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화의 산실 ‘마고’와 ‘플로르’
100년 넘은 전통 있는 카페, 프랑스 예술인들의 안방
파리에는 멋쟁이들이 많다. 화가, 연극배우, 시인, 소설가, 영화배우, 발레리나, 패션모델 등 그야말로 유럽의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은 파리에 모여 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
상 제르망은 파리의 이름난 카페들이 몰려 있는 거리다. 그 중에서도 120년의 전통을 지닌 ‘레 뒤 마고’와 ‘드 플로르’는 너무나 유명하다.
<카페 ‘레 뒤 마고’. 사르트르와 보바르, 카뮈, 피카소, 이브 몽탕, 앙드레 말로 등 파리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의 만남의 장소였고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두 곳에서 2시간만 죽치고 앉아 있으면 당신은 수퍼스타들 중 누구 한 사람은 보게 될 것이다. 두 카페에 드나드는 것은 파리 문화인의 신분증이며 무형의 계급에 속한다. 프랑스 예술인 치고 ‘마고’와 ‘플로르’(사진)를 들락날락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카페 ‘마고’는 실존철학자 사르트르와 문인 보바르, 그리고 까뮈의 아지트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카페 ‘플로르’는 여배우 시몬 시뇨레가 “내가 다시 탄생한 곳은 이 카페에서였다”고 말할 정도다.
<‘마고’의 갸르송(웨이터) 서비스는 유명하며 파리 패션계의 멋쟁이들이 모여든다. 미테랑 도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이 카페의 단골이었다.>
미테랑 대통령도 마고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레 뒤 마고’와 ‘드 플로르’는 건물 하나 사이로 이웃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검은색 재킷에 흰 바지를 입은 갸르송(웨이터)이 소매에 흰 수건을 걸치고 서비스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며 손님에게 매우 친절하다. 팁을 주면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며 정중하게 거절한다. 그래도 받으라고 말하면 굉장히 감사한 표정을 지으며 호주머니에 돈을 집어넣는다.
<파리 카페의 원조이며 프랑스 혁명의 산실이었던 ‘프로코프’(1686년).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변했다. 좀 비싸지만 한번쯤 저녁을 먹어볼 만하다.>
프랑스인을 이해하려면 카페문화부터 이해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유명 인사들이 모두 호텔 커피샵에서 만나지만 프랑스에서는 거리의 카페에서 만난다.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도 한 잔 할 수 있고 커피와 샐러드를 먹을 수도 있으며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이라고 쓰인 곳에 멋모르고 들어갔다가는 바가지다. 레스토랑은 정식코스 요리가 나오는 곳을 의미하기 때문에 디너는 1인당 100~250달러가 넘는다. 기자도 처음엔 멋모르고 저녁에 레스토랑만 찾아다니다가 계산서가 나올 때면 여러 번 당황한 적이 있다. 부담 없이 먹으려면 브랏세리나 카페에 가는 것이 좋다. ‘비스트로’는 가족 경영의 소규모 식당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곳도 무난하다.
원래 파리 카페의 원조는 1686년에 문을 연 ‘프로코프’다. ‘프로코프’도 생 제르망 거리에 있는데 지금은 전통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으로 변했다. ‘프로코프’는 로베스피에르, 당통, 마라 등이 모여 프랑스 혁명을 논의한 장소로도 유명하며 청년장교 나폴레옹이 커피를 하루에 10잔이나 마신 후 돈이 없어 모자를 맡겨 놓았다는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다. 기자는 손님 얼굴을 찍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점심시간 전에 ‘프로코프’를 찾아갔는데 매니저가 유명 문인들의 이름을 딴 방으로 나뉘어진 2층을 안내하며 프랑스 혁명 당시의 카페 분위기를 설명해 주었다. 메뉴에는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당신이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볼테르와 나폴레옹, 로베스피에르 같은 인물들이 식사를 했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발자크, 위고, 아나톨 프랑스도 ‘프로코프’의 단골이었다.
<사르트르.>
<보바르 부인.>
‘프로코프’와 ‘레 뒤 마고’ ‘드 플로르’는 단순한 찻집이 아니라 프랑스의 진보주의자들의 토론의 광장이었으며 보수주의의 아집을 꺾고 민중시대를 연 새 역사 탄생의 산실이었다. 그리고 ‘레 뒤 마고’는 프랑스 문단을 위해 ‘마고 문학상’을 마련하는 등 ‘드 플로르’와 함께 지금도 파리 예술계의 안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철 /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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