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디자인 등 갈수록 세련미
여성용은 마치 핸드백처럼 만들기도
항공기 이용따른 안전성도 더 강조
어느 공항에서건 출장객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복장은 여느 여행객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대개 바퀴 달린 컴퓨터 가방은 하나씩 끌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요즘은 컴퓨터 가방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네모난 상자 모양의 검정색 컴퓨터 가방이 멸종될 기미는 전혀 보이고 있지 않지만 토트, 메신저 백, 백팩 등도 많아지고 있다. 순전히 실용성만을 염두에 두었던 디자인 역시 패션에 더 신경 쓴 디자인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여성과 젊은층이 스타일리시한 가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방은 기능적인 제품이더라도 의류의 일부이지요”라고 말하는 로렌스 프랭클린은 검정색 비행용 나일론 랩탑 케이스로 유명한 가방회사 ‘투미’의 대표이사. “요즘은 사무용품도 약간이라도 재미있게 만드는데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사무용 가방을 자신의 옷, 구두, 보석, 장신구와 마찬가지로 자기 이미지의 일부로 여기기는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은 물건들을 찾기 쉽도록 컬러풀한 안감을 넣는 등 세부사항에 신경을 쓰고 가방을 만드는 자재들도 다양해지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잭 스페이드’의 ‘왝스웨어 파일 케이스’(www.jackspade.com에서 350달러)는 파라핀에 푹 적신 면으로 만든 것으로 초컬릿색 가방은 가죽처럼 나이를 먹어간다. “샤워할 동안 화장실에 걸어놓으면 그 김으로 다시 새것처럼 깨끗해진다”고 이 회사의 디자이너인 맷 싱어는 말했다.
패션에 초점을 맞춰 더 예쁜 하드웨어, 더 가벼운 소재, 섬세한 무늬와 곡선의 실루엣을 강조한 여성용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도 많아졌다. 과거 여성용 서류가방은 남성용에 버건디색만 입힌 것이었지만 요즘은 여성용이 따로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고 업계 단체인 여행용품협회 미셸 마리니 피텐저 회장은 말한다.
예를 들어 ‘투미’의 ‘엘리먼츠 슬림 브리프’(www.tumi.com에서 295달러)는 나일론 소재의 검정 랩탑 케이스지만 곡선의 뚜껑에 어깨끈도 둥그렇고 가죽으로 끝단을 대서 핸드백 같은 모양이다.
여행가방 회사들은 여자들이 바퀴 달린 랩탑 가방을 남자들보다 더 많이 들고 다니기 때문에 백팩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지만 가방에 대한 선호는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문제다. 보스턴의 인터넷 회사에서 일하는 레슬리 포드는 검정색 ‘케네스 콜’ 백팩이 너무 편하고 좋아서 2년 전 지퍼가 고장 났을 때 새 것으로 바꾸지 않고 수선해서 쓰기로 했다. 다른 백팩을 보러 다니긴 했지만 그만큼 좋은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포드가 몸을 다친 이후에 사용하기 시작한 그 백팩의 가장 큰 매력은 살짝 곡선을 그리는 전체적인 실루엣이 지나치게 남성적이지 않으면서도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백팩 안에 랩탑은 물론 서류, 플래너, 잡다한 전자기기 외에 작은 핸드백까지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은 각종 사무용 전자기기들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모두 너무나 많은 전자제품들을 가지고 있고, 필요할 때 당장 사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가방 안에도 그것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일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고 온라인 가방 소매상인 www.ebags.com의 피터 콥 부사장은 말한다.
사실 제조사들도 요즘은 랩탑 가방을 ‘비즈니스 케이스’라고 부른다. 컴퓨터는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수많은 전자제품 중 한 가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안에는 쿠션 넣은 랩탑 슬리브 이외에 블랙베리, 셀폰, 아이파드, 디지털 카메라와 충전기들을 넣을, 흠집 나지 않게 부드러운 천으로 안감을 댄 수많은 주머니가 들어간다. 그러나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계속 변화하는 테크놀러지들을 너끈히 수용할 만큼 융통성 있게 구획을 하는 것이 과제다.
가방 제조사들은 또 나라에 따라, 위협 정도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공항 안전법규에도 두루 통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도 시달리고 있다. “우리 회사에 제일 좋은 날은 지구 전체가 기본 안전등급일 때”라고 말하는 ‘샘소나이트’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퀜틴 매키에 따르면 요즘 ‘샘소나이트’는 비행기가 허용하는 기내 휴대 수하물의 숫자에 따라 붙이기도 하고 떼기도 하도록 모듈로 된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케이스의 뒷면에 위 아래로 열리는 주머니를 달아 바퀴 달린 큰 짐가방 위에 얹어 놓을 수 있게 한다. 또 샘소나이트의 바퀴 달린 가방들은 바퀴가 2개가 아니라 4개가 달린 것이 많다. ‘스피너스’라 불리는 이 바퀴들은 인라인 스케이트에 달린 것과 똑같은 것으로 더 다루기가 쉽다.
요즘은 랩탑만 넣는 커버도 인기다. 사방으로 패딩이 되어 있기 때문에 랩탑을 공항 검색대에서 시큐리티 상자 안에 넣을 때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일부 제조사는 바퀴 달린 큰 여행가방의 바깥에 랩탑을 넣을 주머니를 추가하기도 한다. X 레이 스캔할 때 넣고 꺼내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가방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에도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보다 점잖은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가방을 만드는 ‘브릭스 & 라일리 트래블웨어’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짐 라렌은 “현재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컴퓨터 가방의 무게는 3.5~4.5파운드로 10년 전에 비교하면 최소한 1.5~2파운드가 줄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갖가지 전자장비와 서류 등으로 20파운드쯤 되는 짐을 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별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사실 사는 사람들도 가방 무게에 신경을 쓰긴 하지만 결국 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가방이 아니라 사람들이 넣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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