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내가”
최경주 - 동양인 첫 메이저 챔프 보라
거침없는‘탱크샷’한때 단독선두…첫날 배드샷 1개뿐
“오늘 하루동안 배드 샷은 1개뿐이었다. 자신있다”
사상 최초의 동양인 메이저 챔피언 등극이 기대되고 있는 ‘탱크’ 최경주가 첫날 호타를 휘두르며 탑10에 자리잡은 뒤 충천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메모리얼과 AT&T내셔널을 석권, 마지막 3개대회에서 2승을 거두고 탱크같은 기세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사냥에 나선 최경주는 오전 좋지 않은 날씨 속에서 치른 1라운드에서 초반 6홀동안 4타를 줄이는 뜨거운 스타트를 끊은 뒤 후반 그 기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공동 8위로 우승사정권을 유지했다.
대회전부터 우승후보중 하나로 거론돼온 최경주는 경기 시작과 함께 거침없는 기세로 카누스티를 압도해나갔다. 오프닝홀 버디를 신호탄으로 3, 4, 6번홀에서 버디를 보태자 단숨에 단독선두. 그러나 거침없던 상승세는 7번홀(파4)에서 3피트 거리의 파 퍼팅을 놓치며 일단 제동이 걸렸다. 다음 5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가다 파3 13번홀에서 티샷을 홀컵 5피트 옆에 붙여 이날 5번째 버디를 잡았으나 이후 험난한 백9에서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15번과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선두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전반 단 1번만 페어웨이를 놓친 것을 비롯,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 80%, 그린적중율 72%로 매우 안정된 샷을 구사했고 5피트 미만의 퍼팅 2개를 놓친 것이 아쉬웠으나 그 외에는 세계정상급으로 나무랄 데 없는 플레이를 했다.
라운드 후 기자회견에서 최경주는 “오늘 라운드에 대해 만족한다. 15번홀에서 벙커에 빠진 것을 빼면 나쁜 샷이 없었다”면서 “오늘 비가 내릴 것을 예상, 어제 일부러 빗속에서 연습을 했다. 비로 인한 문제는 별로 없었고 내 리듬을 잘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내 페이스를 마지막까지 지켜간다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은근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가르시아 - 8년전 첫날 보다 24타 줄여
카누스티 수모 갚았다…다음은 메이저 한 풀 차례
“복수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험난한 카누스티 골프링크스를 버디 7, 보기 1개로 압도하며 6언더파 65타를 쳐 2위에 2타차 단독선두로 나선 스페인의 서지오 가르시아는 라운드를 마친 후 8년 묵은 한을 푼 소감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애써 자신은 ‘복수’를 시도했던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8년전 바로 이 카누스티 코스에서 그가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그의 말을 100% 다 믿을 수는 없다. 최소한 복수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해도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진 체증이 내려간 것 같은 상쾌함을 느낀 것은 분명할 것이다.
지난 1999년 가르시아는 장차 타이거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세계골프의 떠오르는 영건으로 평가받으며 이 대회에서 19세의 나이에 프로로 데뷔했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나선 첫 프로대회 출전결과는 참담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생애 최고의 난코스였다고 입을 모았던 그해 카누스티에서 그는 첫날 89타를 기록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뒤 이틀째에도 83타로 이틀연속 80타를 깨지 못한 채 꼴찌로 컷오프된 것. 그리고 그는 코스를 떠나며 어머니에 품에 안겨 끝내 엉엉 울음을 터뜨렸던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8년만에 같은 장소에서 단독선두로 나섰으니 ‘복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8년전 1라운드에 비해 무려 24타나 줄였으니 복수도 아주 ‘화끈하게’ 이뤄낸 셈. 하지만 그는 라운드 후 “8년 전 일에 대해선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첫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캐디에게 ‘지난번보단 4타 줄였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여러분들은 내가 (코스에) 복수한 것처럼 만들고 싶어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이 코스와 대회를 좋아 한다”고 말했다. 한때 우즈에 버금갈 재목으로 평가됐으나 아직도 단 메이저 무관신세를 면치 못하며 사실상 그저 괜찮은 선수 대열로 밀려난 가르시아가 자신에게 혹독한 수모를 안겨준 곳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건져 올릴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