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홍수는 7년여만에 재개되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마저 연기시킬 만큼 빅뉴스였지만 한나라당 경선과 아프간 인질사태, 서브프라임 사태 등 뉴스에 가려 미주 한인언론은 물론 본국 언론들로부터도 경미하게 다뤄지거나 아예 무시됐다. 본보가 북한문제에 정통한 민간단체 ‘좋은 벗들’(www.goodfriends.or.kr )의 호소성 제보 등을 토대로 지난 16일 A2면 대부분을 할애해 “북한은 지금 물난리” 기사를 내보내고 작게나마 연일 속보를 다뤘지만 관심을 보인 이들은 보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비로소 관심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좋은 벗들’과 연합뉴스가 전하는 최근 북한 소식들을 엮는다. <편집자>
○…지난 8월 초부터 퍼부은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고 교통이 두절된 곳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 원산, 평안남도 양덕, 신양 등지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바람에 한 발작도 내딛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원산은 전화가 단절됐고, 양덕은 8월 3일부터 지금까지 기차가 멈췄다. 신의주-평양 철도만 살아있는데, 이것도 곳곳이 물 사태로 철로가 파괴되는 바람에 연착이 심하다. 원산-평양 고속도로는 곡산 구간이 산사태에 완전히 막혔으나, 인근 군부대에서 총동원돼 복구 작업이 단시일 내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도로 보수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우회로를 사용 중이다. 신의주도 계속 비가 내리지 않다가 최근 집중적으로 무더기 비가 내려 큰 물 피해가 예상된다. 한편 지난 9일부터 대부분 지역에서 전화가 안 되고 있다.
평북 연주군민 일부, 한달째 감자로 연명
○…평안북도 염주군 향보리 일대를 포함한 군내의 일부 농장에서는 한 달째 감자만 먹고 있다. 염주군은 물도 풍족하고 온통 너른 평야지대라 굶어죽는 사람이 나올 수 없는 곳이다. 고난의 행군 때도 염주군은 괜찮았던 지역이다. 이런 염주군에서도 식량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벌써 수십 명이 넘었다. 선천군에서는 풀죽만 먹은 지 오래됐다. 룡천군 북중로동자구들에서도 식량 사정이 어렵다. 쌀 고장이라 소문 난 농촌들이 이 정도다보니 큰 도시들의 식량 상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평안북도에서 쌀이 없는 도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의주도 한 3일간 시장에 쌀이 완전히 사라졌다가 농촌구역에서 조금씩 시장에 내다 판 낱알이 드문드문 눈에 띄는 정도다.? 이렇듯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등에서는 도시 노동자들이 하루에 옥수수 국수 두 끼 먹기도 힘든 상태다. 이 지역 시장 쌀 가격은 현재 모두 1,200원을 넘긴 상태이다. 한 간부는 “로임 한 푼 타지 못하는 로동자들이 이 비싼 쌀을 어떻게 사먹겠는가. 또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가. 하다못해 소금, 간장, 된장, 기름과 부식물도 있어야 하는데, 최하층 주민들 식사질이 정말로 말이 아니다. 짐승들처럼 맨 풀로 사는 집들이 도시들에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현재의 어려움을 전했다.?
중앙기관 정무원들, 평양서 복구작업
○… 조선중앙통신은 19일 평양의 릉라도유원지에서 성, 중앙기관 정무원(공무원)들이 피해복구사업을 진행했다며 정무원들은 유원지의 반월도구역에서 삽으로 감탕(진흙)을 퍼내어 자동차로 실어내고 바께쯔(양동이)로 물을 날라 도로를 닦아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날 복구작업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사무국, 임업성, 교육성, 중앙검찰소, 고려의학과학원 등 주요 중앙기관과 김일성고급당학교, 인민경제대학, 금성정치대학, 직총중앙위, 청년동맹중앙위, 문학예술출판사 등 직원들이 참가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함흥시 한달새 300여명 아사자 발생
○…함흥시에서는 기아 사망자가 최근 한 달 새 벌써 3백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에서는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하나, 자연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망자는 기본적으로 영양실조 때문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에서는 인구가 많은 도시라 자칫하면 무슨 변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우려해 시급히 식량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전국을 돌아봐도 쌀 나올만한 곳이 없어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쓸 만한 거 모두 팔아서라도 보름은 견지하라”며, 함흥의 공장, 기업소, 기관별로 각자가 책임을 지고 식량을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함흥시에서는 모든 해외 관계자들과 무역 상인들을 시켜 가능한 식량 통로를 적극 물색하고 있다..
식량 없어 풀 뜯어먹다 중독사망자도 늘어
○…함경북도에서는 농촌동원 기간에 젊은이들이 일부 죽어갔다. 의료계에서는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주민들 사이에는 “보관기일이 지난 중국 식품을 먹어 식중독으로 죽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몇몇 의사의 소견을 들어보면, 굶주림에 지쳐 풀을 먹은 사람들 중에 독풀 중독자들이 많고, 소수이긴 하지만 얼음(빙두)을 과도하게 이용하다 죽은 사람들도 있다.
○…도시경영성은 간부들이 직접 평남.강원.황북도 등 피해지에 나가 실태를 점검한 뒤 지난 14일 1차적으로 황북 곡산군에 식수를 보내주는 등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을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재정성 관계자들은 80여종 2만여점에 달하는 지원물자를 화물차에 싣고 곡산군 동산리 등에 직접 내려가 수재민들에게 지원물자를 전달하며 복구사업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상업성도 피해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절실히 필요한 간장, 된장 등 1차 소비품을 기본으로 하면서 더 많은 지원물자를 마련해서 보내주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중앙방송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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