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 감염 치료 추가비용 연 200억달러 추산
입원 환자가 병원에서 약도 듣지 않는 병균에 감염돼 사망하는 것이 미국의 종합병원들이 오랫동안 속으로 앓아온 문제.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올해 입원환자 22명중 1명꼴, 그러니까 170만명이 감염돼 9만9,000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병원 직원들이 손을 깨끗이 씻는다거나 혈압계나 청진기를 다른 방으로 가지고 다니며 쓰지 않는 등 일상적이고 간단한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이런 감염을 치료하는데 드는 비용 또한 수백억달러에 이른다.
내성 병균 감염된 환자 격리하고
방마다 전용 청진기 혈압기 비치 등
청결 주의하면 환자발생 크게 줄여
연간 10만여명 사망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두어개 종합병원이 시범을 보인 바에 따르면 입원환자들에게 간단한 검사를 해서 약에 저항하는 병균에 감염된 환자는 격리시키고 위생과 청결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면 감염 건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병원들이 당뇨병이나 알츠하이머씨병보다 더 많은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이 감염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데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국적인 논란이 거세어지고 있다.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베터런스 하스피털의 경우 환자가 입원하러 오면 간호사가 무조건 코속을 면봉으로 훑어내 약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 보유 여부를 검사한 후 양성반응이 나온 환자는 격리시키고 그 방에 출입하는 직원들은 가운과 장갑을 끼게 한다. 방과 복도마다 손을 소독하는 거품 형태의 비누가 비치돼 있고, 미생물이 옮겨다니지 않도록 방마다 전용 청진기를 비치하고, 혈압계의 커프스도 일회용을 쓰는등 별로 돈이 들지 않는 조처 몇가지를 실시한 결과 이 병원은 ‘메치실린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구균(MRSA)’로 알려진, 약도 듣지 않는 병균에 감염되는 환자 숫자가 크게 줄었다. 이 프로그램 실시 전 연 평균 60명이던 감염 건수가 작년엔 17건에 불과했고, 2001년에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수술실의 경우 78%나 줄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이상한 것이 아니다. 네델란드, 핀란드를 비롯한 몇개 유럽국가도 비슷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인 결과 MRSA감염을 없앴으나 아직 미국의 종합병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곳이 많다. 어떤 방법으로든 환자들의 보균 상태를 검사하는 종합병원은 4분의1도 되지 않는다.
올해 펜실베니아를 비롯한 3개 주의회가 중환자실 등 감염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검사를 실시할 것을 병원측에 의무화시킨 법을 통과시켰지만 일부 감염통제 전문가들은 검사 결과 격리된 환자들이 보호와 치료를 덜 받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격리된 환자들은 일반 환자보다 병원 직원들이 찾아와 보는 회수가 절반밖에 안돼 낙상이나 욕창, 스트레스에 더 많이 시달린다는 연구도 있다.
그 와중에서 병원내 병균감염 문제는 커가고만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아픈 것이 1968년부터 미국에서 그 존재가 드러난 MRSA로 수많은 항생제에 저항하며 수술부위, 요도, 혈관 및 폐에 감염을 일으켜 입원 기간을 연장시킨다.
MRSA는 보균자지만 증상은 없던 환자가 입원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수술 등으로 병균이 침입할 기회는 늘어난 환경에서 번식하기도 해 1995년에 병원내 포도상구균 감염의 22%를 차지하던 것이 현재는 63%로 늘었다.
뉴욕에 사는 모린 데일리는 자기 어머니 조애나 설리번 데이가 63세이던 2004년에 어깨 수술후 MRSA 및 다른 병균에 감염됐다고 말한다. 맨해턴의 한 병원에서 퇴원 직전 의사가 씻지도 않은 맨손으로 상처의 붕대를 가는 것을 봤는데 닷새 후에 심한 통증으로 다시 병원에 상처를 검사해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와 함께 초록색 고름이 끝도 없이 나왔다. 곧 고열에 수족을 쓰지 못하게 된 어머니는 몇개월간 인공호흡기에 매달려있다 세상을 뜨고 말았는데 수술비 4만달러로 충분했을 치료비는 감염으로 인해 총 60만달러에 달했다.
7년전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입원환자 감염 치료로 추가되는 비용이 연간 50억달러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했지만 현재는 200억달러, 미국 전체의 연간 의료비 2조달러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30억달러가 넘는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피츠버그 베터런스 하스피털의 경우, 감염을 예방하면 총 비용이 덜 드는 것을 알게 됐다. 입원환자의 콧속 검사 재료 및 전담 직원 3명의 인건비, 장갑, 가운, 손 소독제 비용으로 연간 50만달러 정도가 들지만 감염환자 숫자가 줄어들면서 거의 9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피츠버그의 앨리게니 제너럴 하스피털에서 도뇨관을 통한 감염을 줄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의사 리차드 섀넌 박사는 감염이 발생하면 병원측 부담이 건당 평균 2만7,000달러임을 계산해냈다. 몇주씩 더 입원해 치료하는 비용을 보험회사나 정부로부터 변제받더라도 실제 비용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메디케이드 및 기타 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병원측에 감염관련 비용을 변제해주는 주 정부도 이에 주목, 새로운 의무규정을 부과시키기 시작했다. 18개주는 현재 병원측에 감염율을 공개할 것을 의무화시켰다. 지난달 뉴저지와 일리노이 주의회는 중환자실 입원환자 전원에게 MRSA 감염여부 검사를 의무화시키는 법안을 승인했다. 펜실베니아의 경우 에드워드 렌델 주지사가 최근 감염 위험성이 높은 특정 환자에 대한 MRSA 검사를 의무화시킨 법안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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