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온라인 주문 하듯이
요즘은 큰 체인이나 작은 체인, 개인 식당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 윈도에 들어서기 전에 온라인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문하는 것은 물론 곧 셀폰으로도 단추 하나만 누르면 음식을 배달받을지 픽업해서 먹을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식당업계는 책을 아마존에서 주문하는 것이 당연해진 것처럼 음식 주문도 그렇게 만들기 위해 테크놀러지에 많은 투자를 했다.
식당들이 사람들을 집에서 요리하지 않고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밖에서 더 많이 사먹게 만들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한다고 비난하기 전에 알아둬야 할 통계가 있다. 전국식당협회의 2006년도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인은 일주일에 평균 5회는 끼니나 간식을 식당에서 사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상 앞에나 자동차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젖을 떼자마자 식당 음식으로 자라나는 아이들도 많기만 하다.
빠르고 정확하고 현찰 준비할 필요도 없어
크레딧카드 입력하면 마우스 몇번 클릭으로
피자·샌드위치 등 편하게 주문-배달-픽업
미국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에 대해 갖고 있는 최대의 불만은 더 빠르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년에 식당업계 출판물인 QSR 잡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드라이브 스루 줄에 서서 5분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는 사람이 68%나 됐다. 운동화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것을 자기 맘에 들도록 맞춰 갖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바로 원하는 때에 손에 넣을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업소는 5년 전부터 온라인 주문을 받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를 걸거나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식을 주문한다. 작년에 온라인으로 식당에 음식을 주문한 미국인은 13%로 2004년의 10%보다는 많아졌다.
그러나 87개국에 2만8,000개 매장을 갖고 있는 샌드위치 체인 ‘서브웨이’의 소매 테크놀로지 부서의 프로젝트 리더인 필립 데소르보 주니어는 요즘은 보이스 메일 보다는 e메일로 주문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며 온라인 주문이 전화주문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이나 문자 메시지 주문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우선 더 빠르다. 전화가 연결되기까지 기다리거나, 불쑥 끊기는 일이 없다. 그날의 스페셜이 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또 주문 품목과 배달 받을 주소를 본인이 직접 타이핑하므로 더 정확하다. 물론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배달이 안 됐다거나 주문한 대로 배달되지 않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주문이 훨씬 더 정확하다는데 일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현찰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음식과 크레딧 카드 정보를 저장해 두면 다음 번에는 마우스만 몇번 클릭해서 주문할 수 있다. 배달 시간도 며칠 전부터 정해둘 수 있고 식당 메뉴를 부엌 서랍에 보관할 필요도 없다.
식당업계 간부들에 따르면 온라인이나 문자로 주문하는 사람들은 인종이나 연령보다는 초고속 인터넷 연결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주로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퇴근 후에 부산 떨지 않고도 가족끼리 식사할 방법을 찾는 맞벌이 부부, 대학생, 시간외 근무중인 전문직업인들이 많다.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사람은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어서인지 온라인 주문의 이점을 가장 잘 이해하는 그룹은 아무래도 대학생들이다. 수업시간 사이사이에 식당에 문자로 음식을 주문하는 대학생들의 수요에 부응하여 300개 이상 대학 캠퍼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식당들의 네트웍 ‘캠퍼스푸드 닷컴’은 4월부터 텍스트와 SMS 메시지 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그 효과는 가을이 돼야 실감할 것 같다.
코넬대학 3학년생 리베카 민스키(21)는 1학년 때부터 ‘캠퍼스푸드 닷컴’을 이용해 왔다. 요즘은 친구한테 메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텍스트 메시지를 이용해 주문을 하는데 체육관을 나서면서 주문하면 집에 도착해서 금방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해한다.
식당측은 받아야 할 전화가 덜 오고 주문당 단가가 높은데다(피자의 경우 전화 주문시보다 평균 2~5달러어치가 더 많다) 고객들의 e메일 주소까지 덤으로 얻기 때문에 온라인 주문을 환영하는데 그렇다고 그것이 반드시 손님들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뉴욕 유니버시티의 영양학과 교수인 매리온 네슬리는 “온라인 주문은 워낙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사람들을 더 많이 먹도록 만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배달되는 음식은 피자로 큰 전국 체인들이 전국 피자 식당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의 3대 피자 체인인 ‘피자 헛’‘도미노’‘파파 존스’가 온라인 주문에서도 가장 앞장서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매분당 평균 30건 가까운 온라인 주문이 접수되고 있는 ‘피자 헛’은 지난 6월 지난 3년 사이에 온라인 주문이 6배나 더 많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도미노’ 피자가 본사 소유 매장에서 사용하는 이름인 ‘팀 USA’의 패트릭 도일 부사장은 “지난 1,2년 사이에 온라인 주문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1~2년 안에 피자는 온라인으로 가장 많이 구입하는 10대 품목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고 말한다.
피자만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1년여 전부터 멕시칸 체인 ‘치포틀레’도 온라인 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올해의 첫 6개월 동안 35만건의 주문을 온라인으로 처리, 작년 동기의 25만건보다 훨씬 많아졌다.
뉴욕 맨해턴에 있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3개월 전부터 손님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서 자기가 타고 갈 자동차의 이름과 색깔을 쳐 넣게 한다. 손님의 차가 식당쪽으로 다가오면 주문한 음식을 종업원이 식당 앞까지 가져다 준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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