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for the Soul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어떤 문제를 골똘히 생각합니다. 점차 더욱 집중하며 더 골똘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전혀 해답이 떠 오르질 않습니다. 더 쥐어 짜 봅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문제의 해답이 떠 오를 때까지 또렷한 마음으로 초점을 놓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답은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잠시 산보나 다녀와야겠다 하고 운동화 끈을 매는 순간 홀연히 답이 마음 수면 위로 부상합니다. 다시 신발 끈을 풀고 답을 메모하려 책상 앞에 앉습니다.
Less Is More. / 적을수록 많다.
오늘은 전혀 풀리질 않습니다, 골프가. 물에 빠지고 모래에서 헤맨 후 더블보기로 시작한 전반 나인 홀, 연이어 보기만 줍다가 급기야 평소 잘 안 하던 OB까지 내곤 트리플 보기... 정말 어이없는 게임으로 아홉 홀을 망쳤습니다. 냉수 한 잔 마시고 이어지는 백 나인. 에라 모르겠다, 이미 망가진 몸 반 포기한 마음으로 티이 박스에 올라 섭니다. 휙~! ~딱! 멋진 티이 샷이 나옵니다. 어? 이게 어디서 나타났지? 하루 종일 출장 중인 줄 알았더니. 잘 맞은 세컨 샷이 홀 컵에 찰싹 가 붙더니 그대로 바잇! 김미 버디 [a gimme birdie]. A piece of cake! 이렇게 쉬울 수가! 그렇게 시작된 백 나인, 투 언더로 끝냅니다. 전 후반 합계 세븐 오우버, 간신히 제 핸디 쳐 냅니다.
Less Is More. / 적을수록 많다.
놓으면 찾아 오는 답이 많은 게 인생입니다. 꽉 쥐고 있으면 덜 풀리는 게 살림살이입니다. 쥐면 놓치고 놓으면 쥐어지는 게 삶의 파라독스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지혜로운 이는 놓을 줄 아는 사람이랍니다. 움켜 쥐고 있던 문제를 놓는 순간 답은 저절로 떠 오릅니다. 꽉 쥐고 휘 두르던 골프채, 힘 빼고 놓은 마음으로 다루는 순간 환상의 스코어가 다가 옵니다. 래쓰 이즈 모어! 예술가들이 말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꼭 논하진 않더라도 자명할 때가 많은 역설의 지혜입니다.흔히 No Pain, No Gain!이라 합니다. 고통 없인 얻는 게 없다는 얘깁니다. 뭔가 얻으려면 그 만큼 아픔이 따라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 같은 진리의 뒷면이 바로 Less is More!랍니다. 모르다가도 알 일이지요.
Less Is More. / 적을수록 많다.
적게 하고 많이 이루라. 결과에 연연해 하지 말고 과정에 몰입하라. 장래를 내다 보지 말고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충실하라. 반드시 아픈 만큼만 성숙하는 건 아니다. 자연을 보라. 장미 한 송이가 피어나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 쓰는가? 강물이 흐르기 위해 그토록 애써 내닫는가? 구름이 하늘 위를 애써 흐르는가? 대지 위에 내려 않는 하얀 눈송이들이 애써 경쟁하듯 땅으로 떨어지는가? 자연은 스스로 그렇게 있음에 그대로 자연인 법! ‘래쓰 이즈 모어’란 역설의 지혜가 사실은 역설이 전혀 아님을 자연은 늘 보여주고 말없이 가르치는 중입니다.
Less Is More. / 적을수록 많다.
다다른 이는 애쓰지 않습니다. 술 취해 수레에서 떨어진 이는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노자의 지혜가 그토록 당연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꽉 쥔 골프채론 그저 더블보기나 엮어 갈 뿐입니다. 노래에 서툰 이는 마이크도 꽉 잡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모르고 나대는 사람 보기 민망한 만큼, 자신의 유능함을 잊은 채 ‘그저 하는’ 분을 지켜보긴 정말 즐겁습니다. 이른바 ‘힘 안들인 스윙’[an effortless swing]으로 골프란 녹색소풍을 쉽게 영위해 가는 골프도인을 보면 늘 생각납니다. Less IS More!래쓰 이이~즈 모어. 거 참 쉽게 하네!
물론, 그렇게 쉽게 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뒤에 숨어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다만, 지금 당장 그렇게 ‘Less Is More’를 실현해 내는 그 분이 존경스럽다는 말씀이지요. 별 힘 들이지 않고 멋진 샷을 계속 쳐내는 그 분 위로 흰 구름도 흐릅니다. 그렇게 유유히 흐르는 구름들이 속삭입니다. Less is More, Less is More, Less is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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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다른 ‘가슴 여는’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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