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붐 세대‘청력이상’많지만
“나이들고 쇠약해 보이기 싫다”
보청기 착용은 극구 꺼려
다양한 디자인·첨단 기능 탑재
‘패션 보청기’로 소비자에 어필
이제 60줄에 접어드는 베이비붐 세대 중에 청력 상실자가 많다. 비영리 교육단체인 베터 히어링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6명중 1명꼴로 듣지를 못한다. AARP도 45~64세 연령층 중 청력상실자(1,000만명)가 65세 이상(900만명)보다 많다고 보고했다. 국립보건연구소 산하 국립 귀머거리 및 기타 의사소통 장애연구소에 따르면 젊은 나이에 청력을 잃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청력 상실은 은퇴 연령 이전에도 시작될 수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는 소음, 특히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큰 소리(록 콘서트는 115데시벨)를 장기간 계속 들어온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최초의 로큰롤 세대로 정말 시끄러운 음악, 개인 스테레오 시스템을 향유하며 자라온 탓이다. 물론 공장이나 건축 현장의 소음, 지하철의 굉음의 탓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주택 융자금을 완납하는 등 인생의 대사에 비하면 텔리비전에 나오는 대화 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일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예전만큼 정확하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 나이 먹어가면서 약해지고, 남에게 의지하고, 잊혀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에 떠는 베이비부머들이 많다.
지난 33년을 기계소리 요란한 육류도매상에서 보낸 단 헨키(57)는 과거 자기 아버지가 잘 듣지 못해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물어보고 한번 한 말을 자꾸 다시 하게 만들면 귀찮고 짜증나서 그만 두시라고 소리쳤던 일이 자꾸 생각난다. 벌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서는 대화 소리가 잘 안 들려 아예 입을 닫고 마는 그는 이제야 당시 아버지의 처지가 이해된다며 딸에게는 자기가 말소리를 잘 듣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하지 말아 달라고 벌써 부탁해 놓았다고 했다.
그래도 베이비붐 세대는 보청기로 간단히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국립 귀머거리 및 기타 의사소통 장애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01년에 노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소리가 잘 안 들려서 보청기를 사용하는 성인은 1,000명당 149.6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7,800만명이나 되는 황금시장이 보청기를 꺼리는 바람에 음향기술은 많이 발전했다.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스타일에 신경 쓰는 베이비붐 세대의 마음에 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청각 및 언어문제 해결을 위해 보청기들이 자꾸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데오’ 퍼스널 커뮤니케이션 어시스턴트.
우선 외양이 크게 개선됐다. 요즘 최신 보청기들은 아이파드와 블루투스의 자식 같아 보인다. ‘오티콘’이란 회사는 왜 사람들이 보청기가 필요한 데도 사용하지 않는지를 알아보려 한 연구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불안 심리를 읽어냈다. 보청기가 자신을 더 늙고, 추하고, 쇠약해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 나머지 차라리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말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을 택한다는 것이다.
‘오데오’라는 이름의 보청기 제조사 ‘포낙’은 보청기를 보청기라 부르지도 않는다. 블랙베리 같은 PDA에 견줘 PCA(Personal Communication Assistant)라고 부른다. 나방이 날개 모양에 크기는 기타 픽보다 작은 것이 귀 뒤에 얌전히 자리 잡는데 무려 15가지 색깔이 나와 있다.
스위스 국기의 휘장인 흰 십자가가 그려진 보청기 ‘베르나폰 스위스이어’는 빨간 색이고 ‘오티콘’의 ‘델타’는 보라색이다.
보청기는 싸지도 않고 성인의 경우 보험이나 메디케어로 커버되는 일도 드물다. ‘오데오’는 한짝에 3,000~4,000달러나 하는데 보청기 가격은 모두 제각각이다. 제조사가 아니라 의사가 값을 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티콘’의 ‘에포크’ 같은 제품에는 보청기 이외에 다른 기능도 있다. 지난 5월에 나온 ‘에포크’는 와이어리스와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최초의 보청기라 몸에 지니고 다니는 리모트 컨트롤 같은 장치를 통해 셀폰 전화나 라디오, 컴퓨터, MP3 소리까지 듣게 해준다.
그 정도는 시작일 뿐, 베터 히어링 인스티튜트의 세르게이 코치킨 사무총장은 건물에 와이어리스 전송장치가 설치돼 제법 먼 거리에서 난 목소리도 보청기를 낀 사람 귀에 들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방법으로 소리는 강화시키고 소음은 삭제시켜서 강의를 전달할 수 있고 보청기에 다른 언어로 번역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청기 업계 바깥에서도 베이비붐 세대가 더 잘 듣고 살 수 있도록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돌비 실험실을 위해 IDC가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베이비붐 세대는 지나치게 큰 소리를 내는 광고 등 텔리비전의 볼륨 문제를 다른 어느 세대보다 더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비 볼륨 컨트롤 기술은 텔리비전의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탐지해 시청자가 느끼는 볼륨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식당의 소음도 불평사항인데 전국식당협회는 소음 정도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지만 고객에게 귀에 거슬리지 않는 정도를 선택할 기회를 주는 식당들이 많다고 대변인은 말했다.
청력 상실은 단기 기억 상실, 피로, 불안, 우울은 물론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연간 최고 1만2,000달러까지 적게 버는 저소득과도 연관되고 있으므로 이런 변화는 바람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력을 보호하려면 85데시벨(잔디 깎기가 내는 소음이 90데시벨 정도다) 이상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는 귀마개를 하라고 권한다. 내 아이파드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도 들을 수 있다면 너무 크게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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