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기 목사는 “정서적 나이가 어린 어른은 자기밖에 모르고, 다른 사람은 생각을 못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정태기 크리스천 치유상담연구원장
부모 다툼 아이엔 충격
스트레스·상처 평생 가
사랑이 있어야 치유 가능
가정 바로세우기에 전력
정태기 목사(크리스천 치유상담연구원장)의 삶은 35세를 전후로 정반대다. 이전 별명은 ‘재봉틀’, 이후에는 ‘무대체질’로 불린다. 단 한 명 앞에 서도 다리가 덜덜 떨려 재봉틀이라던 정 목사가 1만명 앞에서도 술술 말 잘 하는 비결은 뭘까.
정 목사가 35세에 웨인 오츠 박사를 만난 게 변화의 계기다. 30세에 시카고 노던 신학교로 유학왔던 정 목사는 5년간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살았다. 동료 학생에게 말 한 마디 못했다. 전액 장학금을 주기 아까워 교수들이 회의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결정했을 때였다.
의사이자 신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오츠 박사가 노던 신학교에 부임하자마자 정 목사를 불렀다. 오후 2시였다. 저녁식사도 잊고 이어지던 두 사람의 대화는 자정이 40분이 지날 때 끝났다. 오츠 박사의 결론은 이랬다.
“당신의 정신 연령은 8세 이하다. 성격, 감정, 능력, 대인관계 다 유아 수준이다. 성인 아이다.”
오츠 박사는 정 목사를 켄터키에 있는 치유공동체에 보냈다. 100여명 앞에서 정 목사는 말도 못 하고 떨고 서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정 목사를 꼭 껴안으며 “네 마음 알아. 나도 너처럼 대인관계가 다 망가졌었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목사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용기를 내 입을 열자 참석자들은 같이 울고, 공감하고, 화를 내고, 기뻐했다. 정 목사는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다 힘들구나’ 느껴졌다. 그렇게 일주일을 공동체에서 보냈다.
또 한번 공동체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노던 신학교에 돌아오자 동료 학생들이 정 목사를 보고 놀랬다. 활발하게 캠퍼스를 걸어 다니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다. 말도 못 걸던 ‘샌님’의 입이 트인 것도 그때였다. 한 달에 일주일씩 공동체에 머물렀는데, 일곱 달째에는 공동체 리더가 “말 더듬는 게 해결됐으니 가라”고 했다. “이 세상에 완전한 해결은 없으니, 세상에서 보완해가라”는 말과 함께.
정 목사는 자신이 그토록 힘들었던 근본 원인이 어릴 때 부모님의 부부 싸움 때문이었던 것을 깨달았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큰 탓이었다.
두 집 살림을 살던 아버지와 한번 다투고 나면 몸이 약한 어머니는 몸져누웠다. 음식도 입에 못 대던 어머니를 외삼촌이 데리고 가면 정 목사는 두세 달씩 홀로 남겨졌다. 공포가 어린 정 목사를 짓눌렀다. 불안해 견딜 수가 없는 날이 이어졌다. 몸도 약한 정 목사라 세상을 거의 등지고 살았다.
“사람이 받는 가장 큰 상처는 1~5세 때 부모가 싸우는 걸 본 거입니다. 그때 충격이 무의식에 남아 평생을 괴롭힙니다. 부부싸움을 본 충격의 강도는 전쟁터에서 옆에 있던 전우가 수류탄에 죽는 걸 볼 때 충격과 같습니다. 그런 어마어마한 충격을 연이어 집에서 받는 아이를 생각해보세요.”
무의식은 자율신경을 지배한다. 자율신경은 인간의 의지대로 작동하지 않고,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어릴 때 부모가 싸우는 걸 많이 보게 되면 자율신경이 극도로 민감해져, 성인이 되서도 작은 문제에 충격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그리고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지 못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더 신경 쓴다. 실패와 거부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것도 무의식에 남아있는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떨림이 심한 자율신경을 치유하는 거죠. 그리고 그 해결은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줄 사람을 만나는 거죠. 내가 잘못을 해도 나를 품어줄 수 있는 사람 말이죠. 어릴 때 받지 못한 사랑을 늦게라도 보충하면 자율신경이 둔해집니다.”
그래서 정 목사는 가정 바로 세우기에 전력하고 있다. 500가정 중 단 한 가정이 전혀 안 싸우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한인 모두가 멍든 가정에서 자라고 있어서다. 가정이 바로 서면 개인이 바로 서고,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케냐의 사파리에 가면 사자만 차를 피하지 않아요. 사자는 침략을 받지 않으니 어릴 때부터 한번도 놀래보지 않고 컸기 때문이죠. 우리도 사자 같은 자식을 만들어야 해요. 어린이가 부모 앞에서 놀라면 안 되잖아요.”
혹시라도 부부가 싸웠다면,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꼭 껴안아주세요. 포옹이 사랑을 가장 잘 전달하니까요. 그리고 자녀에게 ‘나는 너를 믿는다’고 말해주세요.”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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