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영수 목사 / 새크라멘토 영락교회
내가 미국에서 배운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귀한 것 중에 하나가 친절입니다. 한국에 나갔다가 서점을 들려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서점에서 판매하는 자매가 ‘목사님이시죠?!’ 그 자매가 내가 목사인 것을 알아봤습니다. 나는 잘 알려진 목사도 아닌데 나를 알아보는 자매를 보고 놀랐어요. 내가 책을 보고 있는 코너가 목사님들이 자주 사용하는 곳이기에 짐작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자매가 다음에 하는 말이 ‘미국에서 오셨지요?!’ 내가 당황해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아세요?!’ 자매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목사님이 저를 대하시는 Manner가 달라요!’ 세계 사람에게 공통언어가 있습니다. 친절입니다. 친절은 벙어리도 말할 수 있고 귀머거리도 들을 수 있는 언어다(C.N.Bovee).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고급식당과 하급식당의 차이는, 물론 실내 분위기로도 분별하겠지만 내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친절’입니다. 내가 한국에서 부목사로 사역할 때 김천역전 앞의 식당에서 점심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식당의 음식은 맛이 있었고, 실내분위기도 그만하면 나무랄 데가 없었는데 그곳 종업원의 불친절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 앉아서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물 컵 하나 안 갖다 주고, 종업원인 것 같은 사람은 신문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여보세요! 여기 물 한잔 주세요’했더니, 무뚝뚝하게 일어서더니 물 컵을 팽개치듯 테이불에 ‘탁’ 놓고는 ‘뭐-,드시겠습니까?’라고 퉁명스럽게 묻는 겁니다. 우거지로 만든 갈비탕이 맛이 있을 것 같아서 ‘우거지 갈비탕 하나 주세요!’ 그랬더니 주방에다 대고 냅다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우갈 하나!! 깜짝 놀랬습니다. ‘우거지 갈비탕하나!,’ 이렇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줄여서 ‘우갈 하나!’ 그래서 내가 우갈(?)스럽게 먹고 나왔습니다. 그 식당의 ‘우갈맛’은 그런 대로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그 식당을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고급식당에 가면, 상황은 반대이지요. 너무 친절해서 나의 경우는 귀찮을 정도입니다. 고기 한 덩어리 주문을 해도 물어보는 것이 많아요. ‘살짝 구워 드시겠습니까? 중간정도로 할까요? 바짝 구울까요?’ 커피를 한잔 시켜도 마찬가지고, 수시로 와서 물도 더 주고, 필요한 것은 없는가? 친절하고 친절하고 또 친절합니다. 교회를 식당과 같이 먹는 공동체라고도 말합니다. 모이면 말씀 먹고 음식 먹고 교제하는 공동체입니다. 그러면서 거기서 사랑도 함께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교회 점심은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 맛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절입니다. 처음 방문한 교인이 교회에 들어와서 ‘주보 좀 하나 주세요!’ 그랬더니 김천 역전식당과 같이 무표정으로 ‘탁’ 팽개치듯 갖다 준다면, 그 사람이 교회에 또 오겠습니까? 음식은 맛있게 준비해 놓고 손님을 대하는 친절함이 없다면 음식 맛의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근대사에 위대한 두 인물이 있습니다. 인도의 간디와 빌리그레함 목사입니다. 어느 날 두 청년이 처음으로 교회에 찾아 들어갔는데, 빌리그레함은 어느 친절한 안내원이 의자를 내주고 주보를 갖다주고 정성 들여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의 친절함으로 인해 빌리그레함은 예배를 잘 드리고 다음에 그 교회를 다시 출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를 복음(福音)화 하는 위대한 전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간디’에게는 아무도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친절은커녕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박대했습니다. 그 후로 간디는 성경은 읽어도 다시 교회에 가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교회에 가보고 싶은 간디의 마음을 불친절이 밟아 버린것이지요. 그는 인도를 움직이고 6억의 힌두교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만약 ‘간디’에게도 사랑을 나타내는 친절이 있었다면, 인도의 역사는 또 다른 복음의 역사를 창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기독교 야사(野史)가 아쉬움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뿌린 조그마한 친절의 씨앗 하나가 자라서 후에 사랑의 열매를 맺고, 복음의 역사를 이루어 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영어성경을 보면 ‘사랑은 온유하며’를 Love is kind라고 했습니다. 사랑은 친절함입니다. 친절한 가정은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입니다. 친절한 교회는 사랑의 교회이고 건강한 교회입니다. 친절은 마음의 실력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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