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보는 남성 늘어
기저귀·젖병 등 사용편한
각종 아이디어 제품 많아
아빠들 스스로 창업하기도
달라스에 사는 타미 하비브는 18개월, 3세, 14세인 세 아들을 키우면서 집안에 홍수를 일으키지 않고도 목욕을 시키고, 집에 돌아 오면 아이들 뒤를 따라 기어다니면서 함께 상상 놀이를 하는 등, 아이의 삶에 전적으로 관여하는 요즘의 신종 아빠중 한 사람이다. 그렇긴 해도 물병에 끼우는 젖꼭지까지 발명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달라스의 어느 더운 날 오후, 자신은 차게 식힌 물병을 들고 마시고 있으나 아기에게는 그 시원한 물을 먹일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당장 부엌으로 가서 젖병 꼭지 부분을 잘라내 거의 모든 물병에 돌려 끼울 수 있는 젖꼭지를 만들었다.
프로듀서, 배우, 리얼리티쇼 호스트로 일했지 아동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의 발명품 ‘워터 바틀 니플 어댑터’는 ‘베이비스포트’라는 회사를 통해 올해 초부터 마케팅되기 시작, ‘세븐일레븐’과 ‘아마존’이 1달러95센트~2달러45센트에 판매하기로 결정했으며, 비상시에 대비해 수많은 병물을 비축해 두고 있는 연방비상구호청도 상비하기로 했다.
스트롤러부터 악취 제거 일회용 기저귀에 이르기까지 아동용품들은 다수가 역사적으로 남녀가 모두 꿈꾸어 오던 것들이지만 아동 양육에 직접 간여하는 아빠들이 증가하며 부모 노릇의 제일 힘들고 냄새나는 부분까지 맡는 것은 물론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까지 함에 따라 하비브처럼 자신의 체험을 발명으로 연결시키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그중에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다른 아빠들을 위해 디자인한 제품들도 많다.
연간 73억달러어치를 판매하는 업계 단체 청소년용품제조사협회 대변인 에이미 체젬은 “확실히 늘었어요. 아빠들이 10년전에 비해 훨씬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과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고 말한다.
덕 베이컨이 아들 거스, ‘토트어탓’을 탄 보와 함께 공항에서 걸어가고 있다.
2002년에 가족과 작업 연구소라는 연구 단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X세대(당시 23~37세) 아빠들은 주중에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돌봐주느라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3.4시간으로 베이비붐 세대 아버지의 2.2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이러한 추세는 Y 세대 아버지들에게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이 연구소 대표 엘렌 갈린스키는 “남자들이 정말로 달라졌습니다. 혁명이 아니라 진화에 가깝지만 진정한 변화입니다”고 말한다.
덴버의 ‘대드기어’ 사장 스캇 슈메이커(36)는 16개월짜리 쌍동이와 4세짜리 아들 삼형제의 아버지. “우리 세대는 더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그는 건축관리 일을 하느라 자주 출장다니는 사이에 어느날 갑자기 아이가 다 커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이후 어릴적 친구인 존 브루소와 함께 아버지용 육아용품 회사를 차리게 됐다. “아이가 자랄 때 순간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놓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지요”
아버지들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지만 육아용품 제조사들은 그 눈치를 채지 못했는지 아직 시장에는 어머니를 위한 제품만 많지 아버지를 위한 제품은 별로 없다.
그래서 창립된 ‘대디기어’는 기저귀 가방, 야외용 같아 보이지만 기저귀나 젖병 등을 넣을 주머니가 많이 달린 베스트, 해골, 불꽃, 대학 로고 등을 넣은 디자인의 메신저 백, 백팩 등 아버지용품들을 만든다. 베스트에는 뒷 주머니에 아기에게 기저귀 갈아줄 때 깔아줄 휴대용 패드까지 들어 있다.
DadGear.com 웹사이트에서 67~113달러에 팔리는 이들 제품이 처음 나온 2005년에는 한해 매출이 4만달러가 조금 넘었지만 올해는 80만~100만달러는 무난히 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네티컷주 웨스트 하트포드에 사는 덕 베이컨은 모욕감 때문에 발명가가 됐다. 당시 두살이던 아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하와이로 여행을 갔는데 필요한 물건을 챙기다보니 짐이 너무 많아 공항에서나 시내에서나 호텔에서나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던 것. 여행에서 돌아온 베이컨은 소프트웨어회사의 회계담당자로 집에서 일하는 틈틈이 아이를 데리고 보다 간편하게 여행다닐 방법을 찾았다. 바퀴 달린 여행 가방 위에 자동차용 안전좌석을 올려 놓으면 좋을 것 같아 나무와 줄을 가지고 몇시간씩 실험을 한 결과 옷감을 가지고 구르는 가방 위에 카시트를 부착시킬 백팩 같은 장치를 만들기로 했다. 그 물건에 ‘토트어탓’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ToteaTot.com에서 29달러95센트씩에 팔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우들랜드에 사는 엔지니어 그렉 셸던은 아들 윌(2)이 태어나자 아기와 함께 지내고 싶어 풀타임으로 일하기가 싫었다고 말한다. 아이가 태어난 뒤 언제나 잠이 모자라 언제 아기를 먹이고 언제 낮잠을 재웠는지 부부가 모두 잘 기억을 하지 못하자 그 시간을 상기시켜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짰다. 그것이 결국 바로 전에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 먹이고, 낮잠 재우고, 약 먹인 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알려주는 ‘이츠빈’ 베이비 케어 타이머 발명으로 연결됐다. 지난 1월 시판된 이 제품은 24달러99센트로 ‘아마존’‘타겟’‘기글’ 같은 전문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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