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요폭증 가격 크게 올라
닭장서 안키우는 암탉 전체 5% 육박
농가에선 비용 많이 들어 전환 주저
층층이 쌓인 좁은 철망 속에 갇혀 지내는 것이 아니라 넓은 헛간에 놓아 키워지는 닭이 낳은 달걀이 최근 대학, 호텔 체인, ‘구글’ 같은 대기업 구내 식당 메뉴에 추가되고 있다. ‘호울 푸즈’ 수퍼마켓에 가면 그렇지 않은 달걀은 팔지도 않고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 킹’마저 이 추세에 동승함에 따라 ‘케이지 프리(cage-free)’ 달걀 공급은 수요를 당하지 못하고 있다.
‘벤 앤드 제리’ 아이스크림 회사도 작년 9월, 주요 식품제조사로서는 최초로 검사단체로부터 인도적으로 키운 닭이 낳은 것이라는 검증을 받은 달걀만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면 실시에는 4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공급이 달려서 필요한 달걀을 다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대변인은 말했다.
‘케이지 프리’ 달걀은 도매값이 다즌당 60센트 더 비싸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양계농부들은 닭장을 부수고 헛간을 개비하지 않고 있다. 풀어 놓는다고 닭들에게 더 좋을지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닭 수천마리를 헛간 건물 바닥 비좁은 땅에 폴어 놓으면 굶는 놈, 병든 놈, 먹히는 놈만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수요가 한때의 반짝 수요가 아니라는 믿음에 시간과 돈을 들여야 ‘케이지 프리’가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케이지-프리 계란이 좋다고 말들은 많이 하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식품점에 가서 값이 두세배나 비싼 것을 보고도 살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유나이티드 에그 프로듀서스’의 진 그레고리 회장은 말한다.
‘케이지 프리’로 닭을 키울 시설을 만드는데는 6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잘 디자인된 시설을 짓는데 드는 비용은 닭 한마리당 30달러지만 여러층으로 쌓을 수 있는 닭장 건설비는 마리당 8달러에 불과하다. 기존의 닭장을 치우고 ‘케이지 프리’로 전환하면 새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은 덜 들지만 그래도 서너달 동안의 수입을 잃을 각오와 함께 새로운 양계방법에 적응하는 복잡한 일이 생긴다.
그래도 이삼년 전에만 해도 닭장에서 키우지 않는 암탉은 미국 전체 암탉 2억7,900만마리 중 2%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5%에 육박하고 있다.
‘케이지 프리’ 달걀에 대한 관심은 미국동물애호협회가 2005년에 닭장 폐지 운동을 시작하면서 양계업자들에게 양계 시설 개선, 기업들에 정책변화를 요구한데 크게 힘입었다. 이들은 지난 주 ‘웬디스’를 목표로 삼아 일련의 인쇄 및 라디오 광고를 내면서 계란에 관한 한 ‘버거 킹’의 뒤를 따르라고 촉구했었다.
기존의 닭장에서 닭 한마리에게 배당되는 면적은 랩탑 컴퓨터만 하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닭들이 날개를 펼치거나, 잠을 자거나, 기타 다른 자연스러운 동작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달걀의 모양과 맛은 그 신선도와 닭의 먹이에 따라 결정되지만 요리사 중에는 ‘케이지 프리’ 달걀의 품질이 더 좋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만 케이지 프리 달걀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
올해 동물애호협회는 닭장에서 크지 않은 닭이 낳은 달걀이 더 맛있다고 유명한 요리사 볼프강 퍽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볼프강 퍽은 3억6,000만달러 규모의 자신의 식품업체에서는 모두 ‘휴메인 팜 애니멀 케어’라는 단체로부터 인증을 받은 ‘케이지 프리’ 계란만을 쓰기를 원하고 있다. 농부들이 특정 기준에 맞게 닭을 취급하는지를 살피는 ‘휴메인 팜 애니멀 케어’는 2003년만 해도 고객 농장이 2개로 19만2,997마리의 닭에 인증을 내줬지만 현재는 14개 양계회사가 등록해 190만마리의 닭을 살피고 있다. 이 단체 사무총장 아델 더글러스는 “요즘은 찾는 회사가 많지만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소비자 수요”라고 말했다.
‘호울 푸즈’ 마켓에서 파는 달걀은 모두 최소한 ‘케이지 프리’ 달걀이지만 2005년부터 ‘케이지 프리’ 달걀만 사용하고 있는 상점 내 제과 및 조리부에서는 달걀이 모자라서 음식이나 빵을 덜 만들고 있는 형편이다.
‘버거 킹’도 3월에 점진적인 ‘케이지 프리’ 정책을 선언하고 올해 말까지는 전체 계란 소비의 5%를 ‘케이지 프리’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그 정도의 소박한 목표도 달성하기가 어려울지 모른다고 스티브 그로브 부사장은 말했다. 공급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장에 ‘오개닉’(organic)과 ‘프리 레인지’(free-range)라고 쓰여진 달걀은 야외에서 자라는 닭이 낳은 것들이지만 대부분의 ‘케이지 프리’ 닭들은 12~18개월이 고작인 평생동안 헛간 바깥으로 나가보지 못한다. 양계회사들은 연방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에서 이 레이블의 사용허가를 받지만 당국이 실제로 검사를 하지는 않는다.
양계업자들은 ‘케이지 프리’가 반드시 닭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닭장 속에서도 건강한 닭을 키우는 농장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내 동물애호단체의 요구에 따라 케이지 프리 달걀로 바꾸는 문제를 장장 6개월동안 검토한 노터데임 대학은 최근 그 요구를 거절했다. 매일 식당에서 1만6,000끼니를 제공하는 이 대학 관계자들이 닭장에서 키우는 농장과 닭장 없이 키우는 농장을 모두 방문하고 닭의 복지와 식품 안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 맛, 기타 여러 가지 이슈들을 검토한 결과 두 방법은 각각 장단점이 있었지만 닭장에서 나오는 달걀이 식품 안전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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