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서 돈세탁하던 은행강도 체포에 수훈 장성문씨
FOX 뉴스에 소개되기도
한국인 특유의 끈질긴 근성으로 막대한 분량의 업소 CCTV 녹화테이프를 판독, 은행강도범의 모습을 포착해내 경찰에 제보함으로써 범인 체포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시카고 한인업주가 폭스 TV 뉴스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시카고시내 플라스키와 서맥 교차로 부근에서 코인 론드리를 운영하고 있는 장성문씨가 그 주인공. 장씨는 자신의 가게에 설치된 지폐 교환기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은행에서 훔친 20달러 지폐들을 5달러짜리로 바꾸던 범인의 모습을 보안카메라(CCTV) 판독으로 잡아내 경찰에 제공함으로써 범인 검거의 수훈을 세웠다.
고객들이 더 작은 액수의 지폐로 바꿀 수 있게 해주는 최신 지폐 교환기(Bill Break)를 갖고 있던 장성문씨는 지난 4월부터 빨간색 테두리가 보이고 피 냄새 같은 악취가 나는 20달러짜리 지폐를 연거푸 발견했다. 장씨가 업소 종업원들에게 빨래를 하지 않으면서 지폐만 가져가는 사람이 있으면 막으라면서 문제의 그 지폐를 보여주자, 직원들은 그 지폐가 은행을 털어서 나온 돈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금고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빼낼 때에는 특수 장치에서 약품이 터지면서 화학 작용을 일으켜, 지폐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장씨는 시카고 경찰에 신고했고 찾아온 경찰은 은행강도사건이 연방수사국(FBI) 소관이니 FBI 시카고지부에 알리겠다고 전했다. 그후 FBI 수사관들이 수차례 장씨의 가게를 찾아 끊임없이 발견되는 문제의 그 지폐를 수거하고 수사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장씨는 시간이 지나도 범인이 검거되지 않자 답답한 마음으로 수사관들에게 “잠복 근무를 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장씨는 직접 매장내 설치된 CCTV의 몇달치를 돌려보며 범인으로 의심될 만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막대한 분량의 녹화물을 지켜보던 그는 한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 사람들이 20달러짜리를 10달러나 5달러로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64배속으로 CCTV를 돌려볼 때, 이런 사람들은 순식간에 스쳐가지만, 유독 한 사람은 오랫동안 화면에 남았다. 몇백달러 어치의 지폐를 바꾸려다 보니 수십분이 걸렸던 용의자의 모습은, 빠른 속도로 돌려보는 CCTV 녹화분에도 그 모습이 다른 사람에 비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장씨는 다른 기간의 녹화분들도 확인해본 결과 동일 인물이 계속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양의 돈을 바꾸는 것을 찾아냈다.
그가 이런 사실을 FBI에 알리자, 수사관들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테잎을 돌려보며 범인을 찾아낼 생각을 했느냐”고 감탄했다고 한다. 장성문씨는 “한국에서 미국에 온지 1년밖에 안돼서 영어가 부족해서 그렇지, 영민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능력은 우리 한국 사람들이 최고 아닙니까”라며 웃었다.
지난 7월4일 독립기념일 새벽 1시. 종업원들에게 용의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 자가 다시 나타날 경우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했던 장씨는 문제의 그 사나이가 다시 매장에 출현했다는 전화를 받고 그대로 경찰에 신고했다. 4분만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용의자는 체포됐다. 몇달에 걸쳐 옷 세탁이 아닌 돈 세탁을 하던 범인의 꼬리가 잡히고 만 것이다.
이 소식을 알게 된 FOX 뉴스 제작진은 11일 장씨의 가게를 찾아와서 그와의 인터뷰를 시도했고, 이를 거절하던 장씨는 FBI로부터 인터뷰에 응해도 신변 안전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결국 취재에 응하게 됐다. 11일 오후 9시 FOX 뉴스 후반부에 장씨가 은행 강도를 잡는데 기여하게 된 사연이 방송됐고, 이를 본 동네 주민들은 장씨의 가게에 와서 그의 재치있고 끈기있는 행동을 칭찬했다고 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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