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적한 집안에 새로운 식구가 하나 들어왔다. 겨우 한살짜리인 이 강아지는 마티스와 푸들의 새로운 혼합종인 마티푸라는 종류인데 하얀 털이 복실복실한 것에, 촉촉한 검은 코, 흑색 진주처럼 빛나는 눈동자 이 모든 것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런데 꼬리는 엉성하게 난 긴 털에 길쭉하게 뻗어있어 그 웃기는 모습이 또 사랑스러워 나를 웃게 만든다.
개를 키우기가 힘드는 줄 알면서 새끼강아지 때는 그 모습들이 하도 예뻐서 깊게 생각치 않고 데려온 후 잘 돌보지를 못하는 수가 많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예전에 내게 두마리의 진돗개가 있었다. 강아지들이 어찌나 복스럽고 예쁜지 숫컷 두마리나 데려다 놓고 한 2년 키우다가 한마리를 아는 집에 보낸 적이 있다. 그를 그 집에 놓고 나오는 날 생전 울지않던 그 개가 무슨 낌새를 채었는지 아주 길게 울었던 그 울음소리가 한동안 귀에 쟁쟁했던 적이 있었다. 로마의 황제를 닮았다고 해서 claudius란 이름을 가졌던 개. 새 주인은 모든 정성을 다하여 그를 돌보았지만 그는 그들의 정성도 마다하고 그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집 밑의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나오지를 않았던 모양이었다. 배가 고프니까 주는 음식을 겨우 소식만 해서 앙상하게 말라가고 있었고 만지지도 못하게 해서 모양은 길거리를 배회하는 코요테처럼 험악하고 볼썽사납게 변해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6개월 후 그 집에서 모임이 있었고 나는 초대를 받아 갔었는데 곰돌이로 이름이 바뀐 그는 집 지하실 구석에 누워있었고 나는 나지막하게 “claudius 하고 옛 이름을 불렀다. 그는 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지하실에서 뛰쳐나와 나에게 안기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볼썽사나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고 그 역시 나를 보는 순간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를 그토록 한가족으로 만들려고 애썼던 새 주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그. 그것은 어쩌면 내가 다시 찾아올 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그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새 주인의 허락을 맡아 그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참으로 미안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론 운동을 나가도 절대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도록 멀리 달려나가지도 않았던 상처받았던 나의 진돗개.
개를 키우는 것이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라지만 때론 개의 감정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합리적이지 않는 필요성에 의해 개를 키우는 분들도 가끔 있다.
예전에 가끔 가던 자동차 수리집이 있었다. 동네에 아마도 크고 작은 말썽이 많았었는지 커다란 쉐파트를 수리집에 데리고 있었는데 2-3미터도 안되는 쇠줄에 하루종일 묶어두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암만 더운 날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보안장식용으로 그 개를 묶어두었는데 분노와 절망의 그의 눈동자를 아직도 나는 기억한다.
또한 손님중에 매일 개 이야기만 하는 프란시스. 그녀는 개를 너무 사랑해서 치와와를 6마리를 키운다는데 개들이 너무 짖어대면 이웃이 불평을 하니까 그녀가 외출시에는 짖으면 전기충격이 가해져서 짖지를 못하게 만드는 목걸이를 해준다고 아주 엽기적인(?) 개 사랑을 자랑한다.
새 식구가 된 마티푸도 1년 새에 주인이 3번씩이나 바뀐 이유에서인지 처음 대면하는 날 나의 손가락을 물어가면서 경계하더니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녀는 넘치도록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영리하고 착한소녀로 변해가고 있다.
해가 뉘엿이 저물기 시작하면 진돗개는 사과나무 아래 허물없이 누워 담벼락의 다람쥐나 쳐다보고 있고, 마티푸는 내 눈치만 보면서 산책나가자고 졸라대고 있다.
“아이고 귀찮아 알았어 알았어 나간다고 나가. 신발신을 때까지 좀 졸라대지 말아라.”하고 구시렁거리면서 신발끈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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