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바이어는 입질도 없고 가격은 슬금슬금 떨어지는 것이 요즘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모습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 비춰보면 샌프란시스코 부촌 밀 밸리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좀 이상하다.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굽어보는 이 부유한 동네서는 2-3년 전 주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전반적인 주택 경기와는 아무 상관없이 집들이 아주 좋은 값에, 빠르게 팔려나간다.
고전중인 일반 주택 시장 경기와 무관하게
좋은 값에 빨리 팔려… 시장 이분화 추세
부자들 수입 늘고, 해외 바이어들 매입 꾸준
지난달 거래된 한 3베드룸 하우스는 시장에 공식적으로 나오기도 전에 셀러 요구 가격보다 2만달러 많은 140만달러에 팔렸다. 집을 시장에 내 놓으려 한다는 소문을 어디선가 듣고 찾아온 바이어가 웃돈을 얹어 줬다.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러나 “파는데 애를 먹는 집들은 평균적인 가격대의 집들”이라고 베이지역 퍼시픽 유니언 GMAC 부동산의 에이전트 바네사 저스티스는 말한다. 그녀가 활동하는 지역의 주택 중간 평균가격은 75만달러선인데 “비싼 가격대의 집들은 지금 ‘정신없이’ 팔려나가고 있다”.
일반 주택 시장이 경기의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가 주택들은 경기에 상관없이 잘 팔리고 있는 모습은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고가 주택들은 슬럼프에도 잘 견뎌나가고 있으며 최근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00만달러가 넘는 집들은 다른 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나오기 무섭게 바이어들이 달라 붙고 가격도 아주 좋게 팔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의하면 주택시장은 현재 이중적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맨해턴의 아파트가 좋은 예. 미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인 이곳 주택시장은 여전히 초강세다.
뉴욕 핍스 애비뉴의 3베드룸 아파트. 최근 시장에 280만달러에 나왔는데 첫 오퍼는 셀러 요구가 보다 약간 낮게 나왔다. 그 후 열흘간 9개의 오퍼가 더 들어온 뒤 셀러는 요구가보다 50만달러 높은 가격을 수락했다.
이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브루클린의 한 빅토리안 저택은 올 봄에 140만달러에 시장에 나왔는데 2006년과 같은 가격이었다. 팔리지 않아 오버 프라이스가 아닌가 걱정했지만 결국 최근 요구가보다 3만달러 넘는 가격으로 팔렸다. 전반적인 주택 시장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보스턴에서도 이중적 현상은 마찬가지다. 100만달러 이상으로 거래된 주택은 2006년 첫 5개월간 619채였는데 2005년의 773채 보다 줄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올해 첫 5개월간 711채로 늘어났다.
뉴욕의 경우도 최고가 주택(상위 5%)들의 경우 판매가 계속 상승해 왔다. 중간 내지 하위 주택 시장은 계속 하락세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은 샌호제나 시애틀, 덴버, 휴스턴에서도 마찬가지다.
주택가 폭등으로 거품이 엄청 끼었다는 샌프란시스코나 LA, 피닉스, 마이애미에서도 최고가 주택들은 판매가격이 약간 내려가긴 했지만 다른 가격대의 주택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부동산 협회 통계는 100만달러 이상 주택은 다른 가격대의 주택보다 잘 팔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고가 주택들이 붐을 맞고 있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많은 고가 주택들이 일년 전에 비해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도에 있어 평균적인 주택들과는 다르다.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여전히 많은 바이어들을 끌어들이며 셀러들도 크게 어렵지 않게 집을 팔고 있다. 고가 주택 셀러들은 주택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자신들이 경험하는 현실과는 다르다.
주택 시장이 이분화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부자들의 수입이 더 늘었다. 벌이가 좋아진데다 주식시장 상승으로 소득이 더 늘었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 경제상황 덕에 고가 주택 시장은 여전히 강세다.
외국에서 밀려드는 부자 바이어들 덕도 크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외국의 부자들이 높은 구매력으로 미국 주택 시장에 밀려들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에게는 상상이 안 되겠지만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LA의 고급 주택 가격은 런던이나 모스크바 시드니에 비하면 바겐세일이다.
맨해턴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제이슨 하버는 스퀘어피트를 스퀘어미터로 바꾸는 계산법(10.8로 나누면 된다)을 익혀야 했다. 뉴욕 아파트를 사겠다고 달려드는 외국의 바이어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이자율 상승과 모기지 시장의 문제는 고소득 바이어들보다는 저소득 및 중간 계층 바이어들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무디스 이코노미의 경제분석가 마크 잰디는 “하층은 망가졌고, 중간층은 고전중이고, 상층부는 활력이 넘친다”는 말로 요즘 주택 시장을 정리한다.
고가 주택이지만 거품이 빠져나가 고전하는 지역도 물론 있다. 특히 250만달러를 넘는 수퍼 맨션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워싱턴이나 샌디에고의 경우는 최고가 주택 시장은 싸늘하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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