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싸졌지만 연장 워런티·전문설치 패키지 등 ‘끼워팔기’혈안
소매점들 “가격 하락으로 타격 많다” 반품 규정도 깐깐히 고쳐
요즘 대형 하이 데피니션 TV를 찾아 전자제품 판매점에 들어서는 소비자들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음을 금방 알게 된다. 매장 안에 유명 상표 모델들은 많은데 그보다 가격이 저렴한 2류 브랜드는 훨씬 적어졌고 판매직원들로부터 연장 워런티와 전문 설치 같은, 돈만 많이 들지 꼭 필요하지는 않은 서비스 구매를 강권받는 것이 보통이다. 일부 매장은 과거 매우 너그러웠던 환불 규정을 까다롭게 바꾸기도 했다.
전자제품 소매상들이 더 크고 화질도 좋은 제품들을 집중 공략하면서 고객들에게 399달러짜리 전문 설치 패키지와 79달러짜리 화면 조정 같은 서비스까지 사라고 조르는 것은 HDTV를 더 많이 팔고는 있지만 거기서 남는 돈은 훨씬 적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계속 더 화면이 큰 텔리비전을 구입하고 있고, 그에 따라 소매업체의 매출이 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치열한 경쟁 덕에 가격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빅스크린 HDTV가 싼값에 대량 판매하는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상점에서 많이 팔리게 됨에 따라 모든 소매점들이 가격과 이윤폭을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게 됐다.
가격은 사실 올해만해도 상당히 내려갔다. ‘아이서플라이’라는 조사회사에 따르면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사이즈 중 하나인 42인치 HDTV의 평균 소매가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1,844달러였으나 현재는 1,522달러로 18%나 떨어졌지만 업계 분석가들은 가격은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매상들이 하락을 막을 힘이 없기 때문이다. 소매 판매 경쟁이 치열할 뿐만 아니라 평면 TV 제조사, 주로 대만의 하청 회사들이 계속 새 공장을 짓고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군소 제조사들의 가격을 앞세운 판촉에 힙입어 미국 LCD 텔리비전 시장에서 2007년도 첫번째 사분기에 4위를 차지했던 제조사 ‘비지오’는 두번째 사분기에는 1위로 뛰어 올랐는데 윌리엄 왕 비지오 사장은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사는 이유의 반은 가격이 싸기 때문이지만 우리의 목표는 가격 경쟁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소매업자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다. 이윤폭이 낮아지다 못해 마이너스가 되면 살아남지 못할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위터 홈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작년 크리스마스 대목에 텔리비전 판매대수가 전년대비 15% 증가했지만 비디오 부문의 연도별 이윤폭은 형편없이 줄어들어 6월에는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체인들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 리 없어 ‘서킷 시티’의 경우, 2006년에 전체의 42%를 차지했던 비디오 부문 매출은 5월31일로 끝난 2007년도 첫 사분기에 39%로 줄어들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이 회사는 고소득 판매직원 몇명을 레이오프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베스트 바이’의 총수익률은23.9%로 1년 전의 25.4%와 비교할 때6%가 하락했고 텔리비전에서 다른 대형 소매점의 반 정도인 9%의 이윤을 남기는 ‘코스코’조차 평면 TV의 가격 하락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 거의 모든 물건을 아무 때나 반품할 수 있는 너그러운 환불 규정 때문에 TV에서 올리는 수익을 반 이상 갉아 먹히고 있다고 이 회사의 리차드 갈란티 CFO는 말했다. ‘코스코’에서 대형 평면 TV를 사서 1년쯤 본 다음에 반환하고 더 크고, 더 싸진 TV를 구입하는 고객들 때문이다. “어떤 손님은 TV 4대를 사서 그중 3대를 더 싼 것으로 바꿔 갔습니다” 덕분에 ‘코스트코’는 중고 TV 재고가 넘쳐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코스코’는 최근 텔리비전도 컴퓨터처럼 구입후 90일 이내에만 반품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대신 제조사 워런티 기간은 2년으로 늘렸다.
가격 하락과 아울러 소매상들은 시장의 성장세 둔화도 우려하고 있다고 모건 스탠리사 소매부문 분석가 그레고리 멜릭은 말한다. 그 가격대에서는 수요가 없기 때문에 지난 2, 3개월 사이에 전체 TV 시장은 성장이 정지 내지는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사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3분의2는 37인치가 넘는 HDTV는 가격이 600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비로소 구입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7인치 LCD 텔리비전 가격은 지난 6월에 평균 1,200달러 정도로 나타났는데 그 값이 800달러대가 되면 구입을 고려할 사람이 1,700만명 정도라고 멜릭은 말했다.
따라서 요즘 소매상들은 고객의 주머니에서 한푼이라도 더 긁어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서킷 시티’의 경우 하이 데피니션 프로그램을 보는데 필요한 장치에 대해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인터넷 부문을 강화시켰다. 10~ 20%에 달하는 HDTV의 반품률을 줄이기를 희망해서다. 아울러 ‘파이어독’이라는 전문 설치 서비스도 선전하고 있다.
설치 및 수리 서비스 ‘긱 스쿼드’를 운영하는 ‘베스트 바이’도 자회사 ‘매그놀리아’를 통해 이윤이 더 많이 남는 고급형 모델 판매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해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 평면TV를 사는 사람들에게 끼워 팔, 이윤이 많이 남을 액세서리가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다.
어쨌거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HDTV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매퀴비는 “새로 HDTV를 장만하려는 사람들은 소매업자들이 재고를 처분해야 하는 내년 1월까지 기다리라”고 귀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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