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는 공동8위..한국인 첫 ‘톱10’ 입상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숨은 강자’ 파드리그 해링턴(36.아일랜드)이 메이저대회 무관의 한을 풀었다.
최경주(37.나이키골프)는 역전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 선수로는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사상 처음으로 ‘톱10’에 입상했다.
해링턴은 2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커누스티골프링크스(파71.7천421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뿜어내 2타를 잃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를 따라 잡은 뒤 4개홀 연장전에서 버디 1개, 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를 쳐 1오버파에 그친 가르시아를 따돌렸다.
이날 버디 4개, 이글 1개, 더블보기 1개로 4타를 줄인 해링턴은 버디 2개에 보기 5개를 곁들여 73타를 친 가르시아와 함께 7언더파 277타로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라던 커누스티링크스를 유린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낯선 해링턴은 유럽투어에서 11승을 올리면서 2006년 상금왕까지 올랐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2승을 따내며 세계랭킹 10위를 달리고 있는 강호.
미국과 유럽 대항전인 라이더컵 대표선수로 2002년, 2004년, 2006년 유럽의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해링턴은 작년 일본프로골프투어 던롭피닉스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평생 3차례 밖에 없는 연장전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기도 하다.
38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출전했지만 한번도 우승이 없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 못했던 해링턴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뿐만 아니라 해링턴은 151만달러의 거금을 손에 쥐어 말 그대로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차지했다.
아일랜드 선수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1947년 프레드 데이 이후 꼭 60년 만이다.
선두 가르시아에 6타나 뒤진 공동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해링턴은 가르시아가 뒷걸음치고 있는 사이 14번홀(파5)에서 이글을 뽑아내며 1타차 선두로 나섰지만 우승은 쉽지 않았다.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린 해링턴은 벌타를 받고 친 세번째 샷마저 개울에 들어가 1999년 이곳에서 열렸던 브리티시오픈에서 최종일 선두를 달리다 18번홀에서 트리블보기로 무너진 장 반 드 발드(프랑스)의 비극을 되풀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장의 비극’은 가르시아의 몫이 됐다. 해링턴의 더블보기로 1타차 선두로 올라선 가르시아는 18번홀에서 두번째샷을 벙커에 집어 넣은 뒤 4m 파퍼트를 넣지 못해 연장전에 끌려 들어갔다.
해링턴은 1번홀(파4)에서 치른 연장 첫번째홀에서 버디를 뽑아내 보기를 저지른 가르시아에 2타 앞섰고 남은 3개홀에서 파 2개와 보기 1개로 막아내 1타도 줄이지 못한 가르시아를 꺾었다.
감격의 눈물을 훔치며 해링턴은 긴 여행 끝에 뭔가를 이뤄낸 기분이다. 메이저대회 우승은 멋진 일이다. 성대한 파티를 열겠다면서 가르시아는 젊고 재능이 있다. 언젠가 꿈을 이룰 것이라고 패자에 대한 위로를 잊지 않았다.
사흘 내내 선두를 달렸던 가르시아는 4라운드에서 3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데다 마지막 홀에서 결정적인 퍼팅을 실패, 해링턴 못지 않은 메이저 무관의 한을 끝내 풀지 못했다.
지난 1999년 이곳에서 치른 메이저대회 데뷔전에서 89타-83타를 쳐 눈물을 펑펑 쏟았던 가르시아는 또 한번 분루를 삼켰다.
해링턴의 우승으로 1999년 폴 로리(스코틀랜드) 이후 7년 동안 미국 선수에게 내줬던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은 모처럼 유럽 선수 차지가 됐다.
해링턴과 같은 공동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서 실낱같은 역전 우승을 기대했던 최경주는 버디 3개,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쳐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로 대회를 마친 최경주는 그러나 공동8위에 올라 자신의 대회 첫 ‘톱10’이자 한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8차례 이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는 2004년 공동16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은 지난해 허석호(34)의 공동11위였다.
최경주는 실망하지 않는다면서 점점 메이저대회 우승의 꿈이 무르익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1타 밖에 줄이지 못해 공동12위(2언더파 282타)에 머물러 대회 3연패가 무산됐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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