건 부풀려진 보고라는 것이다. 그리고 군사적으로는 그렇다고 쳐도 정치적으로 이라크의 장래는 여전히 암담하다는 지적이다.
어느 쪽이 맞을까. 베팅을 하라면 전황이 반전되고 있다는 쪽이다.
“그들은 여덟 살짜리 소녀의 목을 벴다. 그 잔인무도함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한 때 미군을 대적한 수니파 반군 전사의 증언이다. 알카에다의 잔학성에 치를 떨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미군을 도와 알카에다를 소탕해야겠다고. 이라크에서 전해진 이야기다.
정치는 절망 그 자체다. 밤낮없이 벌어지고 있는 각종 테러에 무고한 민간인만 희생된다. 피로감 정도가 아니다. 알카에다니, 시아파 근본주의 민병대니 그들이 벌이는 그 끝이 안 보이는 살육극에 기진맥진할 정도다. 수니, 시아란 종파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극한의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이 결연히 일어섰다. 부족단위로 내 가족을, 내 마을을 스스로 지켜야겠다고. 뭐랄까, 버전은 다소 다르지만 ‘피플 파워’를 이라크인들은 자각하기 시작했다고 할까. 이 점에서 베팅을 한다면 ‘소망이 있다는 쪽’에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의 한 주요 고비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주에 시작되는 퍼트레이어스 장군의 의회 청문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밝히는 이라크 사태의 진실은 무엇일까.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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