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빠져드는 도박 중독의 무서움
짜릿함 즐기다 빚더미, 가정파탄, 자살까지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의 인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놀이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다. 즐거움과 희열을 맛보고, 승패를 겨누며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내일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은 삶의 약이 될 수 있지만 또한 독이 될 수 있다는 양면의 칼날을 갖고 있다.
게임 산업의 대명사, 카지노는 17~18세기 중세유럽의 귀족 사회에서 사교의 한 수단으로 태동해 19세기에 전세계로 확산됐다. 1930년대 미국에 도입되면서 네바다 주에서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 대책과 광부 및 군인들의 여가 수단으로 카지노가 본격적으로 육성되면서 상업성을 띠기 시작했고, 라스베가스가 카지노의 메카로 등장하면서 꽃을 피게 됐다.
최근의 카지노 산업은 단순히 게임만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가족 여행객을 포함한 대중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종합 휴양 산업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의 이러한 건전한 면이 오히려 보다 쉽게 도박에 빠져들 수 있는 덫으로 작용한다는데 바로 그 딜레마가 놓여있다.
시카고의 한 직장에 다니는 윤모(31)씨는“가끔 교회에서 알고 지내는 분들과 단체로 엘진의 카지노에 다니게 됐는데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돈에 쪼들리는 때가 있으면 혼자서도 카지노를 가게 됐다”며 “최근에는 1,000달러 정도까지 잃고 나서 다시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상태”라고 말한다.
■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도박 중독은 이렇듯 서서히 진행되며, 도박에 계속 노출되거나 심리적 스트레스에 처하거나 중요한 것을 상실했을 때, 도박 중독으로 심화돼 간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1980년 처음으로 진단기준표내에 병적도박이라고 하는 병명을 삽입했는데 이미 20세기에 들어 여러 정신분석자들은 강박적 도박에 대한 연구와 치료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일리노이 중독재활원 등 세계 각지의 도박 중독 치료 기관에서 흔히 도박에 빠져드는 단계를 묘사할 때 인용하는 것은 바로 정신의학박사인 로버트 커스터가 1984~1987년 사이에 병적 도박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뒤, 정립한 3단계론(The Custer Three Phase Model)이다.
먼저‘따는 시기’에는 우연이든 실력이든 큰돈을 따면서 시작된다. 이때 대단한 고양감과 도박에 대한 강한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물론 따는 시기에도 잃거나 따기도 하지만, 도박자들은 딴 것에 대해서만 회상해내거나 말하는 경향이 있고 잃은 것에 대해서는 부정한다.
‘잃는 시기’는 도박 중 누군가에게 돈을 잃으면서 시작된다. 병적도박자들은 누군가에게 잃는다는 것에 대해 엄청 자존심을 상해한다. 따라서 도박을 중단하기보다는 잃은 돈을 되찾는 작업에 들어가며,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해 더 많은 돈을 걸게 된다.
한때 도박에 깊게 빠져들었던 김모씨는“도박을 하다 보면 본전 심리와 판돈이 커지는 심리가 생기는데, 슬롯머신 같은 경우 카지노측에서 고객이 딸 수 있는 확률을 30%정도로 맞춰놨고, 머리를 잘 쓰면 딸 확률이 높은 블랙잭도 오래 하다 보면 결국은 잃게 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도박을 위한 도박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절망의 시기’에 도달한 병적도박자들은 예전에 지니고 있었던 도덕적 표준이 다 무너져 내려 거짓말을 하거나 횡령을 하거나 사기를 친다. 도박자들은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다음의 큰 승리를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라고 합리화한다. 도박으로 인해 치료센터에 가거나 익명의 도박중독 모임에 참여하게 되는 시기도 바로 절망의 시기 때이다. 주요 우울증이 흔히 나타난다. 조울병,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살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최근 미시간시티의 카지노 주차장에서 자살한 한인도 유언을 통해 “자신이 감당할 수 없게 된 빚과 단절된 인간관계에 시달리면서 다른 방법을 찾다가 결국은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책임지고 생을 마무리 한다”고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도박 중독의 여러 증세와 문제점들
도박 중독이 심한 사람이 주로 보이는 증상도 있다. 점점 많은 시간을 도박에 소비하거나 도박 빚이 점점 불어나고 배팅 액수가 점점 커지거나 횟수가 늘어나면 이미 중독이 심화된 상태다. 또한 도박할 때의 짜릿한 긴장감이 그리워지거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기를 거부하며, 직장에서 자주 자리를 비워도 위험한 상태다. 도박을 통해 딴 돈에 대해 자랑을 하며 집 가까이에서나 또는 멀리서 도박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도 도박 중독자들의 특징이다. 이들은 매번 도박을 줄이겠다고 마음먹지만 물거품이 되고 만다.
결국 도박에 중독되면 신경질을 자주 내고 성미가 급해지며, 욕구 불만이 생기고 연속적인 대인 관계의 파괴와 알코올, 약물 중독으로 번져 나가기 쉬워지며 우울증으로 인한 자해나 자살의 위험에 노출된다. 이혼, 자녀 문제와 같은 가정 파탄에 처할 수도 있고 과도한 부채와 기본 생활비의 부족은 물론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의 재정 문제도 떠맡게 된다.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한 범죄에의 유혹을 느낄 수도 있고 채권자와의 갈등이 심해지거나 결국 재산이나 급여가 압류되는 상황까지 가는 것이 바로 도박 중독의 말로이다. <이경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