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인 문화회관 연례총회가 7월 8일 옥 브룩에 위치한 드루리 레인에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600여명이 참석, 근래 한인사회 단체 모임 중에서 보기 드문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는 문화회관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로, 모금활동을 주도하는 건립 추진 위원회는 심기일전의 탄력을 얻었으며, 모금 활성화에도 큰 전기를 마련할 것 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2005년 3월 1일, 뜻 깊은 제86주년 삼일절 기념식에서 가진 한인 문화회관 건립추진위원회 발대식은 “이민 역사를 새로 기록 한다”는 소명 의식과 각오로, 기미 독립 선언의 33인처럼 비장하기까지 했던 순간이었다. 문화회관이 숙원사업 이라는 데 공감했으며,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념으로 희망찬 출발을 했다. 실로 동포사회 여론의 96% 지지를 받았다.
돌아보면 성과와 결실도 컸으나, 시련과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우선 조직상의 시스템 운영과, 청사진도 없이 선후가 뒤바뀐 채 모금에만 급급했던 건추위 활동에 대한 비판을 꼽을 수 있다. 목적은 무엇이며, 장소는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로 할 것이며, 활용 방법, 관리와 유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안 사전 복안이 약했다. 인맥과 인연에 의한 모금운동에 열중하다 보니, 장기남 회장에게 너무 의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초창기 중요한 포스트에 있던 이사들과 교계 목사들의 잇단 사퇴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제2회 연례총회에 즈음하여, 미주에서 처음 시도하는 최초의 시카고 문회회관의 현주소는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장기남 회장의 말대로 지난 2년간 700여 가정이 참여하여 모은 100만 달러는 값진 거금이다. 시카고라는 아름다운 동포사회의 저력이기도 하다. 사업가 신정호씨 부부가 10만 달러를 냈으며, 10만 달러 약정을 한 장기남씨가 8만 달러, 채규선씨가 3만 달러, 서병인씨가 2만 5천 달러를 가각 불입했다. 그리고 임관헌씨는 2만 달러 고액 기탁자이다. 1만 달러 이상을 기탁한 단체는 총영사관과 전통 예술인 협회, 부동산협회, 성균관대학교 동창회, 이화여자대학교 동창회, 연합감리교회 전국 연합회가 있고, 개인으로는 강창만 강영희, 심지로 심해옥, 한상호 박연희, 강수상 강정희, 배월순, 오신애, 강영국, 공석중, 김남일씨가 이 대열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천 달러 이상을 낸 사람만도 140명이나 되고, 그밖에 영사관에서 보관 중인 20만 달러를 포함, ‘벽돌쌓기’에 동참한 개미군단을 합쳐 약 700여 군데서 모금한 총액이 2007년 6월 현재 1백만 1천 달러(1,001,252.33)를 기록하고 있다.
1백만 달러 모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건축위원회가 꿈꾸고 있는 건물을 마련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돈이다. 초기 단계에서 벽돌 쌓기 소액 모금 운동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한국학교 고사리 손의 1달러 헌금, 이춘택 할머니가 깡통 주워서 판돈 등등은 동포사회의 컨센서스를 가져오고 모금운동의 기폭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는 상록회 김순 회장이 언급한 대로 “십시일반으로 기탁하는 성금도 중요하지만, 한인사회에는 10만 달러 정도 낼 수 있는 여력을 지닌 동포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의 ‘거액’이 모아져야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 한다. 문화회관의 바람을 불러오게 하는데 필요했던 ‘벽돌쌓기’운동은 솔직히 한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건축위원회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건물을 구입 한 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 할 것인지 분명한 청사진을 만들어, 동포사회 부자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때이다. 미국 지자체와 한국 정부와 기업체, 지상사의 지원도 다시 문을 두드려야 할 것 이다.
문화회관 건추위는 말 많고 흠집 내기 좋아하는 동포사회 풍토에서 그동안 인내로,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발휘하면서 애 많이 썼다. 특히 장기남 회장은 개인 사업을 내 팽개치고 풀타임으로 문화회관 사업에 전념 하고 있다. 식당에서 앞치마 두르고 웨이터도 마다않고 뛰는 열정을 보였다. 스스로도 10만 달러의 거금을 쾌척 했다. 최근에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문화회관을 위해 태어난 전도사처럼 낙망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 모두 그에게 큰 빚을 진 기분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초심을 잃지 않고 반드시 큰일을 해 낼 사람이라는 신뢰를 갖게 된다.
마침 오늘(10일) 건추위는 나일스에 있는 3층 건물의 부지 답사를 했다. 크기는 5만 4천 스퀘어 피트이며 값은 4백만 달러 인 것으로 알려졌다. 욕심나는 건물을 볼 적마다 마음은 굴뚝같으나 우리 현실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건물 구입이라는 하드웨어와 병행해서, 관리 운영이라는 소프트웨어에 더 큰 신경을 쓸 때가 왔다. 우리 힘으로 우리 분수에 맞는 문화회관 마련에 ‘올 인’ 하도록 하자. 건추위 위원들에게 격려와 힘을 실어 주자. 인류 역사는 행동하는 자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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