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토요일 오래간만에 친구와 집에서 음주가무를 즐겼다. 뭐 미국생활하면서 가끔씩 이렇게 마음맞는 친구와 집에서 편안하게 술 한 잔 주거니받거니 하며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 나의 소박한 행복 중의 하나라고나 할까?
친구(親舊): 뜻을 봐도 옛 구자가 들어가는 것을 볼 때에 적어도 옛날 친구일수록 더 농익은 그 어떤 편안함이 깃들여 있는 듯하다. 적어도 이 친구한테는 뽐내지 않아도 좋고, 꾸미지 않아도 좋고, 그냥 내 속내를 얘기할 수 있고, 우리가 같이 보냈던 20대의 많은 추억과 사건들을 헛헛하면서도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그래서 친구와 와인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다라는 말들을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오래된 와인이 좋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내가 이렇다저렇다 왈가왈부할 만한 검증된 자료는 적어도 내가 아직 가지고 있진 않지만 말이다.
이 친구에 대해서 잠깐 소개하자면, 대학 4년을 다니는 동안은, 그냥저냥 같은 과 친구 이상도 아니어서 그런지, 오가다 만나면 인사만 하는 정도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 친구는 음전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내숭도 가지고 있는 정말 여자같은 친구였고, 나와 내 친구들은 “내숭이 밥 먹여주나“라는 그런 모토를 항상 입가에 달고 살았기에 -그야 말로 톰보이 같은- 친해질래야 그닥 친해질 수 없는 그런 어정쩡한 사이였다.
그러다가, 대학 4년 졸업을 앞둔 어느날, 우연히 가까워졌고, 급기야는 갑자기 즉흥적으로 여행을 감행하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앞서가는 돌출적인 행동을 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 당시 대학 4년, 그리고 졸업을 앞둔 시기, 참으로 머리 속이 실타래처럼 복잡했고, 마음 속은 뭐가 그리 헛헛한게 많았던지, 고민을 머리 위에 대광주리 과일처럼 주렁주렁 갖고 살았으니까…. 아무튼 둘이서 돈 몇 푼 안되는 걸로 서울역으로 가서 부산행 통일호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가 부산이었던 것은, 바다가 보고 싶고, 서울에서 많이 떨어진, 어쨌든 그 당시에는 부산에서 우리를 오라고 손짓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곤 어느덧 까만 별만 총총했던 부산역!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부산은 태어나서 처음 가본 곳이었고, 마치 무언가 큰 일을 했다는 자부심으로 우린 가슴마저 벅차 있었다. 늦겨울의 밤바다, 연상 입김은 나오지만, 역시 남쪽이라서 그다지 춥지는, 그러나 서늘한 밤기운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던 아니 조금 있으려니 역시 바닷가의 칼바람은 맵스럽기 그지 없었다.
목적없이 갔던 부산! 그 곳에서 나름대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그 당시의 낭만을 곱씹어도 보고, 우리의 돌발적 여행은 성공이었다. 적어도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기 전까지는…. 돈이 바닥이 난 우리는 비둘기호를 타야만 했고, 평화의 상징 비둘기호는 적어도 평화를 얻는 대신,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기차였다. 몇시간을 서서 가는 건 기본이었으며, 향기롭지 못한 차내의 공기로 인하야, 나와 친구는 거의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서울로 다시 입성한 우리의 행색, 아마도 패잔병의 모습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의 마지막 남은 돈! 500원. 그때의 500원은 전철을 타야하는 비장한 무기임과 동시에, 아니 그걸 훌쩍 뛰어넘어 아늑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룩한 재산이었다. 그 때의 아름다웠던 시절, 순수했던 마음들, 지금은 어떡하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친구와 나, 아마도 더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거, 그래서 또 한번 우리는 마음이라도 그 시절로 다시금 돌아가보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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