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고용은 안된다는데 우린 대책이 없습니다.”
사업 특성상 히스패닉계 종업원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한인 업계가 내놓는 해법 아닌 해법이다. 연일 터지는 불체자 단속 강화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한인사업자들은 고용주마저 처벌하겠다는 보도에 이젠 어떻게 되나 두고 보자는식의 체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식당업계, 식품업계, 건축업계, 세탁업계 등 소수계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직종에서 공통적일 수밖에 없다. 고용주에거 책임을 묻는 불체자 단속법이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인 비즈니스의 근간을 흔드는 태풍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이 태풍은 ‘인력난’이란 형태로 한인사회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으로 한인들을 몰아가고 있다.
▲식당업계
“갈 때까지 가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없잖아요?”
한인타운 애난데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부엌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불체자 아니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소위 3D 직종을 한인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어떻게 합법 신분의 소수계 근로자들을 구한다 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줘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김씨는 “지금보다 최소 15-20%는 봉급을 더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Tax ID를 주고 정식 고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봤지만 불체자라는 신분이 변경되는 것도 아니고 또 외국 근로자는 현금을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범(?) 아닌 공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실토했다.
▲세탁업계
큰 공장을 갖고 있는 업소는 많게는 20-30명씩 외국 근로자를 쓰고 있는 세탁업계는 꾸준한 계몽과 교육으로 타 직종에 비해 소수계 종업원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문제의 소지는 여전히 많다. 외국인 종업원의 신상 기록을 비치하는 업소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제출한 기록들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일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
새이민법은 서류 미비자를 고용한 업주에게 최고 1만달러 벌금을 부과하고 고용시 소셜번호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요구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일이다.
<이병한 기자.2면으로 계속>
윤팔혁 워싱턴한인연합세탁협 회장은 “정상적으로 미국에 정착할 수 있는 신분으로 세탁소에 와서 힘든 일을 할 외국 근로자는 많지 않다”며 “세탁인들이 재수 없이 단속에 걸리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할 뿐”이라고 말했다. 세탁협은 다음달 새 이민법 등을 의제로 세미나를 열어 최선의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식품업계
마땅히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든 것은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차명학 워싱턴한인식품주류협 회장은 “업소 마다 새이민법이 대화의 초점”이라며 “힘든 일을 마다 않는 근로자들이 지금도 귀한데 앞으로 더 찾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며 걱정을 하고 있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차 회장은 “법의 취지야 이해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인데 무조건 원칙대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소상인들이 엉뚱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사업 환경을 개선시켜야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 건축업계
이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일거리가 많지 않아 고민하고 있던 한인 건축업계는 새이민법이 역시 달갑지 않다. 일부 큰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소규모 도급 건축업체를 운영하는 한인들에게 일일 노동시장은 중요한 인력 수급원. 타민족이나 대형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공사비를 줄이는 것이고, 당연히 일일 노동자들을 많이 의지하게 된다. 그런데 서류 미비 근로자는 물론 고용주까지 단속하고 벌금을 물린다는 보도는 가뜩이나 일감이 없는 처지에 설상가상이다. 한인 건축업계가 아직은 미 주류 건축회사들처럼 종업원들에게 각종 혜택을 다 주며 폼있게 사업을 경영할 수준이 아직 아닌 것이다. 라티노 주민 선교를 담당하는 ‘굿스푼’ 대표 김재억 목사는 “일일 노동자는 다 불체자로 봐도 된다”며 “한인 건축업자들은 합법 근로자를 고용하는것 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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