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서 추출한 천연 항균성분으로 만들어
김밥 쌀때·야채 포장 등 사용 ‘맛도 그만’
분말형태는 과일·냉동식품 코팅에도 좋아
앨러지 여부 등 상용화까진 시간 더 필요
전국의 식품공학 연구실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 일상 식품 속의 천연 항균성분을 식용 피막이나 가루로 만드는 일이다. 이들의 연구가 성공해 실용화된다면 백리향에서 추출한, 대장균을 죽이는 성분이 든 필름을 시금치 포장지 안에 넣을 수 있고, 같은 성분을 가루로 만들어 닭고기 포장에 뿌리면 살모넬라균의 번식을 막을 수 있다. 딸기를 달걀 단백질과 새우 껍질로 만든 국물에 담갔다 꺼내면 보이지 않지만 먹을 수 있는 얇은 피막이 씌워져 곰팡이나 병원균도 죽이고 선도도 더 오래 유지된다.
식품과학자들은 계란이나 새우 껍질 같은 일반 식품을 사용해 더 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 일의 잠재력을 크게 평가한다. 아주 까다로운 음식부터 군대나 우주인의 식량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가 무한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피막은 물에 녹는 식용 성분으로 만든 플래스틱 랩과 비슷하다. 클로브, 타임이나 기타 식품의 분자를 주입시켜 건강에 나쁜 세균을 자라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거기에 맛을 첨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실험실에서 성공한 것이 반드시 공장에서 제조되기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새로 나온 식용 항균 피막과 가루는 시판 식품에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심사중인 특허가 여러 건이고 몇 개 대형 회사와 단체, 연방 정부까지 이 연구에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더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은 그 성분도 자신들이 알만한 것이기를 원한다. 오리건 주립대학 식품공학과 마크 데쉴 교수는 게와 새우 껍질에 든 섬유소를 가지고 식용 피막을 만들고 있다. 계란과 사람의 눈물에서 발견되는 단백질로 리스테리아와 포도상 구균을 막는데 효과가 증명된 라이소자임을 섞어서 만든 얇은 피막은 과일이나 육류에 덧칠을 해도 되고 요구르트에 먹을 수 있는 뚜껑으로 씌울 수도 있다.
더 안전한 식품, 천연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 이외에 연구자들이 식용 항균필름 연구의 타이밍이 좋다고 말하는 데는 사람들이 이미 구강청결 및 기침약에 사용되고 있는 식용 피막에 익숙해진 것도 한 몫을 한다. 홍당무와 토마토를 가지고 피막을 만드는 연방농무부 소속 식품 연구가 태라 맥휴는 “리스터린 스트립 덕분에 소비자들이 필름을 먹는 것을 편안해 한다”고 말한다.
사실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이미 피막과 코팅을 먹어 왔다. 사과 껍질에 칠한 왁스, 코팅한 아스피린이 바로 산화와 습기, 취급 잘못을 막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식용 보호막의 실례들이다.
태라 맥휴가 김 대신 야채 피막을 가지고 김밥을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코팅은 글루텐, 셀룰로즈, 전분, 기타 식품의약청이 안전하다고 승인한 다양한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아이스크림 콘의 안쪽에도 들어 있고 반죽을 씌운 냉동식품에도 칠해져 있다. 일부 냉동 피자에서 피막은 소스의 습기가 피자 껍질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껍질을 벗긴 사과나 기타 청과물에 아스코빅 산을 코팅하면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사실 초컬릿을 씌운 아몬드와 건포도 같은 반짝반짝하는 사탕과자들은 모두 제과용 유약으로 코팅한 것인데 제과용 유악은 인도와 타일랜드에 사는 진드기만한 딱정벌레의 분비물을 원료로 한 것이 많다. 제과용 유약을 만들려면 연방환경청이 규제하는 물질인 에탄올도 필요한데 새로운 종류의 식용 코팅을 사용하면 에탄올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식용 피막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1990년대 중반UC 데이비스이 식품학자 존 크로차 박사는 치즈 만들 때 엉긴 젖을 거르고 난 물인 유장을 가지고 미생물에 의해 무해물질로 분해되는 피막을 만들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피막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제조업자들이 치즈를 만들 때 나오는 여분의 유장을 활용할 방법도 찾으려했던 그의 연구비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가주 낙농업계가 부담했다.
현재 그는 우유로 만드는 피막이 세균과 싸울 수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송아지가 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우유 속 단백질을 잘 조작하면 바로 꺼내 먹게 조리한 칠면조 고기나 훈제 연어에 먹을 수 있는 피막을 씌워 살모넬라나 리스테리아균이 자라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럿거스 대학에서는 향신료 추출물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화학 실험실에서 카레 냄새가 진동을 하기도 한다. 오레가노, 클로브, 타임에서 짠 기름으로 무해물질로 분해되는 중합체를 합성하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 중합체를 가지고 식품에 사용하면 나쁜 세균이 자라지 못하게 막아주는 피막이나 가루를 만들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연방농무부 연구소에서 일하는 맥휴가 만드는 피막은 과학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맥휴의 필름은 사람들에게 과일과 야채를 더 먹이기 위한 방법으로 출발했는데 그 맛과 새로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인기를 끌게 됐다. ‘오리가미 푸즈’라는 회사가 김 대신에 맥휴의 홍당무 피막으로 싼 김밥을 ‘트레이더 조스’ 같은 상점에서 팔고 있고 사과 피막은 햄에 풍미와 촉촉함을 더해주기도 한다.
맥휴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는 그 피막에 항균물질을 추가하는 것. 사과 피막과 잘 어울리면서 리스테리아나 살모넬라를 막아주는 계피, 대장균을 죽이는 티몰과 카르바크롤이 든 오레가노 기름을 가지고 현재 실험중이다. 액체 형태로 발라야 되는 수용성 피막과 달리 맥휴의 과일 야채 피막은 끈끈해서 음식에 더 잘 달라붙기 때문에 박테리아에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필름이나 가루가 실용화되려면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음식에 필름을 씌운 다음 얼마 후부터 천연 항균성분을 방출해야 할지, 항균물질을 고루 접촉시키려면 어떻게 필름이나 가루를 발라야 할지도 문제다. 필름이 습기에 특히 취약한 점, 레이블에 뭐라고 써야 할지, 필름에 사용된 우유나 갑각류의 단백질이 앨러지 반응을 일으킬지 여부도 알 수 없다.
그 모든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연구비와 시설비가 얼마나 더 들지도 모르지만 학자들은 병균 제거 방법으로는 필름이 방사선보다 훨씬 환영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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