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가짜가 많기도 하다. 위조지폐가 있는가 하면 변조된 서류가 있고, 싸인이 위조되어서 진짜 수표가 가짜로 둔갑을 하는가 하면, 진품과 너무나도 같아 보여서 오히려 소비자가 찾아가는 질도 좋고 값싼 모조상품도 있다. 어떤 유명브랜드의 가방은 모조품이 너무 많아서 진품을 들고 다녀도 모조품이 아닐까 의심이 가기도 한다. 이러한 일은 결국에는 누구에게 금전적으로 손해를 입히게 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위장시키기도 하는데, 그것은 졸업장이라든가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자격증이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행동할 때이다. 그러한 위조는 본인의 인격과 다른 사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인 물의와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진짜처럼 행동하는 ‘가짜 사람’을 실제로 대면하게 되는 난처한 경우도 있다. 이제는 옛이야기가 된 대학시절에, 우리 학과의 학생들은 실제로 강의실에 태연히 들어와 우리들과 사이좋게 공부를 하였던 2명의 가짜 여대생을 만나기도 하였다. 그 때에는 편입생들이 들어왔던 학기이기도 하여서, 우리 ‘진짜’들은 말수도 적고 얌전하였던 그 여자들이 편입생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여러 가지의 학교생활에 관하여 설명도 해주고 편의도 보아주었다. 그리고 시험 때가 되었던 어느 날, 그들이 모두 말없이 사라진 다음에야 그들이 가짜학생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때에는 그 일로 인해서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었으므로 이 어이없는 사건은 어느덧 잊혀지고 말았으나, 지금 생각을 해보면 아마도 누군가는 결국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가짜의 신분으로 행세하는 사람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가짜가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재벌의 아들, 딸이라고 하지를 않나 대통령의 양자라는 사람도 나타났었다. 학위를 속이는 교수가 생겨나고 또 그 이유가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 때문’이라고 웃기는 이유를 다는 사람까지도 생겨난다. 요즈음 갑자기 많아진 ‘박사’ 때문에 학위에 대한 신뢰성과 희소가치가 없어지는 듯 생각되기도 한다. 위조 학위증을 사거나 파는 사람도 있다는데, 주정부에서 인가를 받은 학교에서 남발하는 학위가 가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모두 우등생이 아닌 것처럼 학교라고 모두 우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유명대학에서 어떻게 학위를 주는지 그 절차를 아는 사람들까지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 교수를 채용할 때에 학위증을 필요로 하는 대학에서도 그러한 절차를 알고 있었다면, 누가 무슨 학위를 언제 받았는지 조사하는 일은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가짜의 공통점은 거짓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속임수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려내기가 어려운 가짜는 진실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의 경우이다. 고의적으로 한 거짓말이 다른 사람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 때로는 한 생명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그것은 진실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없기 때문인데, 심지어는 사건의 실체가 영원히 밝혀지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직 본인만이 그 진실을 알고 있어서, ‘내가 알고, 또 하늘이 안다’라고 하는 안타까운 항변의 말도 생겨나는 것이다.
가짜가 만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형태의 거짓을 행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가짜가 진짜를 밀어내는 경우도 있다. 자칫하다가는 모르는 사이에 ID를 도용당하고 진짜인 ‘나’를 증명하느라고 오랜 시간을 소비하면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나는 진짜라고, 나를 믿어달라고 서약이라도 하는 양, 국가에 내는 서류에도 증빙서류가 만만치 않은 이 세태를 생각한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누가 말로써 나의 진짜임을 보증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오직 서류들만이 나의 존재를 확실하게 해 준다. 진짜의 수난 시대는 오래 전에 시작되었던가.
moonja.li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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