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수도인 워싱턴 D.C.(District of Columbia)는 좀 특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DC는 1790년에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연방 정부에 기부한 땅에 설치된 특별시다. 수도를 필라델피아에서 옮기기 위한 조치였다. 주(州)의 최소 인구조건인 5만에 턱도 없이 모자라는 약 3,000명의 인구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자치권이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세 명의 집행위원(Commissioner) 체제의 정부로 시작된다. 1801년에는 연방 의회의 긴급법 통과로 포토맥 강 북쪽에는 메릴랜드 법이, 그 남쪽에는 버지니아 법이 시행되다가 현재의 알렉산드리아 등 버지니아가 연방 정부에 주었던 땅은 1846년에 다시 버지니아로 환속되는 일이 있어 정사각형이던 수도가 현재의 이상스러운 모양을 갖게 되었다.
1973년에 가서야 연방 의회에서 DC 자치법을 통과시켜 바로 그 다음 해부터 시장과 시의회를 시민들이 직접 뽑게 된다. 그래도 반쪽 자치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DC 법원의 판사들은 시장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더해 DC 시민들은 연방 상원의원을 선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 명 뿐인 ‘하원의원’도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DC의 현 시장은 작년 11월에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뽑힌 애드리언 휀티라는 30대 청년이다. 하워드 대학 법대 출신 변호사였던 휀티 시장은 시의원 시절부터 유권자들의 고충을 발로 뛰면서 직접 해결하는 속전속결의 박력으로 인기를 모아왔던 사람이다. 금년 1월에 취임한 다음 그의 행적 또한 전광석화적인 요소가 있어 민주당 시장 예선전부터 그를 지지해왔던 워싱턴 포스트 신문조차 균형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 고위직 인사들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비밀 장막 속의 결정의 연속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DC의 경찰국장으로 비교적 잘 해왔다는 평이 있던 램지를 경질한 것까지야 새 인사권자로서의 고유권한이겠지만 경찰 경력이 17년에 불과한 역시 30대 후반의 여성을 그 후임으로 전격 발탁한 것은 좀 무리가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또 투표에 의한 시 교육위원회로부터 학교 통솔권을 장악한 시장이 새 교육감을 뽑는 과정에 있어서도 시의원들이나 기타 일반 시민대표들과의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결정해서 시의회에 통고하는 방법을 취해 왈가왈부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얼마나 전격적이었는가 하면 클리포드 제니라는 전 교육감은 뉴스 보도로서야 미셸 이 란 30대 여성이 새 교육감으로 임명되었다는 알게 될 정도였다. 그와 같은 조치가 그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그는 아직도 후임자와의 대화를 거절하고 있어 사무 인계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돈 문제에 있어서도 신 구 교육감 둘 다 포스트의 사설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구 교육감의 계약에는 그가 해고되면 1년 봉급 25만 달러를 퇴직금으로 받게 되어 있는 모양인데 그는 1년치를 더 달라고 버티고 있어 뻔뻔스럽다는 것이다. 시의회가 결국은 만장일치로 인준하기는 했지만 이 교육감의 봉급도 논란거리가 되었다. 우선 25만 달러가 연봉이라더니 27만5,000달러인데다가 (운동선수들의 경우에서만 볼 수 있었던)계약서 서명 보너스조로 4만1,250달러가 첫 해에 지불되고 또 성과급으로 2만7,500달러를 더 지불받을 가능성이 있다. 운전기사가 딸린 전용차도 지급된다. 그런데 인구나 학생 수에 있어서 DC보다 훨씬 큰 훼어팩스와 몽고메리 교육감보다도 더 많은 봉급을 받게 된 이 교육감이 자기 부하들에게도 큰 봉급 인상을 안겨주려 하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그 결정을 9월로 미루어놓고 있다. 예를 들면 부교육감 둘에게 20만 달러씩의 연봉을 주라는 주장인데 이는 DC 정부의 최고 봉급액수인 15만2,868달러보다 4만7,000여 달러가 높은 것이다. 사실은 시장의 연봉이 20만 달러이다. 부교육감 중 하나는 카라 헨더슨 여사로 미셸 이가 창설한 소수계 밀집지역의 선생들을 훈련시키는 ‘뉴 티처 프로젝트’에서 그의 보좌역을 했던 사람이라는데 무려 7만 달러의 봉급 인상을 받게 되면 DC의 경찰국장이나 소방국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30대의 고위행정직에 있는 사람들이 30년 이상 교단에 선 60대 선생님들보다 3배 이상 보수를 받는 것이 학교들의 질 개선에 무슨 영향을 끼칠 것인지, 휀티의 교육개혁이 DC 공교육을 향상시킬는지 주목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