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참으로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급우 하나가 자기 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불쌍하다고 누나와 함께 과자 봉지를 사들고 그 집엘 찾아갔더니 그 아이보다 먼저 방에서 나오시는 분은 바로 그 어머니였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엔 수리조합 연합회 중간 간부로 있던 사람 집에 하숙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께서 워낙 잘 아시는 사람이었는데 일제 때 중학교 출신으로 대학은 문전에도 못 가본 분으로 알고 있었던바 승진을 위한 이력서를 쓰면서 일본의 무슨 대학 출신이라고 기재하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한국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거짓과 날조와 가짜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낸 최근의 사건으로 신정아 씨의 케이스가 있다. 흔히 여성 황우석이라고 불리는 35세의 신 씨는 한 동안 여러 미술관에서 큐레이터(Curator: 학예사)로 활동하면서 전시 기획을 잘 했다고 언론의 대서특필 감이었고, 몇 년 전부터는 동국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었을 뿐 아니라 금년 한국의 유일 국제전람회인 광주 비엔날레의 공동감독으로 뽑히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가 동국대학 등에 제출한 이력서에 기재된 주요 내용- 캔사스 주립대학의 학, 석사, 그리고 예일대학에서의 박사학위 등- 이 완전 날조로 드러났다. 신 씨의 뻔뻔스러움은 예일대학 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분명히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에 와서 내놓은 학위증서에 잘 나와 있다. 예일대학 특유의 라틴어 학위증에 그 이름이 들어있는 것은 눈에 보여 보통사람들은 속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2005년에 받은 그 학위증서에 서명한 총장은 약 15년간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현 총장이 아니라 1992년에 약 1년간 총장으로 있던 사람의 서명이니까 위조임에 틀림없다. 신정아 씨의 학위증이 위조라는 또 하나의 사실은 대학 당국자가 밝혔듯이 예일대 학위증에는 학위 취득자의 생년월일이 적혀있지 않은데 그의 것에는 그것이 적혀 있다는 점이다. 또 그가 자기의 학위논문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은 몇 십 년 전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표절한 것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광주 비엔날레 이사장이 신 씨의 해고를 발표하면서 “비엔날레 감독은 학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신 씨는 인격적으로 파탄한 사람이라 쓸 수 없다”고 말한 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학력 위조로 물의를 빚은 인사들이 한국에는 적지 않다. 서울 경찰청장에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인사기록에 조선대 중퇴라고 허위기재한 게 폭로되어 자리를 물러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대 총장이던 장상 씨는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을 ‘프린스턴 대학원’으로 허위기재한 까닭에 최초의 여성 총리 지명을 받고도 인준에 실패했었다. 특히 정치계 인사들의 식언이나 의도적인 거짓말은 너무나도 뻔뻔해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미국에는 거짓이나 날조가 비교적 덜한 셈이다. 필자가 하와이 대학, 노폭 주립대학, 그리고 메릴랜드 대학에 취직할 때 이력서만 제출했지 학위증서의 사본을 제출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몇 년 전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 초빙교수로 단 한 학기만 가게 되었을 때는 석, 박사, 그리고 법학박사의 학위증만 아니라 성적표의 사본까지도 제출했었으니까 가짜 횡행을 막으려는 노력으로 비쳐졌다. 그래도 황우석 씨처럼 연구 결과 조작과 허위 주장으로 한국 과학계를 국제적 조롱거리로 만드는 일이나 신 씨처럼 안 받은 학위를 받았다고 박박 우겨대는 희한한 광경이 벌여져 생각 있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예수께서 거짓말의 효시에 대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그는 유대 종교지도자들에게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을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이는 저가 거짓말장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니라”(요한 8: 44) 라고 말씀하셨다. 하와에게 선악과를 따먹어도 죽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사탄 마귀는 거짓말의 아버지가 되었다. 아담과 하와가 죽게 되니까 몸은 죽어도 영혼은 살아남아 어디를 간다는 영혼 불멸설로 자신의 워낙 거짓말을 은폐 지속시킨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거짓말 하려는 유혹을 받을 때 거짓말이 누구를 기쁘게 할 것인지를 기억해보면 유혹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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