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하기가 어려운가, 국민 노릇하기가 어려운가. 노무현 대통령에 따르면 답은 대통령 쪽이다. 몇 번씩이나 대통령 노릇 못해 먹겠다며 ‘식물대통령’을 운운 했으니.
국민 노릇하기도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국민의 의사는 아랑곳없다. 멋대로 일을 벌인다.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 같이. 그 속내야 빤하다. 그렇지만 국민은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하기는 대통령이 항상 문제였다. 5공 시대는 말할 것도 없다. 이후도 마찬가지다, 열광적 환호 속에 대통령이 탄생한다. 결과는 그러나 참담하다. 그 연속상영이 문민시대 이후 한국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실패한 대통령이 마치 상왕(上王)이라도 된 것 같이 행세하는 현실이다. 훈수를 지나 연일 정치권을 질타하면서…. 결론은 그러니 국민 노릇하기가 어렵다는 쪽이 아닐까.
각설하고-. 상당히 어렵다.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 말이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어려운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도덕적 지도자야 한다. 형제애를 발휘해야 하고,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동시에 뛰어난 경제학자에, 유능한 외교관에,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장군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또 ‘치어리더’이고…”
한 미국의 저명한 대통령학(學) 교수가 미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을 나열한 것이다. 이로 그치는 게 아니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또 있다. 용기다.
수퍼맨이 아닌 이상 다 갖출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게 용기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가장 위대한’, 혹은 ‘위대한’으로 분류되는 대통령들이 공통으로 보이고 있는 덕목이 바로 용기이기 때문이다.
폭동으로 버밍햄시가 초토화됐다.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북부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다. 임박한 경고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획기적인 민권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것. 그 바람에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남부의 백인표가 날아갔다. 재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내린 결단이다. 그가 보인 용기, 그 소산이 민권법이다.
용기 있는 지도자를 판별한다는 게 그런데 그렇다. 상당히 어렵다.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대중을 현혹시키는 온갖 정치선전 기법이 판치는 정치현실에서. 마이클 베쉴로스란 전문가는 그러나 한 가지 유용한 판별법을 제시한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의 ‘평소의 삶’을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대통령직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게 그의 삶에 있는가. 그게 중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 그것은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가족이 함께 하고, 또 위로가 되는 한 정치는 삶에서 부차적인 것이 될 수 있으니.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 전형이다.
믿음이, 종교적 신앙이 우선인 삶을 사는가도 한 단서다. 항상 전능자 앞에 나가 자신을 돌아본다. 그리고 깊은 안정을 취한다. 때문에 대통령직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잭슨, 링컨 같은 대통령이 이 경우다.
뚜렷한 철학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원칙에 충실하다. 그러므로 ‘정치적 죽음’도 때로 감수한다. 트루먼, 프랭클린 루즈벨트, 레이건 대통령 그랬다. 그리고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도 이 유형이다.
관련해 새삼 관심을 끄는 건 용기란 무엇인지, 그 정의다.
정치인은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이다. 여론에 항상 민감하다. 아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여론이라는 게 그런데 상당히 변덕스럽다. 그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보다 큰 대의를 위해서라면 초연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고. 그러나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도 그렇다. 그 권한 사용을 극히 아낀다. 권력을 행사하는 것보다 자제하는 자유가 더 소중한 걸 알기 때문이다.
이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용기다. 이런 용기를 지닌 대통령들이 위기 때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 미국을 구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하겠다’- 무려 101명이 한국의 대통령 출마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경선이 끝난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만 남았다. 민주신당은 14명, 민주당은 9명이 등록을 했다. 거기다가 군소정당에, 무소속 후보들까지 합쳐 100명이 넘는다.
이 숱한 후보군을 보면서 괜히 불안한 느낌이 앞선다. “대통령 선거는 한국민에게 재난이다.” 누가 한 말이었나. 이 말이 불현듯 생각나서다.
진정한 용기를 갖춘 한국 대통령의 출현이 이번 선거에서는 가능한 것인지…. 그 날이 몹시 기다려진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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