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실시되는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100명 이상이 출마를 선언했다. 너도 나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군웅이 할거 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1%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후보, 되지도 않을 인물들이 설쳐대니 정치 불신과 냉소만을 심화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국민 노릇하기보다 대통령 하기가 쉬운가 보다”, “대통령 아무나 하나”, “‘난쟁이’ 끼리 총선(국회의원 선거)을 노린 ‘로또 심리’가 아니냐?” 등등의 우스갯소리와 농담이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해 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자유민주화시대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말 이다. 군사독재나 문민독재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예비선거 초장에는 전통적으로 양당에서 각각 10여 명의 ‘난쟁이’가 각축을 벌이다가 결국 ‘두 마리 용’으로 정리가 된다. 그리고 기왕 정치바닥에 뛰어든 인물치고 천하를 손에 쥐는 ‘대권’에 욕심이 없다면 그는 ‘식물 정치인’일 것이다. 무릇 정치가의 대통령 꿈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한국의 대선 가도에서처럼 도가 너무 지나쳐서, 과연 이 많은 후보자를 다 데리고 어떻게 국민 참여 경선을 순조롭게 진행 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고민도 생기니까 문제다.
이제 선거를 불과 3개월 반 남겨 놓고, 여권과 야당을 비롯한 수십 명이 대권고지를 향한 스타트 라인에 포진하고 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후보를 뽑았다. 이명박, 박근혜, 원희룡, 홍준표 등 4명이 경선에 출마해서,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로 확정되었다. 현재까지의 국민 지지율로 볼 때, 한나라당 경선 승리는 곧 올해 대통령 선거의 승리라는 등식이 정답일 만큼, 이 후보는 결정적인 고지 탈환을 한 셈이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의 예비선거는 본선거처럼 사생결단의 혈투를 벌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대의원들이 행사한 표에서는 이기고도 당 밖의 일반 여론 조사에서 억울하게 진 박근혜 후보는 패배의 변으로 ‘정권교체’와 ‘백의종군’을 외쳤으나, 실제로는 양측의 화합 분위기가 조성되기는커녕 갈수록 감정의 골이 깊어져 대선가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박 후보의 해단식은 이 후보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명분 없는 감정싸움이다. 이를 태면 “반성 하라는 데 누가 누구 보고 반성하라는 것이냐”, “박 캠프 해단식과 이 후보 자축연이 같은 날 잡혔다”,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자리를 독식했다” 등등의 기 싸움이다. 일전에는 이 후보가 당의 원로인 이회창 전 대표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회담 3시간을 남겨 놓고 이회창 쪽에서 전격 취소하는 사태까지 생겼다. 이렇게 한나라당 내부의 전열이 삐걱 거리자, 당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정치 평론가들은 이명박 후보가 고지의 5부 능선을 넘었다고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5부 능선은, 지금까지의 전투보다 더 험난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본선에 접어들면 더 가혹해 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미 국세청은 이명박과 그의 친인척의 광범위한 해외 재산도 검증작업을 조직적으로 벌였다는 것이다.
한편 1년 동안 진행돼 오던 한나라당의 경선이 끝나고, 이제 여권의 경선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열린 우리당을 탈당했다가 다시 모인 원내 제1 당인 민주신당의 경선이 이번 주(9월3일)부터 실시된다. 민주신당은 후보가 9명으로 너무 많아 경선을 2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5일 까지 실시될 예비경선에서는 본경선에 나갈 후보 5명을 추린다. 비노 진영의 손학규, 정동영, 친노 진영의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그리고 전 당의장 신기남, 전 행자부장관 김두관, 전 법무부장관 천정배, 민주당 출신 추미애 등 9명 가운데, 손학규와 정동영, 이해찬 후보가 인기와 조직에서 선두를 달리기 때문에 본경선 진출이 유력하고, 그 밖의 2명은 민주개혁 세력의 한명숙, 유시민 후보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민주신당은 1인2표제 선거이기 때문에 어떤 후보가 누구하고 제휴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변 할 수 있다. 본경선은 2002년 노 대통령을 뽑을 당시 민주당 경선 때의 원칙에 따라 9월 15일부터 제주도와 울산을 시작으로 10월 14일까지 한 달간 순회일정(매주 토-일요일)에 의해 이명박 후보와 맞붙을 대표 주자를 선출한다.
그밖에 민주당에서는 조순형, 이인제, 민노당은 권영길, 노희찬, 심상정 의원이 당의 경선 가도에 뛰어들었다. 또 출마를 선언했거나 야심을 가진 후보군에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김영환 전 과기부장관, 김원웅 우리당 의원, 김혁규 전 경남지사, 신국환 전 산자부장관, 미래창조연대가 미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있다.
대통령 리더십 연구소는 해방 이후 한국의 대통령은 강약(强弱)이 교차현상을 반복 했다며, 차기 한국의 대통령은 부드러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단했다. 이명박이냐? 아니면 의외의 인물이냐? 12월19일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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