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모양·포장
왜 자주 바꿀까
지난 100년 동안 ‘펩시’는 병과 깡통의 모양을 단 10번 바꿨을 뿐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디자인을 두어 주만에 한 번씩 바꾸고 있다. 40년 동안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 상자를 고집했던 ‘클리넥스’도 타원형 상자에 담긴 티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요즘 ‘쿠어스 라이트’ 맥주병에는 적절한 온도로 차가어지면 파란 색으로 변하는 레이블이 달려 있다. ‘허기스’의 ‘헨리 더 히포’ 비누 병에서는 20초 동안 빛이 번쩍인다. 아이들에게 최소한 그만큼은 오래 손을 씻으라고 알려주기 위해서다.
인터넷·TV다채널 시대 고객취향도 변화
“포장이 곧 광고… 진열대에서 승부 결정”
소비자 제품 제조사들은 이제까지 포장이란 제품을 운송하기 위해 담는 그릇 정도로 여겼으나 요즘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입체 광고판으로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텔리비전 채널이 많아져 더 이상 소비자들의 눈을 광고에 잡아둘 수 없게 된 것이 변화의 가장 중요한 이유. 병, 깡통, 상자, 플래스틱 포장을 이용해 매장 진열대 앞에서 마지막 순간에 구매 결정을 내리는 대부분 소비자들의 눈을 끌어 매출을 늘리려는 것이다.
1990년대에만 해도 대부분의 포장 디자인은 7년 이상 유지됐다. 요즘은 마케팅 간부들은 쉬지 않고 포장 바꿀 의논을 하고 있고, 2년이면 완전히 바뀌고 만다.
이처럼 디자인이 마케팅 수단으로 주류화 됨에 따라 샤핑객들도 진열대 앞에서 누리는 자그마한 시각적 즐거움에 익숙해지고 있다. 특히 ‘타겟’은 시각적으로 튀는 제품 포장을 주요 광고 주제로 사용하고 있다. 제품의 외양이 늘 똑같았다가는 뒷자리로 밀려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찾습니다”고 말하는 킴벌리 드로소스는 ‘유니레버 노스 아메리카’의 포장 개발담당 디렉터. 최근 ‘수아브’ 샴푸병 모양을 25년만에 처음으로 바꿨고 병 모양이 비디오 게임 조이스틱처럼 생긴 ‘액스’ 샤워젤을 판매하고 있다.
포장을 자주 바꾸는 데는 다른 이유도 많다. 어떤 회사는 용기의 크기를 줄여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 하기도 하고, 혹은 오래된 제품을 새로이 내세워보려 포장을 바꾼다. 어떤 브랜드는 세제나 기타 가정용품을 담은 병이 벽장이나 서랍 속에 감춰 두면 아까울 정도로 충분히 멋지다고 자랑한다. 새로운 포장은 큰 돈 안들이고 사람들의 집에 새로움을 가져다주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에비앙’은 포장을 가지고 일상적인 제품에 럭서리한 감각을 불어넣었다. 신제품으로 식당과 호텔에서 팔리고 있는 팰리스 바틀은 병목이 우아한 백조 같이 생겼고 작은 은쟁반 위에 앉혀져 있다. 테크놀러지도 변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쿠어스’ 맥주 레이블에 사용된 잉크는 맥주병의 온도 변화에 따라 레이블에 새겨진 산의 색깔을 변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삼년 지나면 ‘펩시’를 마시는 사람은 깡통을 열 때 퍼지는 달콤한 향을 맡게 될지 모른다. 이 회사는 열면 가볍게 물안개를 뿌리는 깡통도 고려해 왔는데 비용 때문에 실제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
북미주에서 ‘펩시’의 포장 혁신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로랑 니엘리는 ‘펩시’의 중심 고객인 젊은이들은 전 세대에 비해 주의집중 시간이 짧기 때문에 병과 용기도 더 자주 바꿔줘야 한다고 말한다. 펩시는 ‘마운틴 듀’ 병을 가지고도 디자인 실험을 하고 있다. 낙서 같은 디자인으로 덮은 알루미늄 병을 5월부터 10월 사이에 12번이나 바꿀 예정인데 현재 버지니아주 동부지역에서만 판매중인 이 병의 매출이 증가하면 판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어떤 회사는 컴퓨터 칩이나 작은 스피커를 포장 안에 넣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아이디어는 다양한 브랜드를 두루 선전하기 원하는 ‘유니레버’ 같은 큰 회사에 특히 유용하다. 그러니까 소비자가 진열대에서 치즈를 집어 들면 그 포장에서 ‘”이 제품은 트리스킷 크래커와 잘 어울립니다”라는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다. 칩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므로 비슷한 기술을 사용한 포장은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제품 포장이 계속 달라지고 있으므로 소비자 입장에서 장보는 일이 더 재미있어 질 것인지, 더 혼동스러워질 것인지, 아니면 더 성가시기만 할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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