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를 전전하는 사람들
시카고도 도박에 빠져 신세망친 한인 수두룩
최근 인디애나주 미시간시티의 한 카지노 주차장에서 60대 한인남성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 도박 빚과 소외된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는 유언을 남긴 채, 차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 자살함으로써 중서부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술, 담배, 마약 중독에 대한 위험성에 비해 그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 같지만 한번 빠져들면 돈, 가정, 건강 등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도박이다. 주변에 있는 카지노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또 그만큼 쉽게 도박에 중독될 수 있는 미주 한인들의 도박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글싣는 순서-
상: 카지노를 전전하는 사람들
중: 점점 빠져드는 도박 중독의 무서움
하: 건전한 카지노 게임을 즐기는 법
15년전 시카고로 이주해 온 L씨(58)는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도 있고 높은 소득을 올리던 때도 있었지만 친구를 따라 재미 삼아 갔던 카지노의 마력에 빠져들면서 인생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운이 좋아 첫날에 몇백 달러를 땄던 K씨는 카지노를 즐겨찾기 시작했고, 승부욕이 강했던 그는 돈을 잃을 때마다 본전을 찾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잃게 되는 돈이 백단위에서 천단위로 올라가고 만달러 십만달러까지 불어나더니 결국 친구들한테 돈을 빌리는 것을 넘어서 집까지 저당잡히고, 모든 관심이 도박에 쏠린 사이에 하던 사업도 무너져 내렸다. 결국 그는 모든 재산을 정리해 갚을 수 있는 빚을 최대한 갚고 LA로 도망치듯 떠났다.
시카고 한인들 중에도 이렇듯 카지노의 세계로 잘못 걸어 들어갔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시카고 ‘타짜’들의 전언이다. 시카고에서 차로 1시간 내외의 거리인 엘진, 오로라, 졸리엣 카지노에는 주말이면 한인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고, 평일에도 이미 도박 중독의 문턱을 넘은 한인들을 접할 수 있다. 이번에 한인 자살이 발생한 미시간 시티에 거주하는 오모씨는 “시카고 한인들이 이 곳 카지노에 상당히 많이 온다는 것은 이미 이 지역 사회에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전했다.
바둑을 두면서, 또는 골프나 볼링, 당구를 함께 치면서도 내기를 하게 되면, 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툰다는 의미에서 도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도박이라 하면 트럼프, 화투, 마작 같이 패를 쓰거나 룰렛, 슬롯머신, 빙고, 각종 전자오락 같이 기계를 이용하거나 경마, 경륜, 자동차 경주 같이 스포츠의 승패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는 “도박 중독 증세가 심한 사람들의 행동은 물질 남용자와 마찬가지로 각성이나 고양감을 맛보기 위한 욕구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병적 도박자들의 경우에는 내성과 금단 증상까지 보여진다”며 도박 중독도 정신과 치료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엄연한 정신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내성이 있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들은 적절한 각성상태를 얻어내기 위해서, 도박의 정도와 빈도를 줄여야 할 때 오히려 판돈의 규모를 더 끌어 올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도박을 못하면 초조함, 우울증, 집중력 저하 등의 금단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도박 절제 능력의 상실로 인해 게임을 하면 할수록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고, 일확천금에의 환상으로 판돈을 더욱 키우게 되는 것도 중독의 한 현상이다. 즉, 도박에만 몰입함으로써 다른 개인적 가치와 사회생활에 지장이 초래되며, 잃은 돈을 다시 찾으려고 더욱 도박에 몰두함으로써 도박 중독 증세가 점차 심각해지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카지노에 간간히 출입한지 벌써 몇십년이 넘는다는 타짜 K씨는 “심심해서 카지노에 갔다가 돈을 잃으니까 본전 심리에 판돈을 늘이면서 중독되기 시작해 아내와 이혼하거나 집까지 날린 사람을 수도 없이 봤다”며 “도박은 정말 빠져나오기가 힘들어 아예 발을 들여 놓지 않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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