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즐거운 만남이다. 살면서 누구나 좋은 만남을 가지려고한다. 반면에 헤어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별은 만남이 있은 후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원한 이별인 죽음은 말해서 무엇 하리. 만남은 진선미와 같은 인생의 절대적인 주제이다.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악연도 만남이지만, 우리는 보통 만남을 이야기 할 때 좋은 인연만을 일컫는다. 그래서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였소” 라는 유행가 가사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훌륭한 부모를 만나 세상에 태어나서, 형제들과 우애롭게 지내고, 초등학교에서 대학 까지 좋은 동창들과 우정을 나누고, 직업전선에 뛰어 들어서도 경쟁자와 페어플레이 하면서 낙오자가 되지 않았다. 군대에 가서도 씩씩한 전우들을 만나 명예롭게 제대하고,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 화목한 가정을 이룬 후, 하느님 뜻대로 헤어지지 아니하고, 이날 까지 해로하면서, 자식들 잘 커주었으니, 이 만남 얼마나 감격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미국 땅에 이민 와서도 큰 축복을 받았다. 노란 머리 백인, 새까만 흑인, 교회서 만난 교우들, 직장서 만난 동료들, 동포사회에서 만난 친구들, 옆집 이웃, 통 털어 선린(善隣)이라고 부르고 싶다. 중병을 앓고 나서, 점심 파트너로 자주 만나는 이웃이 여러 명 있다. 옛날 친구들, 비즈니스맨, 세탁인, 의사, 간호사, 목사, 환자 등등, 남자 친구도 있고 여자 친구도 있다. 세탁소를 하는 친구와는 점심을 한 후, 보태닉 가든에 가서 공원을 한 바퀴 걷는다. 아름다운 꽃을 구경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까지 하니 일거삼득이다. 어제 그 친구 가게에 들렀다. 오후 4시 쯤 되었다. 온 종일 땀 흘리고 휴식을 취할 시간인 것 같았다. 두 내외가 오손 도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남편이 커피를 끓였다. 그 모습은 가을걷이를 끝낸 저녁 평화로움이 깃든 밀레의 그림 ‘만종’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정경으로 다가 왔다.
지난 주, 집 대문 앞에 메시지 쪽지가 하나 나붙어 있었다. “안녕 하신지? 손자를 보러 시카고에 왔다. 노스브룩 힐튼 호텔에 머물고 있다. 방 넘버는 # 824호, 금요일 낮에 떠난다. 만나고 싶다. 전화 부탁한다. Ron&Janet Clair 미스터 클레어 내외는 20년간 살던 글렌뷰 이웃이다. 이사 간 다음날 한참 젊은 금발의 제넷은 담장에 기대서서 우리가 이사 온 것을 환영 한다고 손을 흔들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여우 소피아로렌 같다니까, 그녀는 금발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우리 아랫집에 살았는데, 란은 독일계로 세일즈맨이고, 제넷은 이태리 출신으로 고등학교 선생이었다. 내가 손재주가 없어 우리 집 잔일을 많이 도와주었다. 함께 가끔 저녁 먹으러 나갔다. 영화나 뮤지컬도 보러 다녔다. 독립기념일엔 샌드위치 싸들고 폭죽놀이를 함께 즐겼다. 무엇보다 애들이 커가는 모습을 함께 보아 온 사이이다. 그러기를 20년, 은퇴한 클레어는 라스베가스로 이사를 갔다. 우리는 그가 떠난 후 노스브룩으로 이사를 왔다. 우리집 주소는 알고 왔는데, 그만 전화번호를 안 가지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부재중이자 쪽지를 써놓고 간 것이다. 여러 가지로 바쁜 주간이었다. 인터뷰 약속도 있고, 새로 문을 연 은행의 오픈 하우스에도 들러야 했다. 우리 부부는 시간을 쪼개서 이들을 만났다. 옛날에 함께 다니던 라자냐를 잘 하는 토넬리스(Tonelli’s)라는 이테리 식당에서 그동안의 밀린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란은 한국전 참전 용사이다. 대구와 부산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가난과 추위 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다 면서, 시도 때도 없이 “ 안녕하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한국말을 아직도 기억해 우리를 웃겼다. 원래 그는 농담을 잘 했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옷은 새것이 좋고 사람은 옛것이 좋다고 했다. 지난주 우리 부부는 옛 이웃을 만나 행복 했다. 10월에 우리는 라스베가스 그의 집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이제는 흘러가는 세월의 강 언덕에서, 나와 인연을 맺은 귀한 사람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없는 축복이고, 인생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살아간다.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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