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손의 사진이 있는 기행
파리의 루브르 (Louvre) 박물관에 들어서면서 모나리자 (Mona Lisa)와 밀로의 비너스 (Venus) 조각상만 본다면 다른 것은 그냥 지나쳐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세계 최대의 문화 유산 보고인 이 루브르 박물관은 225개의 방에 3만여 점의 전시품을 자랑하고 있다. 영국의 런던에 있는 대영 박물관도 아주 크지만 이만큼의 소장품이 안된다.
여행에서 손에 붙어 다니는 물건은 카메라가 아니라 삼각대이다. 그만큼 사진 촬영에 안전성을 중요시한다. 렌즈와 삼각대 중에서 무게 때문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렌즈이다. 이 박물관을 들어설 때에도 손에는 삼각대가 쥐어있었다. 유럽을 방문했을 때, 삼각대와 두대의 중형 카메라와 렌즈들을 지참했었다.
박물관 내의 모나 리자 위치를 확인한 후 그곳으로 향했다. 네 입구가 있지만, 어느 입구에서도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라 한참을 걸었다. 정말 노세, 노세, 젊어 노세라는 말이 실감난다. 보통 건강으론 이 박물관을 여유있게 다닐 수 없으므로, 힘있을 때 다녀야 한다. 자녀들이 효도 관광이라도 보내줄 쯔음엔 벌써 늦었을지도 모른다. 옛날, 40대 문턱을 처음 들어 섰을 때, 동네 이발사가 흰머리가 나는데 나이가 얼마냐고 물었다. 40이라고 했더니, 이제부터 세월은 살같이 흐를 것이다 (From now on, time will fly for you.)라고 했었다. 지금 돌아보니 인생 선배들의 말씀을 귀담아 들을 필요를 새삼 느낀다.
영국의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에서는 카메라를 눈에만 갖다대도 누군가가 금새 옆에 와서 경고를 준다. 삼각대를 들고 가면서도 이 루브르 박물관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마침내 사진 책에서나 보던 모나 리자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503-1507년 경에 그린,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구설수에도 많이 올랐고, 도난까지 당했었던 이 조그만 그림 앞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미술품 도둑이라면 한번 쯤은 훔칠 계획과 꿈을 가졌을 법한 이 조그만 그림 앞에서 모두들 사진 찍느라 법석이다. 1911년에 이 박물관의 직원이었던 빈센조 페루기아 (Vincenzo Perugia)가 성공적으로 훔쳤으나 너무나 잘 알려진 그림이라, 팔 길을 막막해서 플로렌스에 있는 자신의 집 침대 밑에 이년 동안이나 감췄다 발각된 이 그림이 이젠 모나 리자가 질식할 정도의방탄 유리로 꽉 둘러싸인 채 전시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진 촬영 금지라는 표시가 없었다. 옛날 경주 석굴암을 방문했을 때, 사진 촬영 금지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데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않고 플래쉬 사진을 찍고 있었다. 관리하시는 분께, 플래쉬에서 나오는 자외선이 내부를 상하게 하니까 플래쉬없이 사진을 찍어도 되겠는가 여쭸다. 그분의 말씀이 찍는다카는데 내가 우짜요였다. 이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안된다고 붙였으면 지참하고 다니는 Press Pass도 안통하는 줄 안다. 그래서 조심히 확인해봤다. 금지 표시가 없고 너도나도 샷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드디어 그 앞에다 삼각대를 펼쳤다. 갑자기 모두들 비켜난다. 삼각대를 지참한 사람은 혼자 뿐이었다. 사진을 찍은 후엔, 혹시 가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토록 플래쉬 사진을 찍도록 내버려둘까? 게제된 사진들은 바르게 찍힌 사진이 아니다.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숙제이다.
사실, 이 초상화의 모델이 된 사람은 이름이 모나 리자가 아니다. 피렌체의 귀족 프란체스토 델 지오 콘다의 아내라는 뜻의 라 지오콘다 (La Giaconda)가 그녀의 정식 이름인데, 그녀의 애칭이 ‘리자’였으며 귀부인에게 붙는 존칭어 ‘모나’가 앞에 붙어서 모나 리자가 되었다. 이 그림을 두고 세간에서는 온갖 억측이 돌고 있는데, 몇가지를 열거해 보면, (1) 입고 있는 옷은 상복이다; (2) 눈썹이 없어서 환자이다; (3) 이 그림을 어느 쪽에서 봐도 그녀의 눈길과 마주쳐서 눈길이 움직이는 그림 같다; (4) 얼굴에 비해 손이 상당히 부어 있다; (5) 오로지 왼쪽 아랫 입술만 웃고 있다. 등등이다.
밀로의 비너스는 조각가의 이름이 밀로가 아니라 발견된 지역의 이름이 밀로이다. 그러므로 조각가의 이름은 모른다. 팔등신 미인의 대표인 이 조각은 섹시함보다는 여신다운 당당함이 보인다. 팔이 없어 정확한 조각의 모습은 알 수 없으나, 팔이 있으면 어떤 조각일까?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방문 안내:
(1) 인파 속에서 서두르지 말고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행동할 것.
(2) 인터넷 등으로 표를 미리 사거나, 1-, 3-, 5- 일간 무제한 관람할 수 있는 할인표를 미리 사면 5개의 박물관, 기념관 등을 여유있게 관람할 수 있다. 파리 시내의 FNAC 나 Virgin Store 등에서 줄 서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다.
(3) 루브르 박물관 관람 안내라는 한국어로 인쇄된 안내서가 있으므로 외국어에 익숙지 않으면 이 안내서를 구해서 관람할 것.
(4) 꼭 보고 싶은 작품들의 위치를 미리 안내서에 표시해 둔 다음 차례로 둘러 볼 것.
사진 촬영 안내:
(1) 모나 리자가 전시된 곳에는 천정에 형광등이 있으므로 방탄 유리에 형광등이 반사된 상태로 사진을 촬영하게 되므로 카메라의 방향에 주의할 것. 플래쉬를 쓰면 반사가 심하게 된다.
(2) 디카의 경우, 화이트 밸런스(WB)를 잘 맞출 것. DSLR을 사용할 경우 사진 파일은 RAW 또는 DNG 포맷으로 찍을 것. 이것은 나중에 다시 WB를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방탄 유리에 나타난 반사를 막기 위해 C-PL 필터 사용을 고려해 볼 것.
(4) 필카의 경우, FL-D 필터를 사용할 것.
(5) 비너스 주위로는 사람들이 많이 둘러 서있으므로 배경을 잘 선택할 것. 인내심이 필요하다.
<폴 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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