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 시카고 진출 1년 기획시리즈 <상>
초대형 원스탑 샤핑 지향…소비자 선택 폭 넓혀
부부가 함께 세탁소 같은 자영업을 하며 바쁜 생활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시카고 한인사회에서 장을 본다는 것은, 저녁에 가게 문을 닫고 집에 가다가 20~30분 동안 수퍼마켓에 들러서 필요한 찬거리 몇개를 사가는 것일 뿐이었다. 2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통해 1,500만달러라는 거액이 투입된 수퍼 H마트 나일스점이 지난해 8월25일 그 문을 연 순간, 시카고 한인 식품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9만여스퀘어피트 넓이의 초대형 공간에서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4만여개가 넘는 그로서리 제품과 500여가지에 가까운 청과, 정육, 수산물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한인들은 물론 타인종들까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카트를 밀며 다양한 식품을 골라 담는 재미는 한인 가정에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고, 신선하고 색다른 재료들로 푸짐한 저녁 상을 차려 오순도순 나눠 먹는 풍경들이 펼쳐졌다. H마트가 문을 연지 1년이 된 지금, 대형 한인 마트가 시카고 한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살펴본다.
시카고에 최초로 진출한 대형 한인 식품점인 H마트가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제일 큰 이유는 바로, 다양하고 신선한 제품을 좋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강점 때문이다. 식품 유통 업체가 이런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면 아무리 매장이 크다 한들, 오래 버티기가 힘든 것이 현실. H마트는 청과, 수산, 정육, 그로서리와 같은 모든 부문에 있어, 이제까지 시카고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점이 바로 일주일 평균 고객 4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H마트의 원동력이다.
■ 싱싱한 야채, 과일, 생선, 육류의 물결
H마트 나일스점에 들어서면 한국산 배, 후지 사과, 캘리포니아 오렌지 등 한인은 물론 다른 동양 및 서양 고객들을 겨냥한 300여 종에 달하는 각종 과일·야채가 색색가지 별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홀 푸드의 제품 같은 A급 청과물을 제리스나 히스패닉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두리안, 파파야, 구아바, 포멜로, 스타 후르츠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신기한 과일 맛을 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도 더해져 H마트의 청과류 코너는 매장 입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한쪽에는 유기농 제품 코너가 따로 마련돼 웰빙시대에 고품격 야채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줬던 것은 물론, 기와집 모양으로 꾸며진 반찬코너에는 깍두기, 총각김치, 나박김치, 열무, 동치미, 부추김치 등 갖가지 김치와 한국에서 직수입한 젓갈을 비롯해 다양한 각종 반찬들이 고객들의 입맛을 즐겁게 해줬다. 시카고시에 거주한다는 한 주부는, 과일을 고르면서 “깨끗한 공간에서 다양한 청과류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주고, 제품의 신선도와 유통기한에 믿음이 간다”고 말한다.
시카고가 내륙에 자리잡고 있는 지리적 특성상, 이 곳 한인들이 살아있는 활어의 맛을 보기란 어려웠다. 이런 시카고에서, 매장내 최신 수족관 설비를 바탕으로 한국산 광어를 비롯해 우럭, 잉어, 바다가재를 즉석에서 잡은 뒤에 다듬어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H마트다. H마트가 오픈한 뒤에 광어회 열풍이 불었을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다. 활어 뿐만 아니라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공수되는 멍게, 해삼도 맛 볼 수 있었고, 옥돔, 제주산 갈치 같이 미국에서 구입하기 힘든 생선들도 시카고 한인들의 밥상 위로 올라왔다.
H마트 정육코너에서는 갈비, 도가니, 안창살은 쇠고기류는 물론, 목살, 로스구이, 등심, 사태 같이 미국 식료품점에서 구하기 힘든 갖은 부위의 돼지고기류를 비롯해 닭, 꿩, 토끼 고기 등 200여 가지의 고기류가 갖춰져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한 H마트가 돋보였던 부분은 바로 그 종류의 다양성 못지않게, 냉장육이라는 신선한 고기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H마트의 권태형 이사는 “시카고 한인분들이 그동안은 주로 냉동육만 접해 오셨기 때문에, 가격이 훨씬 비싸지만 그 육질의 맛과 신선도에서 냉동 고기와 비교가 되지 않는 냉장육의 매출이 처음에는 높지 않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구입해서 냉동실에 넣지 말고 3일 이내에 드실 경우, 냉장육이 갖는 부드럽고 쫄깃한 고기 맛의 진가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한국의 대표 식품브랜드 총망라
미주 한인 소비자들이 식품점에 가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 중에 오뚜기, 청정원, CJ, 농협, 샘표, 한성 같은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 브랜드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 미국내 한인 식품업체들이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OEM)을 통해 생산된 것이나 중소 식품업체의 제품들 대신에 믿을 만한 대기업 제품들을 다양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냉동코너에서 만두를 고르고 있던 한 소비자는 “어떤 제품을 사려해도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 갖춰져 있고, 특히 한국의 유명 제품들 중에서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좋아서, 지금 살고 있는 네이퍼빌에 들어설 2호점이 빨리 오픈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총집합해 있는 그로서리 코너를 통해 한인 마켓과 미국 마켓을 따로 갔던 소비자들은 한 번에 모든 장을 볼 수 있는 원스탑 샤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경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