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칼럼
남북한 정부는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는 8월 28부터 30일까지 사흘동안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남북한 양 정상이 마주할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한 발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7천5백만 민족의 바람을 못 본 척 사진 한장 찍고 헤어질 자리가 아니라 믿는다. 두 분은 뭣인가를 서로 주고 받아야 하고, 합의된 의미있는 결단으로 한반도의 주인된 참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남북합의서는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과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내세우며,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공동의 번영, 조국 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한다. 잠들면서도 밝혀야 할 우리들의 화두(話頭)인 ”평화와 번영과 통일”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시기와 장소, 미국과 중국의 심기를 앞세워 깊은 우려를 표시하는 입들이 있지만 우리가 한반도 남북문제를 주도적인 자리에서 풀어가겠다고 나선다면 상황은 언제나 같을 것이다. 각 정파의 이해나 주변 4대강국의 국익은 언제나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시기를 탓하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의 8월 19일 경선과 12월 19일 대선에 미칠 영향을 두고 주판알을 퉁긴다. 실질임기 4개월여의 참여정부가 남북문제를 놓고 ‘백지수표’ 쓰듯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한껏 기분만 내고 짐은 후임자가 짊어져서야 되는가. 안된다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정권을 놓고 싸워야 할 민감한 시기이니 크게 탓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공동의 번영, 조국 통일 문제는 한 정파의 이해를 크게 뛰어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눈치를 보고, 멈칫거리거나 주저앉을 때가 아니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적어도 1년 이상, 미국대통령 선거까지 살핀다면 2년 이상의 세월이 훌쩍 지나가고 말 것이다.
회담 장소 ‘평양’을 두고도 말이 많다.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약속대로 서울로 오든지, 적어도 제3의 장소에서 만나야지 뭐가 아쉬워 ‘평양’으로 또 가느냐는 것이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었던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이룩한 서울의 웅자와 호사로움을 보여주면 오죽 기분이 ‘깨소금맛’ 일까마는 뒤틀린 현실이다. 마냥 기다릴까. 옛 말대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민족문제를 능동적으로 풀겠다는 결단으로 보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논의해야 할 핵심과제는 “북핵 문제”다. 남과 북이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 문제를 풀어가자고 한 만큼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대한 각오를 다시 한번 더 천명하여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실천적 핵 폐기 방안과 그 일정을 밝히도록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한국의 힘만으로는 안된다는 사실을 어이할 것인가. ‘참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있다. 북핵 문제를 두고 말할 때 우리는 6자회담 2.13 합의 채택, 지난 3월 김계관 북한 외무성부상과 미국 크리스토퍼 힐의 뉴욕 회담, 6월크리스토퍼 힐의 평양 방문, 7월 베이징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김계관, 크리스토퍼 힐의 3시간여 회동을 먼저 본다. 그리고 뒤이은 영변 핵시설의 폐쇄, 봉인작업 진행으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북핵 문제를 보아야 한다. 북핵 문제가 북-미 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종전 선언’이나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문제도 두 정상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 문제도 ‘북-미간의 문제’라 주장하고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더욱 더 살펴야 할 기색은 북한이 총을 앞세운 “선군정치”를 아직도 고집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원한다면 꼭 뛰어넘어야 할 주의, 주장이기에 말이다.
노, 김 정상회담을 보는 시선들이 곱지 않고, “퍼주기” 말고는 주변상황 또한 녹록치 않지만 크게 환영의 뜻을 밝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드높은 기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손잡고 한반도 (평화)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 갈 “대화의 장(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과 함께 6자회담 합의 이행과 개혁개방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힐 수 있다는 소망도 있기 때문이다. 그 같은 기틀 위에서 남북사이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군사적 신뢰를 쌓아간다면, 언제인가는 EU 비슷한 ‘남북 경제공동체’ 모습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아니 좋을 것인가. 다 좋다. 그러나 “비핵화 선언”만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핵 주권”을 되찾을 형편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NO” 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민족을 향한 선언이고, 국민과의 약속이다.
wjkim_c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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